배움/인문학 92

징비록

우리 역사에서 수많은 전쟁 중 가장 뼈아프면서도 오래도록 회자되는 전쟁이라하면 아마 임진왜란일 겁니다. 무려 7년(정유재란 포함)이나 이어지기도 했거니와 우리의 무능함을 여실히 확인한 전쟁이었기 때문입니다. 조선 건국 이후 큰 전쟁 없이 200년 평화의 시기가 이어집니다.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을 즈음 율곡 이이 선생은 10만 대군을 양병해야 한다고 선조에게 간청하지만 묵살 됩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데도 큰 관심이 없었죠. 반면 일본은 조선을 침략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를 하고 기회를 엿보다 1592년 4월 13일 부산포로 침범해 들어옵니다. 5월 3일엔 한양을 함락하고요. 그전에 선조는 이미 평양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우리에겐 참 치욕스러운 역사이지요. 400년도 더 된 이 이야기가 ..

배움/인문학 2020.08.10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겼던 작품, 를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왜 읽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줄거리가 워낙 간단했기에 다 아는 얘기라고 여긴듯 싶습니다. 그런데 짧은 얘기 속에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 책이었어요. 쿠바 아바나의 작은 어촌 마을에 사는 산티아고는 어부입니다. 벌써 84일째 아무것도 잡아 오지 못한 운이 다한 노인으로 마을 사람들은 생각하죠. 단 한 사람만 빼고요. 소년 마놀린은 한 40여 일간 노인과 함께 고기를 잡으러 같이 나갔습니다. 산티아고에게 고기 잡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죠. 그러나 매일 빈손으로 돌아오는 걸 참지 못한 소년의 부모가 더 이상 노인과 함께 조업 나가지 못하도록 했죠. 그래도 산티아고와 소년은 서로를 위하고 서로에게 말동무가 되어주는 좋..

배움/인문학 2020.08.03

돈 키호테

어릴 때 동화로 읽고 그 내용이 전부인 줄 알고 지내온 책이 있어요. , 어릴 때는 주인공 이름이 돈키호테인 줄 알았는데요. 어른이 되어서 돈 키호테라는 걸 알았습니다. ‘돈’은 스페인어로 주로 남자의 세례명 앞에 붙는 존칭이라는 것도요. 최근에 읽은 몇몇 책에서 돈 키호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자주 눈에 들어온다는 건 이 책과 인연을 맺을 때가 되었다는 뜻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동화 속 내용은 간단했는데, 의 원역본은 700페이지 900페이지가 넘는 책들로 2권이나 되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가’하면서 청소년 소설로 눈을 돌렸습니다. 는 스페인의 국민작가라고 할 수 있는 미겔 데 세르반테의 소설입니다. 세르반테스는 젊은 시절 레판토 해전에 참전했다가 왼쪽 팔에 부상을 입고..

배움/인문학 2020.07.27

아버지의 말

1800년대 초 자녀들이 잘 크기를 간절히 바라며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편지를 써 보낸 아버지가 있었죠. ‘다산 정약용’ 선생입니다. 귀양 가서도 자식들 걱정하며 독서 할 것과 효도할 것, 세상을 제대로 살 것을 주문했었습니다. 그런데 영국에도 비슷한 시기에 그런 아버지가 있었어요.18세기 영국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이며 문필가로서도 이름을 날린 필립 체스터필드가 바로 그 아버지입니다. 네덜란드 주재 영국 대사로 머물면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1774년 책으로 출간되고 영국 상류사회에서 교과서로 사용되었다고 하는군요. 사람들의 심리와 사회상을 예리하게 파헤쳐, 삶에 꼭 필요한 지혜를 선사하는 을 읽으며 가 생각났어요.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똑같이 변화무쌍한 세상에 자녀들이 올바른 가치관..

배움/인문학 2020.07.20

금오신화

김시습의 아주 익숙한 제목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라는 문학사적 가치 때문이라도 마르고 닳도록 외웠거든요. 그런데 정작 내용은 무엇인지, 제목에는 어떤 뜻이 있는지 책을 읽고서야 알았어요. 우리나라 고대부터 중세 근현대를 거쳐오면서 이름난 작품들은 죄다 제목만 꿰고 똑똑한척했던 제가 이제야 그 작품들을 하나하나 만나면서 ‘나 완전 허술한 사람이었구나’ ‘정말 무지했구나’ 느끼고 있습니다. 는 김시습이 30대에 경주의 금오산에 약 칠 년 동안 머물렀던 시기에 썼다고 추정되어 제목이 ‘금오신화’가 되었을거라고 하는군요. 김시습은 세종대왕 때 태어나서 문종, 단종, 세조, 성종까지 다섯 임금을 거쳐가는 동안 살았어요. 그러면 엄청 오래 살았을 것 같지만 정작 쉰아홉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시습의 이름이 ..

배움/인문학 2020.07.13

리마커블 천로역정

, 책 제목만 많이 들어봤던 책인데요. 내용은 전혀 모르고 여러 도서관을 이 잡듯 수색해서 찾아냈습니다. 천로역정(天路歷程)은 일본어 번역 제목입니다. 원제는 인데요. ‘이 세상에서 다가올 세상으로의 순례길’ 정도로 해석됩니다. 300여 년 전에 ‘존 번연’이라는 영국 설교사가 지은 종교 서적입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번역된 책이라고 해요. 전 제목만 익숙한 책이었는데, 종교 관련 내용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런데 실제 읽어보니 종교서적이라고 하더라도 비종교인인 저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천로역정 내용은 ‘존 번연’이 꾼 꿈 이야기에요. 꿈속에 나오는 주인공 크리스천은 작가 자신일 수도 있고, 무거운 짐을 진 채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갖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천..

배움/인문학 2020.07.06

삼국유사

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달달 외웠던 김부식의 , 일연의 . 어느 작품이 먼저인가, 작가와 작품을 섞어 놓고 바른 것 찾기 등 많은 시험을 치러와서인지 헷갈리는 일은 이제 없습니다. 내용도 어떤 것들이 들어있다는 걸 여러 책을 통해서 알고 있는데요. 그래도 우리의 이야기, 옛날이야기를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에 도전해봤어요. 원전 해석본들은 너무나 깨알 같은 글씨들로 제 눈이 감당을 못하겠더라고요. 노안이 온 제 눈 지켜주려고 만화책과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 그 참맛을 대신했습니다.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많이 비교되는데요. 삼국사기(三國史記)는 한자 그대로 삼국(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김부식 외 11명의 당대의 문장가가 참여해서 문장이 화려하고 형식이 잘 짜였다고 합니다. ..

배움/인문학 2020.06.29

일득록

10년쯤 된 것 같은데요, 이지성 작가의 를 읽고 알게 된 을 10년이 훌쩍 지나 을 읽고 별안간 정조대왕의 어록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인문고전 50권 도전하면서 을 소개한 바 있어요. 은 로마 16대 황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의 어록이지요. 로마 왕의 어록은 읽으면서 우리나라 왕들의 어록은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반성을 좀 하면서 후기 시작합니다. 뭔가 깨알 같은 글씨로 노안이 온 저의 눈을 강타할 것 같았지만 예상을 깨고 글씨 크기나 편집, 그리고 내용도 요즘 스타일에 맞게 편찬된 것 같아서 맘에 들었어요. 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정조대왕의 이름인데요. 드라마 제목에도 있었다시피 우리는 정조대왕의 이름을 ‘이산’이라고 알고 있죠...

배움/인문학 2020.06.22

한중록

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달달 외운 지식은 시험에서 빛을 발하고 장렬히 전사했지만 굵직한 사건이나 몇몇 왕의 업적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 시대 왕들의 이야기는 책이나 영화 또는 드라마로 많이 접해서 그런 것 같아요. 영조, 정조 시대 때는 학문, 정치, 문화적으로 꽃을 피운 조선 후기라고 배웠는데요. 이는 망원경으로 조선을 비춰봤을 때 그럴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현미경으로 영조, 정조 시대를 자세히 살핀다면 암울하고 우울한 큰 사건 하나가 그 시대를 관통하고 있어요. 바로 사도세자의 죽음이지요. 의 혜경궁 홍씨는 영조의 며느리이자 사도세자의 아내로 또 정조의 어머니로 그 사건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혜경궁 홍씨가 자신의 가문에 대한 얘기며 궁궐에 대한 얘기들을 하고 있..

배움/인문학 2020.06.15

만화 사기열전 사기어록

역사서 가 항상 저의 찜 목록 상위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그 방대한 분량에 압도되어 쉽사리 도전을 엄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에 이라도 읽어보자 하고 책을 펼쳤지만 그것 역시 만만치 않은 두께에요. 정공법이 안되면 우회공략을 해볼 참으로 과 으로 미리보기를 합니다. 미리보기로 예습이 되면 실전은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벽돌책의 진입 장벽을 좀 낮춰보려고요. 사마천이 궁형의 치욕을 견디면서 자신의 혼을 담아 써내 는 하나같이 명언 명구로 장식된 정교한 갑옷 같은 책이다. 삶의 가혹한 조건 속에서 탄생한 명작이기에 깊은 생각의 단초들이 행간에 녹아 있다. (사기어록 서문 中) 는 사마천이 지었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실거예요. 사마천은 한 무제 때 태사령 벼슬을 지낸 인물입니다. 태사령은 천문..

배움/인문학 2020.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