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92

열하일기

조선 최고의 여행기,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여행기, 열하일기! 허생전의 저자 연암 박지원이 중국 열하를 여행한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책 열하일기는 지금 당장 어디든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인데요. 연암이 한 것처럼 관찰하고 살피고 듣고 적고 하면서 저의 견문을 넓히고 식견을 도탑게 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옵니다. 열하는 지금의 중국 청더시(承德市)인데요. 베이징에서 동북쪽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청나라 때 황제가 여름에 피서갔던 곳이라고 해요. 열하는 여름 피서별궁의 의미도 있지만 몽골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황제가 열하에 머무르며 자신의 세를 과시해 이민족의 침략을 막는 의미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청 건륭제의 만수절(칠순잔치)에 축하 사절로 가게 된 8촌 형인 박명원의 수행원으로 박지원이 동행하면서..

배움/인문학 2020.06.01

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예전에 전안나 작가의 책에서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을 소개하며 문사철 600을 얘기한 기억이 있습니다. 문학 300권, 역사 200권, 철학 100권을 본격적인 사회 진출에 앞서 읽어 두면 지성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제가 올해 문사철 50권을 읽겠다 목표로 정하고 지금껏 읽은 책들을 보니 문학 위주로 많이 읽었더라고요. 문학 3, 역사 2, 철학 1 비율로 읽으려니 역사와 철학면에서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논어나 맹자 도덕경 같은 고대시대 철학은 조금 아주 조금 읽었는데요. 헤겔이나 니체 사르트르 같은 근현대 철학자의 사상도 꼭 만나볼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싶어요. 철학자의 평생 공부를 녹여낸 철학서는 한 권을 가지고 평생을 공부하는 이도 있고, 일 년을 통째로 들여서 읽는 이도 있습니다만 저는..

배움/인문학 2020.05.25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100년 전에 인간의 가치가 도구로 전락하는 걸 비판한 작가가 있습니다. 벌레처럼 변해버려 가족에게 짐이 되고 사회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인간의 얘기를 소설로 그려냈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얘기는 가능할 것만 같아 소름 돋네요. 프란츠 카프카가 1912년에 내놓은 을 얘기해보려고 해요.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자신이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놀라는 것도 잠시, 그레고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여느 때처럼 출근 준비를 하죠. 변신은 했지만 그의 정체성은 몸에 맞춰 아직 변하지 못했어요. 자의든 타의든 매일 하는 걸 못하게 됐을 때 우리는 평소 해오던 습성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죠. 그레고르 역시 발버둥을 치면서까지 직장에 늦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데요. 변신을..

배움/인문학 2020.05.18

달과 6펜스

어릴 때 축약본으로 봐서인지 몰라도 서정적인 여운으로 기억하고 있는 , 화가 고갱의 삶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걸 알고서는 그 제목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던 적이 있어요. 몇 년 전 고갱 전시회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하나하나 그의 그림을 따라가다 보니 이번엔 고갱이 더 이상 이전에 제가 알던 고갱이 아니게 되더라고요. 그를 아예 다른 세상으로 인도했던 그림에 대한 열정은 단지 사랑이라는 말로는 뭔가 꽉 차지 않은 느낌이었죠. 그때 봤던 그림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를 읽으면서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떤 건지 느껴보고 싶습니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결혼 생활 17년째를 맞고 있는 40대 주식 중개인이에요. 아들, 딸을 두고 교양있는 부인과 영국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가 돌연..

배움/인문학 2020.05.11

그리스인 조르바

문사철 50권 결심했을 때 를 꼭 완독하리라 마음먹었는데요. 매번 앞부분 읽다가 다른 책으로 넘어가곤 해서 이제야 끝을 보게 됐습니다. 7년 전 고미숙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박웅현 작가의 를 만났을 때 조르바의 이름을 듣게 되었어요. 저작 능력, 독서 경험을 닮고 싶은 두 분이 강력추천하셔서 북 리스트에 저장해두었던 책입니다. 의 줄거리는 ‘나’와 조르바가 갈탄광 사업으로 만나 크레타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한 건데요. ‘나’는 바로 이 책의 작가인 니코스 카잔자키스입니다. 저자는 갈탄광 사업에도 그리고 섬에서의 일들에도 깊이 관여하기 보다는 관찰자의 입장을 취합니다. 그런 저자가 관심을 두는 것이 있었으니 조르바에 대한 모든 것이었죠. 삼십 대 중후반인 저자의 눈에 비친 육십 중반의 조르바는 다..

배움/인문학 2020.05.04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셰익스피어 하면 떠오르는 것은? 하고 묻는다면 햄릿과 그의 대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햄릿은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와 함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데요. 전 예전에 로미오와 줄리엣도 셰익스피어의 비극 작품에 든다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이어도 앞선 4대 비극과는 약간 다른 면이 없잖아 있는 것 같아요. 4대 비극에 들지 않았어도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셰익스피어는 37편의 희곡을 썼다고 전해집니다. 그중 4대 비극 못지않게 5대 희극도 우리가 익히 아는 작품들이 많아요. 초등생 때 빠짐없이 읽게 되는 소설, 이 있고요. 또 멘델스존의 클래식 곡으로도 유명한 도 재미있는 이야기에요. 그 외에 , , 가 ..

배움/인문학 2020.04.27

페스트

페스트는 도시 전체를 자기 발밑에 꿇어 앉혔다. (267쪽) 지금 코로나는 전 세계를 무대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지요. 그래서인지 가 예사로이 넘어가지 않네요. 페스트와 코로나, 한 도시와 전 세계 사이에 차이는 있겠지만 전염병이 번질 때의 혼란과 전염병에 대처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함께’의 힘으로 전염병을 극복하는 과정이 지금과 많이 비슷하다 싶어요. 194X년 프랑스 오랑에 어느 날부턴가 죽은 쥐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의사 베르나르 리외는 빈민가부터 점검에 들어가는데요. 빈민가는 죽은 쥐의 사체가 도처에 널려있었죠. 그러는 와중에 페스트로인해 건물의 수위가 죽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갑니다. 도시는 봉쇄되고 사람들은 우왕좌왕, 전염병이 돈다고 해도 아프거나 죽는 사람의 개인..

배움/인문학 2020.04.20

구운몽

학창 시절 시험에 나온다고 열심히 외운 작품 중에 서포 김만중의 이 있습니다. 꿈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과 어머니를 위해 소설을 지었다 정도만 부수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결코 의 내용이 궁금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지요. 올해 문사철 50권 읽기로 마음먹고 이책 저책 찾아보고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외국의 고전 문학은 많이 접하기도 하고 제목도 아는 게 많은 반면 한국 고전 소설은 제목만 알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 보는 책들이 많아서 조금씩 읽어 보려 합니다. 은 조선 숙종 때 지어진 소설입니다. 한문본과 한글본 둘 다 전하는데요. 제가 읽은 은 서울대 국문과 교수이신 정병설 선생님이 옮기신 을사본의 완역본입니다. 이것이 가장 오래된 필사본이라고 하는군요. 당나라 때 남악 형산 연화봉에 서쪽 천축국에서 온 육관..

배움/인문학 2020.04.13

주홍글씨

어릴 때 세계 명작소설로 읽어봤던 ,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A가 있었습니다. 어른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보니 주인공이 품었던 A가 다른 뜻으로 진화해나감이 느껴집니다. 너대니얼 호손의 작품 는 17세기 식민 시대 미국, 뉴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가 자신이 엄격한 청교도 집안에서 자라서 그런지 청교도들이 개척해 계율이 엄격한 보스턴을 무대로 잡았어요. A... (Adultery) “아무리 생각해도 헤스터 프린의 이마에 달군 쇠로 낙인을 찍었어야 하는데, 그래야 뜨거운 맛이 뭔지도 알게 되고 말이야.” (15쪽) 간통죄를 범한 죄인은 가슴에 간통을 뜻하는 A를 새기고 살아가야 합니다. 헤스터 프린은 감옥에서 갓난아기를 안고 나와 교수대에 올라서 만인이 보는 앞에 자신의 가슴에 새긴 A를 보여주며 ..

배움/인문학 2020.04.06

법구경

이 저의 집에 자리 잡은 지 어언 9년이 넘었는데요. 한 번도 들쳐 보지 않았었어요. 며칠 전 리뷰에서 리치마스터님이 법구경의 구절을 인용하여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죄를 지으면 그 악의 과보가 맞바람에 던져진 티끌처럼나에게 되돌아 온다고해요.그래서 죄를 짓고 못산다고 하겠죠?... 선함으로 악을 이기고, 진실로 거짓을 이겨야 한다는법구경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위 댓글을 보고 우리 집에도 그 책이 있다는, 매일 정면으로 책등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이참에 나도 한 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책을 사고 9년 만에 처음으로 펼쳤어요. 마치 논어 같기도, 도덕경 같기도 했습니다. 명심보감이나 채근담 같아 낯설지가 않았어요. 법구경은 부처님의 말씀을 법구가 엮어 편찬한 것입니다. ..

배움/인문학 2020.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