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127

슬로우 푸드를 품은 패스트 푸드

슬로우 푸드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친환경적으로 정성껏 키운 재료들을 가지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이 떠오른다. 왠지 슬로우 푸드는 맛은 다소 심심하더라도 건강에는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에겐 세계가 인정하는 슬로우 푸드들이 있다. 주로 아플 때 먹긴 하지만 부드러워 소화가 잘 되는 죽이 있고, 묵혀야 더 맛있는 된장, 간장이 있다. 김장도 대표적인 슬로우 푸드가 아닐까 싶다. 난 여기다 하나를 더 추가한다. 시래기국이다. 겨울 김장 무를 다 수확해서 무의 흰 본체는 김장에 쓰고 무청 부분을 잘 말렸다가 비타민 섭취가 쉽지 않은 겨우내 먹는 음식이 시래기다. 시래기의 정확한 뜻은 푸른 무청을 새끼 등으로 엮어 겨우내 말린 것을 말한다. 겨울철에 모자라기 쉬운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소가 골고..

비움/일상 2021.02.25

스마트폰이 내 마음 같을 때(GPS 수신 오류)

며칠 전 영종도에 갈 일이 있어 인천대교를 탔다. 영종도는 공항 갈 때나 해돋이 보러 갈 때, 그리고 예쁜 카페에 갈 때 등 종종 가는 곳이지만 갈 때마다 네비게이션을 켜고 가서 솔직히 길을 잘 모른다. 그저 인천대교를 건넌다는 것만 확실히 알 뿐. 평소와 다름없이 핸드폰의 티맵을 켜고 목적지를 찍은 다음 신나게 인천대교를 달렸다. 달리는 도중 티맵을 확인하니 출발할 때 남은 거리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었다. 아무리 달려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티맵을 유심히 지켜보니 GPS 수신 오류라고 떠있다. 대략난감. 네비가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도로에서 나는 눈뜬 장님이나 마찬가지인데. 일단 심호흡을 크게 하고 인천대교를 넘어가면 어딘가에 멈출 만한 곳이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식은 땀을 흘리며 앞만 ..

비움/일상 2021.02.23

고속버스, 네 덕분이다

나의 중고물품 거래 역사는 15년이나 되었다. 아이 용품 중 거대한 식탁이 첫 거래 품목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그 물건이 팔린 게 신기하고, 그걸 팔려고 애썼던 내가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아이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필요할 것이라 미리 짐작하고 사들인 아이 물품이 많았다. 그중에 유아 식탁은 정말 왜 샀나 싶을 정도로 밥 먹는 용도 보다는 인테리어 용으로 쓰였다. 그 식탁이 제 역할을 못 한다고 생각하니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 주위에 줄 만한 사람도 없었고. 고민하다가 육아 사이트에 중고물품 팔던 사람들이 떠올라 나도 한번 팔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은 당근마켓이 있어 동네 거래가 가능한데, 십여 년 전에는 인터넷 사이트에 사진을 올려 전국에 내 물건을 알리고 택배로 거래하는 수밖에 ..

비움/미니멀 2021.02.19

방구석에서 돈 벌기

작년에 주부의 연봉은 얼마일까? 계산해봤는데, 눈에 보이는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을 벌고 있다 생각하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연봉 0원을 유지하고 있는 나는 소득세를 한번 내 보고 싶다. 2020/07/31 - [비움/일상] - 시간을 들여 돈을 버는 일 시간을 들여 돈을 버는 일 주부의 가사 노동은 얼마의 값어치가 있을까요? 과거엔 주부라면 당연히 하는 일이라 여겨 가사 노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월급도 당연히 없었고요. 그래서일까요? 전업주부는 논 ggumtree.tistory.com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나는 너무나 잘 실천하고 있어서 지인들이 여기저기 들쑤셔도 요지부동 복지부동 내 자리만 꿋꿋하게 지키고 있..

비움/미니멀 2021.02.18

전세 노마드의 전성기

디지털 노마드 재테크 노마드, 바야흐로 노마드 전성시대. 여기에 난 전세 노마드를 하나 더 보탠다. 몽골에나 있을 유목민. 우리와는 생활 방식이 다름에도 유목민이라는 말, 즉 노마드가 우리에게 깊숙이 파고들어 친숙한 단어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발전된 디지털 장비를 이용하여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고, 온라인에 자신의 빌딩을 차곡차곡 세우는 사람들이다. 돈 가치는 하락하고 자산 가격은 급속도로 오르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둘째라도 가는 게 아니라 벼락 거지가 된다고 재테크 노마드가 인기다. 주식이냐 부동산이냐처럼 간단한 대분류가 이제는 직접투자 간접투자 단타 장투로 나뉘는 것뿐만 아니라 부동산도 아파트 토지 상가로 경매와 공매로 나뉘며 차익실현..

비움/일상 2021.02.16

첨세병에 소망을 가득 담아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떡국을 ‘백탕(白湯)’ 혹은 ‘병탕(餠湯)’이라 적고 있다. 즉, 겉모양이 희다고 하여 ‘백탕’이라 했으며, 떡을 넣고 끓인 탕이라 하여 ‘병탕’이라 했다. 또 나이를 물을 때 “병탕 몇 사발 먹었느냐.”고 하는 데서 유래하여 ‘첨세병(添歲餠)’이라 부르기도 한다. 보통 설날 아침에 떡국으로 조상제사의 메(밥)를 대신하여 차례를 모시고, 그것으로 밥을 대신해서 먹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떡국 (한국세시풍속사전) 설날에 떡국을 먹는 이유는 지난 해의 묵은 때를 버리고 깨끗하고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자는 뜻인데, 난 사시사철 떡국을 먹는다. 떡을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반찬 없을 때, 혹은 갑자기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을 때 인스턴트급으로 휘리릭 떡국을 끓여낼 수 있어 한끼 해결..

비움/일상 2021.02.15

몸이 하는 말, 마음이 전하는 소리

응급실 살려는 사람, 살리려는 사람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피와 땀의 드라마 몸과 마음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혼연일체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몸을 쉴 틈 없이 과하게 움직이면 마음이 괴롭고마음을 심하게 쓰면 몸이 덩달아 몸살이 나기도 한다. 그걸 알면서도... 한 달여 동안 마음을 호되게 썼다.자기 계발한다고 아등바등해도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어 이거 저거 궁리하느라 마음 쓰고,이사 계획이 잡혀서 사는 집도 보여주고 살 집도 보러 다니느라 신경 쓰고전세로 살지 내 집을 가질지 고민에 또 고민... 고민의 연속이 와중에 남편은 묵언 수행을 하고 있어서 내 마음은 사포에 쓸리는 느낌이었다. 결국 탈이 났다. 도저히 몸을 가눌 수 없어 쓰러지고 내 입으로 병원을 외쳤다.아픈 것이 두렵..

비움/일상 2021.02.10

조선에서 배달음식을?! - 효종갱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라는 말 자주 합니다. "배달"은 물건을 배달한다는 뜻이 아니라 밝은 땅을 뜻하는데요. 오늘 말하고픈 배달은 말 그대로 배달입니다. 각종 다양한 배달 어플이 있고, 동네 시장도 배달 앱을 이용한 서비스를 할 정도로 우리에게 배달은 아주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배달이 잘 되니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신속 정확 배달에 엄지를 치켜세우며 놀라곤 하죠. 정보통신이 발달한 덕에 전국 어디서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요. 과거에도 배달은 있었어요. 스마트폰은 없었지만 새벽마다 오는 신문 배달이 있었고요. 우유배달, 야쿠르트 배달, 또 일일 학습지 배달도 있었죠. 제 과거만 되짚어 봐도 배달 역사가 50년은 족히 넘겠다 싶었는데요. 그런데 조선 시대에도 배달 음식이 있었다고 하면 믿어지..

비움/일상 2021.01.28

곱창김과 달래간장이 집나간 입맛을 찾습니다

오래전에 그런 기사를 하나 봤어요. 서울에 유독 고시 합격자가 많이 나오는 한 하숙집에 대한 내용이었는데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그 하숙집을 방문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식단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요. 하숙생들이 뭘 먹어서 머리가 똑똑한가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하숙집 주인아주머니께서 별다른 건 없다고 하시면서 365일 빠지지 않고 김 반찬을 내놓는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한때 김 반찬이 유행했었습니다. 김은 예로부터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밥반찬이죠. 그냥 불에 구워도 먹고, 기름 발라서도 구워 먹고요. 요즘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이 김 반찬을 사랑하고 있지요. 한국에 온 해외 여행객들이 박스채로 사가는 모습을 자주 봤었는데,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었네요. (코로나 끝나면 다시 예전 인기가..

비움/일상 2021.01.26

윷놀이 - 도의 새로운 발견

아무리 좋은 놀잇감이 많이 나와도 설이나 추석이 되면 으레 구관이 명관이라고 윷놀이를 합니다. 나이 성별 상관없이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고, 많은 장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서 언제나 즐길 수 있는 놀이지요. 20일 후면 설 연휴가 시작되고, 여느 때와 달리 고향 방문이 쉽지는 않을 거라 예상되는데요. 전 지난 추석에도 집콕하며 딸랑 세 식구로 윷놀이를 즐겼습니다. 아마 이번 설에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남편과 딸과 함께 또 셋이서 윷놀이를 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윷놀이할 때면 모와 윷이 나오면 한 번 더 던질 수 있어서 자주 나오기를 바라지만, 개나 걸은 다음 사람에게 잡히기 딱 좋은 위치라 그저 피하고만 싶습니다. 특히 도는 모와 윷만큼 자주 나오진 않지만 모 언저리까지 갔다가 뒤집힌 거라 여겨 찬밥..

비움/일상 2021.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