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82

오렌지가 실어다 준 익숙한 동네 냄새(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이사하고 나면 꼭 동네 투어를 한 번씩 한다. 새롭게 살게 될 동네에는 무슨 가게들이 있고, 급할 때 찾게 되는 약국이며 병원은 어디에 붙었는지 알기 위해서다. 몇 년이 될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 불편함 없이 지내려면 동네 투어는 필수다. 지난 주말 남편과 함께 동네 투어를 했다. 먼저 아파트 단지 내를 돌며 남편에게 관리 사무실 위치를 알려주고 커뮤니티 이용 방법도 설명해주었다. 아파트 밖으로 나가봤다. 정문 앞 길 건너에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벌써 많이 올라와서 1~2년 후면 입주할 것 같다. 2년 뒤 한번 고려해 볼 아파트로 마음속에 찜해둔다. 후문으로 나가니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상가가 즐비하다. 우리 아파트 쪽에는 편의점과 부동산 중개 사무소, 반찬가게, 세탁소, 태권도 학원, ..

비움/일상 2021.03.21

봄의 전령사 쑥이 왔다

오래전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에게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선생님의 저서 동의보감에 관련된 강의였는데, 강의 내용 대부분을 다 잊어먹고 한 가지만 기억하고 있다. "언제부터 봄일까?" 2월 4일 입춘이 되면 봄인지... 3월 새학기 시작될 때가 봄인지... 아니면 아예 벚꽃피는 4월이 봄인걸까? 선생님은 2월도 3월도 4월도 다 봄이 오는 때라고 하셨다. 2월 4일 입춘은 하늘에 봄이 와서 대기의 찬 기운이 서서히 봄기운으로 바뀌어 간다고. 3월 5일 경칩에는 땅에 봄이 스며드는 것이고. 4월 4일 청명에 비로소 인간에게 봄이 온다고 하셨다. 아! 그래서 2월엔 꽃샘추위가 있고, 3월은 봄이라고 해도 겨울 옷이 필요했던 거였구나. 인간에게 봄이 오기 전 땅에 봄이 올때쯤 곧 봄이 올 것이라고 알려주는 ..

비움/일상 2021.03.19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왜 집값이 오를까?

진보 정권은 공공, 공정, 공평에 치중한다. 왜? 자본주의 제도 아래 사는 우리는 공산국가와 달리 사유재산 소유가 가능하다. 사유재산이 인정되기에 개인의 노력에 따라 재산이 늘어나고, 또 늘어난 쪽으로 재화는 더 몰리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벗어나기 힘들다. 애초에 운동장이 기울어져있기 때문. 그래서 기회가 평등하지 않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 부의 양극화는 더 심화되었고, 국민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 커졌다. 박탈감을 느낀 국민들은 진보정권 등판을 간절히 원했다. 여론을 등에 업고 정권을 잡은 진보 정권은 무엇이든 하면 박수받고 지지율이 공공행진했다. 그들이 말하는 공정과 정의에 국민은 공감했다. 이전의 정권에서 경제 성장의 결과물을 ..

비움/일상 2021.03.18

디지털이 점점 어려워지는 나이, 소외되고 싶지 않다

4~5년 전쯤 프린터를 교체해야 할 시기가 되어서 어떤 거로 바꿀까 고민을 잠시 했다. 가성비도 따져보고 브랜드도 고려하다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여러 기능을 다 쓸 수 있는 복합기로 결정했다. 이전에는 프린터만 이용해왔기에 스캐너, 복사, 팩스 기능을 집에서 쓸 일이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신기하게도 사고 나니까 여러 기능을 사용할 일이 생겼다. 복합기는 사용 방법이 어렵지 않아, 디지털에 자꾸 뒤처지는 나에게도 프린터, 팩스, 스캐너 복사 등은 눈감고 할 정도로 쉬웠다. 그 복합기는 데스크톱 컴퓨터에 연결이 되어있어서 노트북을 사용할 때는 프린트 할 일이 있으면 데스크톱 컴퓨터에 가서 따로 프린트하곤 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했던가? 난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노트북에서 데스크톱으로..

비움/일상 2021.03.17

무인도 탈출기(고딩 1주일 후기)

이사와 아이 고등학교 입학이 며칠을 사이에 두고 진행되었던 탓에 아이는 새집 적응과 더불어 학교 적응도 함께 해야했다. 고등학교엔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던, 그러나 일찍이 전학을 갔던 친구 1명(그 친구는 다른 반) 외에는 아는 친구가 전혀 없어 입학식 날 무인도에 있다가 살아 돌아왔다고 말했던 딸. 그래도 한 주 등교하고 한 주는 온라인 수업이니 무인도에 있는 기분도 주 5일만 느끼면 될 것 같아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아이 학교 3학년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3학년은 전면 등교수업에서 2주 비대면 수업으로 바뀌고 그에 맞춰서 1, 2학년은 매일 등교하게 되었다. 내심 전 학년 비대면이기를 바라더니만…. 기대와 다르게 무인도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고 걱정하며 등교하는 아이를 보며, 아이나 어른..

비움/일상 2021.03.16

잦은 이사가 만들어 주는 집에 대한 생각들

이사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바뀐 집에 금세 적응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아직은 어색한 부분이 있다. 방 세 개와 거실이 나란히 일렬로 있는 4bay는 금세 적응이 되었다. 뭐 적응이랄 것도 없이 전에 집과 같은 구조였기에 어색함 제로였다. 그 외에는 다 달라서 하나씩 둘씩 적응해나가는 중이다. 밥그릇 찾느라 수납장 다 열어보고, 믹싱볼 찾다가 어디 넣어뒀는지 기억이 안 나서 그냥 냄비로 대체하기도 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본능만 가진 동물은 또 아니기에 바뀐 환경에 순식간에 적응하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우린 본능과 더불어 습관이라는 무서운 습성을 가졌기 때문.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에 위협받는 정글의 생태계라면 모를까, 밥그릇 못 찾는다고, 믹싱볼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해서 내 ..

비움/일상 2021.03.15

이사 후유증

내가 직접 몸을 써서 짐을 나르지 않았는데도 삭신이 쑤시고 결린다. 몇해 전만해도 고된 줄 모르고 마냥 즐겁게 이사를 했는데, 한해 두해 나이 먹어가며 이사는 더 고되게 다가온다. 이사 전문가들에게는 짐싸는 건 일도 아니고 짐 푸는 것도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었다. 우리 가족의 생활 턴전이 단 몇 시간만에 한 트럭에 다 옮겨담아 지는 게 너무 신기했다. 레고 조립하듯 요렇게 조렇게 짜맞춰 트럭안에 들어갔다가 새집에와서 이렇게 저렇게 풀어 제자리 찾아가는 것도. 집주인은 이리 온 몸이 결리는데, 내 살림은 괜찮을까? 그들도 잦은 이사에 몸이 노곤할지 모르겠다. 이사를 하며 다시금 다짐했다. 이쁜 쓰레기는 절대 사지말자!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더더 살림을 줄이자! 그래야 몸이 덜 피곤할 것 같다. 다음 이..

비움/일상 2021.03.08

자동차 연료 경고등이 켜지면

운전을 시작한 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고속도로 국도 가릴 것 없이, 여러 지방을 넘나들며 운전을 해왔다. 그러나 나의 운전 경력은 거의 시내 주행으로만 쌓아왔다고 할 수 있다. 난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운전을 좋아하기에 더 편안한 운전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운전을 싫어해서 가족이 함께 움직일 때면 주로 내가 운전하는 편이다. 둘 다 운전을 싫어했으면 어쩔뻔했을까 생각하니 그런 면에서는 잘 만난 듯하다. 딸은 태어나고 2주 후부터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서 그런지 엄마가 운전하는 차를 타면 참 편하다고 말한다. 딸의 평가 덕에 나름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생각했다. 난 안전제일 주의 드라이버니까. 안전제일주의 운전자라도 사고를 비켜 갈 수는 없었다. 내가 낸 사고는 없었지만, 가만히 있는 ..

비움/일상 2021.03.05

어제를 보며 오늘이 더 나은 날인지 알아간다

작년엔 전대미문의 코로나 위기를 겪으며 혹독하게 훈련이 되어서 그런지 올해는 학사 일정에 맞춰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예년보다 준비해야 할 것이 더 추가되기는 했지만, 학교 가는 아이의 얼굴에 설렘이 가득하다. 이 시국에 학교에 가도 걱정, 가지 않아도 걱정이라고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학교에 가는 것이 기대되고 즐겁고 한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과연 입학식이 제대로 진행될까 했는데, 백신 접종 소식과 함께 정상적인 입학 소식은 희망을 알리는 희소식이자 들뜨는 봄소식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줘야 하는 유치원 입학, A부터 Z까지 다 알려줘야 하는 초등 입학, 할 수 있는 게 하나둘 늘어난 중학교 입학을 뒤로하고 십 대의 마지막 입학을 했다. 올해부터 고등학교 의무 교육이 시작되어 운 좋게도..

비움/일상 2021.03.03

파테크까지 해야되는 건가?

며칠 전 저녁 반찬으로 된장찌개나 해먹을 요량으로 아파트 상가 마트에 들렀다. 꼭 필요한 것만 사 나오려고 대파 한 단 들고 얼른 계산대로 향했다. “픽!” 바코드 찍히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사장님 목소리가 들렸다. “7,800원입니다.” “네? 7,800원요?” “네. 대파 값이 많이 올라서요.” 여기서 대파를 놓고 갈 것인가, 그래도 들고 갈 것인가 3초 고민하다가 7,800원 내고 대파를 사 왔다. 우리 가족은 유독 대파를 심하게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대파가 반찬에 거의 약방의 감초격으로 들어간다. 특히나 된장찌개에 대파가 빠지면 너무 섭섭하므로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 왔다. 음식 재료 살 때 보통 가격을 잘 안 보고 산다. 왜냐하면, 1~200원 차이, 혹은 1~2천 원 차이가 난다고 내..

비움/일상 2021.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