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6

토지 20

토지 마지막 이야기 지난 3월에 시작한 토지가 드디어 오늘 막을 내립니다. 거의 5개월 정도 달려왔네요. 처음 토지를 읽기 시작했을 때 마지막 20권은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졌어요. 과연 완독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매주 한권씩 읽어나가니 끝이 오기는 오는군요. 주로 지식도서만을 읽어왔던 터라 소설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부담감이 살짝 있었는데요. 토지여서가 아니라 시대와 함께 숨쉬며 역사를 살아 나온 소설에는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합니다. 더군다나 토지에는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일제강점기 시대 '아무개' 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그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시대라는 씨줄이 나열되어 있다면 개개인들이 날줄이 되어 촘촘히 천을 짜듯이 이야기를 만들고 사건을 일..

배움/인문학 2019.08.12

토지 18

자손의 핏줄을 타고 돌게 되는 나의 모든 것 토지에는 남녀간의 사랑 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시국을 한탄하고 앞으로의 일들에 저마다의 생각을 얘기하는 것이 종종 나옵니다.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은 스쳐가는 바람처럼 왔다가 금방 사라지는 정도지요. 때로는 애욕에 사로잡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포로가 되는 장면도 심심찮게 그려지는데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전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가지고 싶다는 소유욕일 뿐이지요. 대부분 힘으로 또는 신분을 이용해 주로 남자가 여자에 대해 욕심을 부립니다. 여자와 노비는 주권이 없는 시대라 이해는 하지만 그런 장면이 나올때마다 참 씁쓸했어요. 양현이는 이상현과 기화 사이에 난 딸인데요. 양반 가문의 핏줄을 절반은 타고났기에 상현이 집에서 양현이를 호적상 딸로 받아들입니다. 서희가 애..

배움/인문학 2019.07.29

토지 17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오늘은 토지 5부의 2권, 17권의 얘기로 시작합니다. 18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토지가 1940년을 넘어 이제 광복이 머지않았어요. 짧은 책(사실은 大河라고 할 만큼 어마어마한 분량)에 그 치욕과 슬픔의 역사를 다 싣는 다는 건 무리일거에요. 역사에 기록된 일들은 굵직굵직한 일들이기에 혁명가, 운동가가 아닌 평범한 민중들의 삶은 이런 소설이 아니면 어디서 만나볼 수 있을까 싶네요. 물론 소설의 내용이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니겠지만 대부분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어서 당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잘 알 수 있어요. 유인실과 오가타 얘기가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는 인물들 얘기일 듯한데요. 국경을 초월한 한일간의 사랑. 지금 같아선 아름다운 얘기로 비춰질 수 있지만 식민..

배움/인문학 2019.07.22

토지 16

나이들어도 다정다감 로맨스는 좋습니다. 드디어 토지의 마지막 이야기인 5부가 시작되었습니다. 5부는 시간이 쏜살같이 달려 벌써 1940년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가족들을 데리고 간도로 갔던 홍이는 어엿한 중년이 되어 사업을 잘 하고 있구요. 물론 홍이와는 아버지 다른 임이가 홍이 어릴 때 업어 키웠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해서 돈을 뜯어간다거나 아예 홍이 집에 눌러 붙는 불상사가 생기긴 하지만 일도 가정도 잘 꾸리며 살고 있습니다. 명희는 조용하의 정신적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가 통영의 작은 분교에서 선생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조용하가 자살을 합니다. 자신 폐암이기도 했거니와 돈만 있었지 평생 이렇다하게 잘 산 것 같지 않은 자괴감 때문이었을까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조용하의 많은 재산..

배움/인문학 2019.07.15

토지 15

두려움으로 강력해진 존재 전 토지를 15권까지 읽어오면서 조선 후기, 일제 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힘없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힘없는 사람들이란 돈 없고 권력 없는 신분제도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겠지만 그보다도 토지에서 본 힘없는 사람들은 여성들, 그리고 아이들이었습니다. 배운 남편이든 못 배운 남편이든 돈이 있는 집이건 없는 집이건 아내를 함부로 하는 인물들이 토지에서 계속 등장하는데요. 그 대표적 인물이 김두만이에요. 두만이는 조준구를 몰아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최참판댁 습격을 할 때 슬쩍 멀리 몸을 피했던 김이평의 첫째 아들입니다. 김이평이 몸을 피할 때 두만이도 함께 데려갔어요. 서희가 평사리 집을 다시 찾고 마을도 조준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옛말 하고 사는 시대가 되니 ..

배움/인문학 2019.07.08

토지 14

제 앞만 쓸고 사는 것이 장부겠습니까 월요일은 토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긴 호흡으로 읽는 책이어서 그런지 반을 넘어온 토지가 14부에서는 좀 힘을 빼고 쉬는 느낌이 들어요. 그렇게 극적인 부분이랄까 긴박한 부분이 다른 편보다 적어서 '그 외 인물'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마음은 쓰이지만 굵직굵직한 사건과 많은 이야기를 가진 인물들에 좀 밀려났었던 관수 이야기인데요. 서희, 길상이, 용이, 월선이, 홍이 등 평사리의 인물들과 동고동락하며 시대를 힘들게 살아온 인물입니다. 토지 1부에서 조준구가 서희 재산을 차지하고 흉년에 자신에게 고분고분한 사람들에게만 곡식을 나눠줄 때 마을 장정들이 최참판댁을 쳐들어갔어요. 그때 관수도 길상의 친구로 함께 했었지요. 주변 인물일거라 생각했는데, 관수는 토지 4..

배움/인문학 2019.07.01

토지 13

희망이 조금씩 움직이다 토지 4부가 시작됐습니다. 옛날 인물들이 대거 퇴장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많이 나와요. 3부까지 자주 만나며 친분을 쌓아 온 인물에 대한 애정을 좀 과시할까 싶었는데, 안면도 안 튼 이들의 새로운 등장에 마음이 옮겨가기 좀 바빴습니다. 한복은 김두수(거복이) 동생이며 죽은 서희의 아버지 최치수를 살해한 김평산의 둘째 아들이에요. 두수가 아비 김평산을 속 빼닮았다면 한복이는 어미 함안댁의 성품을 그대로 물려받았어요. 거복이는 일찍 평사리를 떠나 지금은 일본 순사부장 노릇하며 독립 운동가들을 눈에 불을 키고 쫓고 있는데요. 반면 한복이는 살인죄인의 아들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평사리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살아갑니다. 살인죄인의 자손이라는 주홍글씨를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배움/인문학 2019.06.24

토지 12

불운할 때는 불운만 찾아온다 월요일은 토지, 12번째 이야기 이어갑니다. 박경리 작가는 토지에서 주요 인물들의 죽음은 상세하게 묘사를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죽고 난 뒤에 다른 사람의 기억에서 소환을 시키거나 주고받는 대화 속에 잠시 잠깐 등장 시킵니다. 그런면에서 봉순이도 ‘섬진강에 몸을 던졌다 카대요.’ 라는 지나가는 말에 그의 짧은 삶이 마무리되어 담겼습니다. 저는 미처 이별 준비를 못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월선의 죽음과는 또다른 느낌이라 토지의 문장들 속에서 봉순이를 더 찾아보고자 애썼어요. 죽음의 순간을 알려주었더라면 그 상황에서 같이 슬퍼하고 아파했을텐데, 작가는 그보다는 오히려 여운을 더 오래 남기려했던 것일까요. 두고두고 여러 사람의 기억 속에서 봉순이가 소환됩니다. 이상현의 기억에, 서희..

배움/인문학 2019.06.17

토지 11

죽음으로 삶을 완성하다 한주 잘 보내셨나요? 월요일은 토지 하는 날입니다. 드라마도 아니겠고 재밌는 예능도 아닌데, 왠지 월요일이 기다려집니다. 토지를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권만 읽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저 사실 예전에 2권까지만 읽어더랬는데...). 블랙홀 같은 토지, 한권을 끝낼 때마다 다음 얘기가 궁금해서 일주일 내내 토지만 읽고 싶도록 만드는 토지. 11권 이야기 시작합니다. 토지의 등장인물은 모두가 주연이자 모두가 조연입니다. 매주 한편씩 후기를 쓸 때 미처 다 소개해드리지 못하는 인물들이 자꾸 생겨나요. 서희와 길상에게 초첨 맞추다 보면 용이와 임이네를 놓치게 되고, 홍이 얘기를 쓰다보면 봉순이와 상현이 얘기를 건너뛰게 됩니다. 오늘은 자신의 얘기가 언제쯤 나올까 기다리던 두 여인의 얘기..

배움/인문학 2019.06.10

토지 10

토지의 욕망, 사람의 욕심 월요일은 토지 하는 날... 토지 잘 하는 토지 블로그이고 싶은 꿈트리 꿈틀꿈틀입니다. 어느덧 10권, 스무 권의 절반을 왔어요. 매주 한편씩 후기를 쓰지만 사실 대작을 읽고 그 감동과 재미를 표현하기엔 많이 모자란다 생각해요.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요. 그래도 계속해서 후기를 남겨봅니다. 기록이니까요. 나중에 글을 보고서 내가 지나온 과정을 알게 될 것이고 그리고 부족한 글이 모이고 쌓여서 좋은 글로 조금씩 옮겨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어서요. 5부 능선 넘은 저를 셀프 축하하며, 10권의 얘기 이어갑니다. 10권에서는 홍이의 얘기를 비중있게 다룹니다. 작가의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느낌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서희와 길상이도 가져보지 못한 혼인 얘기가 상세하게 나와..

배움/인문학 2019.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