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127

루이 14세 이야기 (주: 역사이야기 아님)

난 루푸스 환자다. 2005년 아이를 낳고 병명을 모른 채 시름시름 앓다가 1년이 지나서 병을 알게 되었다. 2006년 11월 루푸스 진단을 받았다. 루푸스가 뭐예요? 루푸스의 정확한 이름은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이며, 주로 가임기 여성을 포함한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이란 외부로부터 인체를 방어하는 면역계가 이상을 일으켜 오히려 자신의 인체를 공격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피부, 관절, 신장, 폐, 신경 등 전신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루푸스는 만성적인 경과를 거치며 시간에 따라 증상의 악화와 완화가 반복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늑대에게 물리거나 긁힌 자국과 비슷한 피부 발진이 얼굴에 나타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사람에 따라 루푸스가 발병하는 위치도 증상도..

비움/일상 2020.12.04

영어 토크 콘서트에 초대합니다

첫번째 토크콘서트 영어 토크 콘서트 들어보셨나요? 우리말로 하는 토크 콘서트는 제가 몇 번 청중으로 참여해본 적이 있는데요. 영어 토크 콘서트는 꿈블리 바이올렛님을 통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언젠가 테드 강연 무대에 서는 것이 꿈인 바이올렛님은 평소에도 테드 무대 같은 걸 경험해보시려 영어 토크 콘서트를 기획하셨어요. 벌써 3회째입니다. 전 첫 회 때부터 청중으로 참여했었어요. 연사 7분이 선정된 주제에 맞게 자신의 생각을 10분 정도 발표하는 형식인데요. 전 솔직히 반 정도나 이해했을까요? 그래서 옆에 아이를 앉혀두고 물어가며 발표하시는 분들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와 함께 콘서트를 지켜봤던 아이가 자신도 토크 콘서트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오잉? 너도? 엄마로서 무척 기쁘고 반갑긴 한데, 일..

비움/일상 2020.11.26

결혼 주례사 - 다섯 개의 공으로 저글링 하기

지난 일요일은 저의 결혼기념일이었어요. 저와 남편은 기념일을 챙기는 편이 아니지만, 작년에 아파서 병원에서 보냈기에 올해는 남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올해 건강하게 기념일을 맞이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나들이하려고 마음먹었다가 미세 먼지가 너무 심해서 계획을 바꿨어요. 서점 나들이로요. 책 쇼핑을 하고 외식을 하기로 했지요. 식사하고 나오는 길에 꿈블리 줄리 님을 만났어요. 반가움에 얘기 잠깐 나누다 서로의 결혼기념일이 같다는 걸 알았습니다. 세상에!!! 기념일이 같은 사람을 처음 만납니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서 우리가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은 날에 결혼 한 사람을 만나다니 서로가 신기하다며 소오름!! 했었습니다. 전 2003년 11월 15일에 결혼을 하고 올해로 17년이 되었는..

비움/일상 2020.11.17

어른을 기다리다

어른은 품격이 있습니다. 구구절절 자신을 뽐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그것이 어른의 경지라고 배웠어요. 어른은 앞에서 길을 열어주는 사람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이슬을 맞으며 길을 만드는 사람이 어른이지요. 어른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흔들릴 수 없는 사람입니다. 뒤에서 믿고 따라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들도 좌표를 잃고 방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 어른은 누구에게 의지하고 무엇으로 위로받을까요. 아마도 지나온 시간을 성찰하며 스스로 위로하고 다시 바로 설 것입니다. 앞에서 길을 열어주는 사람은 외롭지만 외롭지 않습니다. 나로 인해 좀 더 편안하게 길을 걸을 뒷 사람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른은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담고 있는 사람입니다. 남들이 허투루 보내는 시간, ..

비움/일상 2020.11.13

월동준비를 슬슬 할 때가 왔어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어제 올 한해 읽었던 책들을 쭉 정리하면서 보니까 저는 가을 한가운데라고 할 수 있는 10월에 오히려 독서의 양이 제일 적었더라고요. 10월 한 달 뭐 한다고 책을 못 읽었지 하면서 지나간 그림일기를 들춰보았습니다. 치과 치료 다닌 날이 종종 있었고, 볼일 보러 외출도 잦았더라고요. 그리고 책 한 줄 읽고 한참 생각하고 한 페이지 읽고 책을 덮기도 해서 딴생각이 많았던 한 달이기도 했습니다.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 간다. 가을은 그런 ..

비움/일상 2020.11.05

내 마음에 시선을 고정하고... 컨투어 드로잉

제가 올해 1월부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첫 한 달은 수채화 일러스트를 했고요. 둘째 달은 선생님을 바꿔서 수업했는데, 처음 접하는 수업내용에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이름하여 ‘컨투어 드로잉’인데요.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은 아~ 하실 용어인데, 그림 문외한인 저는 네? 뭐라고요? 하며 두 번 세 번 다시 물었던 용어입니다. 난 수채화 하러 왔는데, 선생님은 왜 이상한 걸 시키시는 걸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렸어요. 관찰력과 집중력을 키울 수 있어서 그림 입문자인 저에겐 꼭 필요했던 과정이었습니다. 그림 배운지 11개월 차 되면서 ‘그림은 역시 관찰력이 뛰어나야 하는구나’를 수십 번 느끼고 있는데요. 사람 얼굴 하나 그리는데도 눈의 위치, 코의 높낮이, 머리카락 방향 등 관찰력을 많이 필요로 하더라..

비움/일상 2020.11.03

바나나는 갈색 반점을 만들며 익어갑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만 해도 바나나는 무척 비싸고 귀한 과일이었습니다. 바나나를 판매하는 단위도 지금의 한 송이가 아니라 낱개 하나씩 팔았거든요. 낱개 한 개의 값이 거의 4,000원 정도 했었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무시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날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이었어요. 소풍날이나 생일, 어린이날 등 먹을 수 있었던 바나나가 지금은 하루에도 몇 개씩 먹을 수 있을 만큼 흔해졌고 가격도 싸졌어요. 싸니까 한 송이씩 사두고 하루에 한 개씩 먹고 있는데요. 다 먹어갈 때쯤이면 바나나에 갈색 반점이 많이 생겨서 식감이 많이 떨어지곤 합니다. 바나나가 언제 가장 영양가 높고 맛있는 때 인지 혹시 아시나요? 샛노란 바나나에서 진한 노란색으로 바뀌며 갈색 반점이 점점이 생길 때가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비움/일상 2020.10.27

그것이 알고 싶다 - 대추와 밤의 진실

논어를 공부하면서 도올 만화 논어를 알게 되고 재밌게 읽었어요. 아무 때나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변함없는 재미를 줍니다. 요즘 온·오프라인 함께 논어 필사를 다시 하면서 도올 만화 논어를 또 읽고 있는데요. 재밌으면서도 꼭 알아두면 좋은 정보가 있어 나누고 싶었어요. 이전에는 혼자만 새로운 것 알았다고 우쭐댔다면, 지금은 아는 게 있으면 뭐라도 하나 더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야말로 BBC vs ABC입니다. BBC가 뭐냐고요? 영국 방송사 이름 같죠? 요즘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나누면서 BC vs AC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블로그 이전과 이후의 저의 마음을 비교해보려 단어를 만들어봤어요. BBC는 Before Blog Capability, ABC는 After Blog Capab..

비움/일상 2020.10.20

추석 잘 보내셨나요? - 추석인사의 바른 표현

추석이 지난 지 보름이나 됐는데, 뜬금없이 웬 추석 인사냐고요? 우리가 흔히 하는 추석 인사가 어법에 맞지 않다는 걸 알고계셨나요? 명절이면 어김없이 펼쳐지는 현수막을 볼 때마다 저는 좀 갸우뚱했었어요. '되세요'는 주어와 보어(위 문장에서는 한가위)가 일치하는 동사라고 배웠는데, 한가위나 명절은 듣는 사람(위 문장들에서 생략된 주어)과 같다고 볼 수 없거든요. 명절 인사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문자로 좋은 하루 되세요. 편안한 밤 되세요. 등의 인사를 받곤 하는데요. 워낙 많은 사람이 ‘되세요’ 어미로 인사를 하기에 제가 잘못 알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의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기사를 만났어요. '넉넉한 한가위 되세요'의 서술어 '되다'는 앞에 보어(補語)의 도움 없이 쓰일 수 없다. 따라서..

비움/일상 2020.10.16

전기밥솥 없이 살기 2탄 - 입맛은 정직하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주부 경력이 웬만큼 쌓여서일까? 매 끼니 밥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예전엔 압력밥솥에 밥을 하더라도 보온은 전기밥솥에 맡겼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해두고 보온 밥을 먹었다. 그러나 이젠 아무리 좋은 성능으로 보온이 된다고 해도 갓 지은 밥맛을 따라올 수 없다는 걸 정직한 입맛이 알아버렸다. 그렇기에 가족을 위해서라기보다 정직한 내 입맛에 충실하기 위해 적어도 하루 두 번은 밥을 한다. 저녁 6시 이전에 식사 준비하러 움직이면 마치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버티던 내가 쌀을 미리 불리려고 5시 30분에 잠깐 움직여서 5분을 투자한다. 이 투자가 밥맛을 많이 좌우하기에. 밥맛은 아니 입맛은 사람을 꿈틀하게 만든다. 전기밥솥 없이 살기 첫 번째 글에서 많은 분이 압력밥솥..

비움/미니멀 2020.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