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127

미니멀 라이프 - 전기밥솥 없이 살기(1탄)

결혼 전에는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살다가 결혼 후에 처음 내 손으로 밥을 하면서 전기밥솥을 샀다. 혼수품에서 빠지면 절대 안 될 품목이었기에 당시 가장 최신형 제품을 비싼 돈 주고 우리 집으로 모셨다. 남편과 나, 둘 다 직장 생활을 했기에 바쁜 아침에 밥을 해결하는 데는 안성맞춤이었던 전기밥솥. 전날 밤 예약을 맞춰놓고 자면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마이 프레셔스 밥솥’이었다. 그러기를 몇 년. 서서히 밥맛이 없어지기 시작했는지, 남편이 ‘장모님 밥’처럼 하는 방법은 없냐고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매해 가을, 추수 시즌이 되면 좋다는 쌀을 수소문해서 사들이고, 매 끼니 압력밥솥으로 새 밥을 지었기에 밥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밥맛이 없으..

비움/미니멀 2020.09.25

스며드는 것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아 고향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1차 고민)이 되었어요. 몸도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고 코로나 바이러스 걱정도 되고 해서요. 부모님께 전화드렸더니 ‘올 생각을 말아라’ 하셔서 고민이 바로 해결됐습니다. 부모님 뵈러 가는 대신 뭐라도 보내드려야겠다 싶어 뭐가 좋을까 고민(2차 고민)을 잠깐 했는데요. 수산시장에서 철 만난 꽃게를 보고 바로 선물로 낙점했습니다. 부모님께서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떠올라 멋진 선물이 되겠다 생각이 들었죠. 과일 선물이나 기타 건강식품 선물은 온라인에서 손가락 몇 번 클릭하거나 전화 한 통이면 택배 배송이 되었는데요. 해산물 택배는 처음이라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얼음이 든 아이스박스에 담겨 온 꽃게. 당일 연평도에서 조업한 꽃게라고 하..

비움/일상 2020.09.17

탐욕과 인색을 멀리하고 싶나요?

신문 기사를 보다가 탐욕과 인색에 대해 재미난 실험 기사가 나와서 유심히 봤어요. 처음엔 실험 내용이 바로 이해되지 않아 읽고 또 읽었는데요. 매주 목요일 칼럼으로 나오는 김경일 교수님의 CEO 심리학 코너입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에서 소를 키우는 실험을 했대요. 사람들에게 소를 70마리 키우는 과제를 주는데 64마리 미만으로 떨어지면 게임에서 탈락입니다. 한 라운드씩 진행되면 소는 어느 정도씩 늘어나지만 각 단계마다 20% 확률로 재난이 발생하여 소를 잃는 위험도 있어요. 소를 잃지 않으려면 참가자들 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참가자들은 두 종류의 상황에 속하게 되는데요. 자신이 가진 소의 양을 공개해야 하는 조건과 그렇지 않은 조건입니다. 실험 결과 두 종류의 상황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에 분명한 ..

비움/일상 2020.09.15

멋짐폭발 청바지에서 미세섬유가 느껴진거야

청바지 즐겨 입으시나요? 저는 한여름, 한겨울만 제외하고 청바지를 즐겨 입습니다. 실용적이고, 간편하고 때로는 스타일리시함도 느껴지거든요. 청바지에는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한 벌로 다양한 스타일 연출이 가능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애정 하는 패션 아이템이죠. 이렇듯 큰 사랑받는 청바지가 지구에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며칠 전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청바지를 세탁할 때 나오는 미세섬유가 사람이 살지 않는 북극에서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아래는 기사의 일부입니다. 청바지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의류다. 질기고 튼튼함을 장점으로 내세운 청바지는 데님이라는 면으로 만든 천을 쓴다. 원래 천막을 만들던 소재였는데, 미국인 리..

비움/미니멀 2020.09.11

제로 웨이스트 중간 점검

제가 올 1월에 한해 연중 계획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정했었습니다. 상반기가 지나서 제로 웨이스트 중간 점검을 한번 해봤어요. 변화된 부분에 잘 적응한 것도 있고요. 아직은 적응 기간이 더 필요한 부분도 있네요. 실천이 안 되는 것은 어떤 이유인지 알아보고 잘 실천할 방법을 연구해보려 합니다. 중간 점검 첫 번째, 빨래 세제입니다. 아이 태어나고 줄곧 생협 세제만을 사용했었는데요. 전성분을 굳이 신경 써서 따져보지 않아도 생협에서 대신 관리해주니까 믿고 10여 년을 써왔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플라스틱에 대한 환경오염을 생각하게 되고는 마음이 편치가 않았습니다. 대체할 제품을 찾던 저는 유레카 같은 세제를 만났어요. 소프넛입니다. 솝베리라고도 불리는 열매인데요. 물과 만나서 거품을 내고 오염을 제거하는..

비움/미니멀 2020.09.03

공부의 신이 될까? 일단 스톱워치부터 질렀다

공부의 신 강성태님을 아시나요? 한때 TV 프로그램에서 수험생들 멘토해주시는 걸 잠시 본 적 있는데요. 요즘은 유튜버로 활동하시죠. 제가 예전에 강성태 저자가 쓴 를 보고서 ‘어떻게 하루 18시간 공부할 수 있지? 그게 가능해? 역시 공신이라 불릴 만하군.’ 하며 감탄했던 적이 있습니다. 18시간도 그냥 앉아 있는 시간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오롯이 몰입한 시간이 18시간이라는 거 정말 어마어마한 공부 양인 거죠. 그렇게 공부하니 서울대를 갈 수 있었나 싶습니다. 근데 18시간 몰입한 걸 어떻게 증명할까요? 바로 스톱워치입니다. 작년 가을 겨울 환자로 지내면서 가을 겨울의 시간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것만 같아서 올 초에 다짐을 하나 했습니다. 2020 연말에는 뭔가 기억에 남는 일을 했다고 할 만한 걸 해보..

비움/일상 2020.09.01

나는 때론 무소유보다 소유가 더 좋다

몇 년 전 낯선 곳으로 이사를 하고 새로이 인연을 맺게 된 지인 중에 유독 눈물이 많은 분을 몇 분 만났어요. 나쁜 뜻으로 눈물이 많다는 게 아니라 감정이 아주 풍부하다는 뜻에서 눈물인데요. 그만큼 타인의 얘기에 공감을 월등히 잘한다는 거죠. 기쁜 얘기엔 같이 웃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아프고 슬픈 얘기엔 금새 눈물로 그 마음을 표현하는 분들입니다. 전 마음은 공감하고 있어도 눈물까지는 잘 흘리지 않는 사람이라 눈물 많은 그녀들을 처음 봤을 땐 마음속으로 적잖이 놀랐습니다. ‘공감을 이렇게나 잘하다니, 너무 감동이야!’ 하면서요. 눈물 많은 그녀들은 저에게 아픔을 나누는 법을, 슬픔을 위로하는 법을 몸으로 직접 알려주었어요. 최근엔 마음을 찐하게 담은 선물로 저를 또 감동하게 해주셔서 제 마음엔 단..

비움/일상 2020.08.21

지상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여러분은 어떤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하세요? 예능 프로그램? 아니면 스포츠 경기 관람? 아니면 영화도 있겠고요. 컴퓨터 게임도 요즘은 빼놓을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가 됐어요. 보는 것 말고 직접 몸으로 하는 생활체육을 여가시간에 즐기는 분들도 있지요. 제 지인은 시간 날 때마다 등산을 하시더라고요. 등산도 훌륭한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전 어떤 여흥을 즐겼나 한번 돌이켜봤더니요. 주로 영화를 많이 보러 다녔고요. 카페투어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몸으로 직접 즐기는 생활체육은 스쿼시도 좀 해보고, 수영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는 그 모든 엔터테인먼트를 일시에 다 중단했어요. 아이를 돌봐야 하니 사람들 만나서 카페투어 하기는 당연히 안됐고요. 그 당시 개봉 영화에 대해선 아예 깜깜합니다. 운동..

시간을 들여 돈을 버는 일

주부의 가사 노동은 얼마의 값어치가 있을까요? 과거엔 주부라면 당연히 하는 일이라 여겨 가사 노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월급도 당연히 없었고요. 그래서일까요? 전업주부는 논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죠. 다행히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전 전업주부로 살고 있지만 놀고 있다고 말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전엔 전업주부라는 타이틀이 살짝 부끄러울 때가 있었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집안일을 척척 해내는 수퍼맘을 만나면 더욱 그랬었죠. 남편은 그런 말을 했었어요. 집안일 하고 아이를 잘 키우는 게 큰돈을 버는 거와 맞먹는다고요. 그러나 제 마음에는 집안일도 하고 눈에 보이는 돈도 벌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남편의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https:/..

비움/일상 2020.07.31

이제는 거북이 mom이 되어야 할 때

딸은 가끔씩 아니 수시로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또 자신에게 질문을 하라고 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나에게 테스트해 볼 겸 배운 것 복습할 겸 겸사겸사. 학교 졸업한지 몇 십년이 흘렀건만 난 초등 1학년부터 중3까지 계속 훑고 있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고1, 2, 3도 다 강제로 복습해야만 할 것 같다.2주 온라인 수업(이라고 쓰고 자유시간이라 읽는)하고 한 주 등교하는 시스템이 두어 달 이어지니 이제 이 체제에 완전적응을 한 모양이다. 계속 온라인 수업을 해도 문제없을 것 같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난 더 복습을 빡세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밥하다가도 불려가고, 책 읽다가도 불려가고, 일기 쓰다가도 불려가서 복습하는 엄마라니. 엄마의 하드코어 집안일에 “강제 복습”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