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127

좋아하는 걸 드디어 찾은 걸까?

2019년 12월 마지막 날 글을 쓰면서 2020년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보리라 다짐을 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리 재고 저리 재느라 마음속에서만 몇 번이나 성을 쌓고 허물고 했을텐데요.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요. 1월 첫째 주부터 당장 실천에 옮깁니다. 그림 배우기를 시작했어요. 코로나에 발목 잡혀 몇 주를 쉬긴 했지만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아직 생기지 않네요. 선생님이 시범을 아주 잘 보여줌에도 어처구니없는 그림이 탄생하면 이거 계속하는 거 맞나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도 집중하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잘그리고 못그리고를 떠나서 몰입하는 훈련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수업하는 시간은 다른 수강생이 없어 오롯이 선생님과 저 둘만 수업하거든요. 사생활 얘기도 하고, 궁금한 것 있으면 바로 물어도 보고요..

비움/일상 2020.04.08

슬기로운 집콕생활

지난 주 망고보드를 배웠어요. 먹는 망고만 알았지, 썸네일 만드는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완전 신세계입니다. 배운거 까먹기 전에 활용해봤어요. 제가 반나절 망고보드에 매달려 있는 걸 본 딸이 너무 답답해하며 자신도 만들어보겠다고 컴방에서 몇 십분 남짓 만지더니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네요. 옴뫄! 저 기죽어요ㅠㅠ 함께 읽으면 재미져요.2020/03/03 - [비움 tree/삶은 순간의 합] - 코로나로 바뀐 일상코로나로 바뀐 일상코로나로 바뀐 일상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우리 집에 직급이 3개 생겼다. 이부장(남편) 이대리(딸) 그리고 . . . 정주임(나) 이부장은 지난주 갑자기 목이 따갑다고 했다. 혹시 코로나? 방콕중인 이대리..ggumtree.tistory.com

비움/일상 2020.04.07

살림을 살다

살림은 ‘살리다’라는 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고, 산 사람은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살림일 텐데요. 저는 사실 살림을 우습게 알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고백하자면 집안 살림은 바깥일을 할 능력이 안 되어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라 여겼던 거죠. 해도 티가 안 나고, 안 하면 안 한 티가 확 나는 그래서 매일 쓸고 닦고 해야만 일상이 유지되는 비합리적이고 피곤한 일이 살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되도록 집안일을 멀리하려고 했어요. 결혼 전까지 학생 때는 공부한다는 이유로, 직장인일 때는 회사 다닌다는 핑계로 요리조리 살림을 피해 다녔습니다. 결혼 후에도 출산 전까지는 워킹주부였기에 살림을 했다고 말할 수준이 못 되고요. 아이 낳고 육아와 살림이 저의 양어깨에 툭 하..

비움/일상 2020.03.20

모노노케 히메

얼마 전부터 넷플릭스에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이 줄줄이 오픈되기 시작했습니다(왓챠에서도 볼 수 있어요). 미드, 중드, 코난까지 달릴 만큼 달린 딸에게 또다시 정주행할 타깃이 생겨서 아이는 즐거움의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지브리 애니메이션들 중에 는 아이가 어릴 때 이해하기 좀 어려울 것 같아서 보여주질 않았는데요.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보고는 인생 영화라며 엄지 척을 어찌나 하던지요. 아이가 엄지 척을 수없이 한다는 건 제가 꼭 봐야만 하는 영화라는 뜻입니다. 아이가 조르고 졸라서 를 강제 시청하고, 또 외압에 못 이겨 리뷰까지 쓰고 있습니다. 한 달 가량 버텼으니 제 나름 많이 버텼다 싶어요. 매일 아침 눈뜨면 아이가 첫 번째로 하는 말이 ‘오늘은 무슨 글을 쓸 거야?’에요. 평소 제 글에 관심도 주지..

인터스텔라

인구에 회자 되는, 그래서 꼭 봐야 하는 거라며 적극 권유를 받았던 영화, ‘인터스텔라’를 이제야 보게 됐어요. 2주 전쯤 봤던 것 같은데, 러닝타임도 길고, 과학 용어도 많이 나와서 이해가 안 되는 버퍼링 구간이 좀 있었습니다. 같이 봤던 남편과 딸은 슬프다며 눈물을 훔쳤지만 저는 영화에 등장한 과학이론이 궁금해서 감동은 잠시 접어뒀어요. 며칠을 시간, 중력, 상대성 원리, 등가 원리... 등등을 찾다가 영화가 아니라 점점 물리와 천체과학에 빠져들 것만 같아요. 문과 출신인 제가 인터스텔라를 온전히 이해하는 건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를 읽었다는 자부심으로 어려운 이론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려 발버둥쳤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2000년 쯤으로 기억하는데요. [메멘토]라는 영화..

방학은 공부를 놓는 기간이다

놓을 방(放), 배울 학(學). 방학은 말 그대로 공부를 놓는 기간이다. 방학 동안 학원 순례를 시키면 정작 학기 중에는 힘이 다하여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방학 숙제는 학생의 본분이므로 꼭 스스로 하게 한다. 엄마는 숙제를 대신 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자신감이 생긴다. 방학이 계속 길어지고 있어서 오래전에 읽었던 책의 방학에 대한 얘기가 생각납니다. 방학 동안 공부를 한참 놓고 지냈는데, 방학이 끝날 기미가 안보이네요. 이쯤 되면 슬슬 불안이 올라오는 부모님도 계실겁니다. 이렇게 무작정 놀아도 되는 것인가? 남들은 다 선행 시키고 있을텐데,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거 아니야? 하고 말이죠. 전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 이겁니다, 저겁니다 명확하게 말씀드릴 ..

코로나로 바뀐 일상

코로나로 바뀐 일상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우리 집에 직급이 3개 생겼다. 이부장(남편) 이대리(딸) 그리고 . . . 정주임(나) 이부장은 지난주 갑자기 목이 따갑다고 했다. 혹시 코로나? 방콕중인 이대리와 정주임은 의심의 눈초리를 3초간 발사하며 자가 격리도 모자라 자방 격리를 격하게 외쳤다. 이부장은 최근 치과 치료를 계속 받느라 입안이 헐어서 그렇다고 항변했지만 단호박 정주임의 칼 같은 조치에 울며 겨자먹기로 자방 격리에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금요일부터 시작된 이부장의 재택근무. 금요일부터 주말 내내 삼시세끼 집밥을 하느라 정주임의 고충도 만만치않다. 방학 때 점심 담당이었던 이대리는 코로나로 인해 방학이 점점 길어지면서 점심 준비에 슬슬 꾀를 내기 시작한다. 학교 안 가서 좋긴 하면서도..

잘 놀아야 늙지 않는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면서 글 쓰는 것이 저희 집에선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작년 10월까지는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썼는데요. 지금은 건강상 새벽 글쓰기는 지양하기로 남편과 약속했어요. 주로 낮이나 저녁에 블로그 글을 쓰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옆에서 지켜보는 시선(남편과 딸)이 느껴질 때가 왕왕 있어요. 그럴 때면 이런 글을 쓰면 좋겠다, 저런 사진을 넣으면 좋겠다 등 외압이 좀 들어옵니다. 블로그 처음 시작했을 때 주 고객이었기에 그분?들의 말씀을 아예 외면할 수가 없어요. 기회 봐서 의견 반영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하곤 합니다. 특히 그분들 중, 그녀는 책 얘기 그만하고 다른 것 좀 쓰라고 하는데요. 제가 거의 집순이라 다른 활동이 없어요. 특히나 요즘은 더더욱 그렇구요. 저의 어설픈..

송도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코로나 바이러스 뉴스가 며칠 잠잠하다가 어제 다시 한꺼번에 많은 확진자가 나왔죠. 지역내 전파가 걱정되는 상황인데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바깥 외출을 마음 편히 하지 못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다중 시설은 출입이 조심스럽습니다. 저도 딸과 함께 집에서 책보며 뒹굴, 집밥 해 먹으며 뒹굴거리고 있는데요. 축하하고픈 일이 생겨서 정말 오랜만에 외식을 한번 했어요. 외식한 김에 오늘 맛집 포스팅 해봅니다. 지난주에 아이가 방학식 하며 상장을 받아왔어요. 물개박수와 고래함성으로 리액션을 하긴 했지만 그간 이런저런 상을 받아와서 갈수록 리액션의 강도가 떨어지는 건 숨길 수가 없네요. 아이도 엄마의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교내 상장을 먼저 내밀고는 하나 더 있으니 자리 잡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더군요. 내심 ‘무슨 ..

비움/일상 2020.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