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봄의 전령사 쑥이 왔다

꿈트리숲 2021. 3. 19. 06:00

오래전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에게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선생님의 저서 동의보감에 관련된 강의였는데, 강의 내용 대부분을 다 잊어먹고 한 가지만 기억하고 있다.

 

"언제부터 봄일까?"

 

2월 4일 입춘이 되면 봄인지...

3월 새학기 시작될 때가 봄인지...

아니면 아예 벚꽃피는 4월이 봄인걸까?

 

선생님은 2월도 3월도 4월도 다 봄이 오는 때라고 하셨다.

2월 4일 입춘은 하늘에 봄이 와서 대기의 찬 기운이 서서히

봄기운으로 바뀌어 간다고.

3월 5일 경칩에는 땅에 봄이 스며드는 것이고.

4월 4일 청명에 비로소 인간에게 봄이 온다고 하셨다.

 

아! 그래서 2월엔 꽃샘추위가 있고, 3월은 봄이라고 해도 겨울 옷이 필요했던 거였구나.

 

인간에게 봄이 오기 전 땅에 봄이 올때쯤 곧 봄이 올 것이라고 알려주는 봄의 전령사들이 있다.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이 그렇고,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봄나물들이 그렇다.

그 중에 쑥을 빼놓을 수가 없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준 음식, 역사와 전통있는 쑥이다.

쑥은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어린 순은 식용으로 성숙한 것은 약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쑥도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꽃송이는 7~9월 줄기와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로 다닥다닥 달린다고 한다.

 

쑥 꽃차례/네이버 지식백과

왼쪽의 꽃은 꽃인지도 모르고 오며가며 자주 봤었는데, 이름모를 풀로만 알고 있었다. 세상에나 쑥 꽃이었다니! 정말 몰라봐서 미안하다.

 

3~4월 어린 쑥이 올라올 때 쑥국이며 전, 떡, 쑥버무리 등을 해먹었기에 쑥의 생명은 봄에 끝나는 줄 알았다. 인간의 무관심 속에서 쑥은 여름에도 가을에도 계속 자라고 있었다. 꽃도 피우면서. 

 

쑥은 여자에게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쑥의 성분중 시네올이라는 것이 산모의 자궁수축을 돕고 생리통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해독작용, 신경통 완화, 감기예방, 면역력 증강, 고혈압 예방 등 거의 만병통치약이다.

 

만병통치약 수준인 쑥, 가장 맛있고 좋은 상태에서 먹으려면 단연 요맘때 이른 봄에 올라오는 여린 잎의 쑥을 골라야 한다. 어머니는 이른 봄에 밭둑 여기저기를 살피는 수고를 기꺼이 하신다. 가장 맛있고 영양 좋은 쑥을 고르기 위해서다. 어리고 좋은 쑥만 골라 자식들에게 보내 주시니 쑥국의 참맛을 몰라도 어머니의 정성을 봐서 국을 끓였다. 무슨 맛으로 먹나? 그냥 쑥맛인데... 하면서도 해마다 끓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쑥국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쑥국 끓일 준비 완료

아이가 여섯살 때 놀이터에서 놀다가 남편과 함께 쑥을 뜯어와 국을 끓여달라고 해서 끓였던 쑥국. 우리 가족 모두 그 쑥국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아마도 그 때 쑥국의 매력을 알았나 보다. 해마다 봄이되면 쑥국을 연례행사처럼 끓인다.

 

어머니께서 보내 주신 쑥으로 이번 봄 첫 쑥국을 끓였다. 메이드 인 자연의 맛이다. 겨우내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쑥의 강한 생명력을 한 사발 마시는 기분이다. 곰이 사람이 될 만큼 강력하고도 영양만점인 쑥이 나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작용하여 바이러스가 얼씬도 못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딸이 한 마디 한다 - "역시 엄마는 국을 대충 끓여야 맛있어!"

음... 진짜 대충 끓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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