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꿈트리숲 2018. 8. 17. 06:42

우리를 닮고, 담고 싶어하는 도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을유문화사

저는 도시를 좋아합니다. 어릴 때 작은 동네, 주택에 살아서 그런지 도시가 부러웠고, 아파트를 추앙했어요. 도시는 저의 욕망을, 그리고 대다수 사람의 욕망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욕망을 잘 담아서 현실로 만들어주는 도시의 매력이 참 좋습니다.  예전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도시의 새로운 매력, 그리고 그 이면에 깃들어 있는 삶과 역사들을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보며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살까요. . .?

사람의 걷는 속도가 얼마인지,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단지 차에 비해서 많이 느리다 정도만 생각해봤죠. 그런데, 사람의 걷는 속도는 무려(?) 시속 4km라고 합니다. 어?! 생각보다 빠른데. . . 싶었어요. 저는 한 빠름 하는 편이라 4km 보다는 더 나올 것 같아요. 딸도 저랑 같이 다니다보니 덩달아 걸음이 빨라졌네요. 그래서 우리 둘이 같이 걸으면 속도가 맞는데, 각자 다른 사람들과 걸으면 한템포씩 조절해야 될 때가 있어요.ㅎㅎ 그 덕에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거리를 느리게 눈여겨 보는 거리 보다 더 선호하지 않았나 싶어요.

시속 4km로 걷는 걸음 걸이에 맞춰 우리의 눈낄을 당기는 가게들이 많은 거리, 그 길이 사람들이 걷고 싶어하는 거리라고 합니다. 단지 가로수가 많다고, 아님 보도가 넓다고, 광장이 크다고 해서 걷고 싶은 거리는 아니라고 하네요. 

명동과 테헤란로를 떠올려 봅니다. 둘다 숲이 있어요. 그런데 내용이 다른 숲이죠. 명동은 빼곡히 둘러싼 가게 숲이 있구요. 테헤란로는 빌딩숲이 있어요. 그 거리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은 명동 거리이고 테헤란로는 밖에 나와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있다손 치더라도 저처럼 빠르게 훑고 지나가거나 통화하며 거리에는 눈낄 한번 주지 않는 사람들이죠. 명동에는 사람숲이 저절로 조성됩니다. 저자는 이벤트 밀도라고 표현했는데, 걷는 사람에게 얼마나 다양한 체험과 삶의 주도권을 제공할 수 있나에 따라서 사람 숲이 조성되고 안되고가 결정되나 봅니다. 도시는 우리의 선택으로 만들어지고 그러면서 우리에게 삶의 주도권을 넘겨줍니다. 많이 걸으면서 도시의 면면을 흠모하고 공간이 주는 기쁨을 많이 누려야 할 것 같아요.

꿈트리숲 말고, 사람숲, 빌딩숲 말고 진짜 나무 숲이 있는 공원은 도시에 사는 우리가 목말라하는 것이죠.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책에서 궁금증을 해결했어요.

p 193 자동차는 우리로 하여금 멀리 있는 공원에는 갈 수 있게 해 주었지만, 가까이 있던 마당과 거실 같던 골목길을 빼앗가 갔다. (중략) 마당과 골목길의 부재는 고스란히 더 넓은 평형의 아파트를 구하는 갈급함이 된 것이다. 차 타고 한 시간 가야 하는 1만 평짜리 공원보다 한 걸음 앞에 손바닥만 한 마당이나 열 걸음 걸어서 있는 운치 있는 골목길이 더 좋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강북 달동네로, 유럽의 골목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예전 어릴 때 살던 집들은 다 굽이굽이 골목길이 있었어요. 지금도 눈 감고 허공에다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훤합니다. 그 길에는 저의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골목길을 그린다지만 실은 옛 추억을 그리는거죠. 운치있는 길이 이제는 많이 사라지고, 멀리 떠난 여행에서나 인증샷으로 담아와요. 뭐든 오래된 것은 촌스럽다고 매끈하게 정리를 해야 된다 여겼던 것이 참 짧은 생각이었다 싶어요.

우리 모두 각자를 닮은 집이 다 있어요.(자가든 전세든, 월세든) 그리고 공유하는 거리가 있고, 함께 숨쉬는 공원이 있구요. 집과 거리와 공원은 우리를 닮아 가고, 우리를 담으려고 애쓰는데, 우리도 도시를 오랜 동안 품어 주려 애를 써봐야겠어요.

운좋게 제가 사는 곳에는 현관문 나서면 우리를 닮아가고 담고 있는 공원이 있어요. 매일 자연과 함께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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