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뭐니?/영어

엄마표 영어? 아이표 영어?!

꿈트리숲 2019. 1. 23. 07:47

숲을 설계하고 숲을 가꾸는 마음으로

제가 책 소개하다 아이 영어 얘기로 흘러 '엄마표 영어'에 대해서 글을 썼던 적이 있어요. 6월에 썼던 건데 아직도 조회수가 꽤 높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영어에 대한 관심이 많고 특히나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겐 엄마표 영어가 한번쯤은 시도해봐야 하는 것으로 인식 되는 것 같아요.

엄마가 부지런할 때도 있어야겠지만 때로는 귀찮아하는 면도 있어야 아이 영어 교육을 쭉 밀고 나갈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엄마표 영어의 첫번째 얘기는 아래 링크 참고 부탁드려요.

2018/06/20 - [교육] - 엄마표 영어

아이 4살때 어떤 강의를 들었는데요. 지역 영어 학원 원장의 강의였어요. 요지는 임계점을 넘으면 영어 귀가 뚫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략 1000시간(영어에 노출된 시간) 정도면 영어가 어렴풋하게 들린다는 거에요. 저는 그때도 아주 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냥 CD 들려주고 DVD보고, 책 읽고 그러면 되겠구나 싶었죠. 이론적으로 많이 알지 못했던게 오히려 아이에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엄마가 너무 많이 알아도 아이는 피곤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거나 A부터 Z까지 가르치려 들기 때문이죠. 아이가 실패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으니까 엄마 마음엔 흡족해도 아이는 잘 크는게 아닐 수 있어요.

보통 엄마표 영어를 진행하실 때는 영어책을 많이 보여주시잖아요. 그 영어책도 순서가 있더라구요. 그림책에서 리더스북으로 그리고 챕터북으로 옮겨가요. 저는 리더스북이 뭔지 챕터북이 뭔지 처음엔 잘 몰랐어요. 관심이 없어서요. 영어책을 사주면서 알게되었습니다. 그림책은 노부영 같은 책이 대표적이고요. 리더스북은 ORT(옥스포드 리딩트리), 런투리드, 나우아임리딩 같은 책들인데요. 보시면 감이 와요. 이런 책이 리더스북이구나 싶거든요. 그리고 챕터북은 그냥 종이와 글로만 이루어진 두께가 있는 책들입니다. 본격적으로 책의 재미에 우리 아이들을 빠트릴 책이 바로 챕터북인거죠.

저의 아이는 학원을 다닌 적이 없어요. 그리고 따로 파닉스와 문법을 배운 적도 없고요. 저는 파닉스를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많이 보다보면 많이 읽다보면 저절로 깨쳐지는 것이 읽기 인데 발음 규칙을 배우고 외우는 것은 좀 아니다 싶었어요.

틀려도 몰라도 그냥 두고 보는 엄마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면에서 또 영어를 처음 시작할 때 엄마의 취향대로 책이나 영상을 골라주기에 엄마표 영어라고 하는데요. 저는 지나고 나서 보니 엄마표 영어는 아이표 영어라 불러야할 것 같다 싶어요. 아이의 재미대로 따라가고 아이의 시간이 허락해줘야 가능한 것이여서 그렇게 부르고 싶네요.

제가 지난 글에서 해리포터를 언급했었는데요. 우리 아이는 해리포터하고 거리가 멀다는 얘기를 했었죠. 해리포터 영화나 책을 다른 아이들은 다 좋아한다는데, '왜 우리 아이는 관심없지? 왜 재미없어 할까?' 하고 잠시잠깐 비교 욕심이 생겼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런 의심의 마음을 접고 하던대로 그냥 아이가 재밌다고 하는 책, 영상 위주로 보게 내버려뒀어요. 철저히 아이 취향 존중, 아이 맞춤 영어를 추구합니다. 그런데 이번 겨울 방학에 해리포터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네요.

방학즈음에 학교에서 해리포터를 보여줬나봐요. 그때 '좀 재밌네'하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래서 방학동안 해리포터 정주행해야겠다 마음먹었다고 하더라구요. DVD를 보고 또 보고 매일 보는 건 예사이고요. 책도 우리말 번역 책 완독하고 영국 버전 원서를 열독하고 있어요. <죽음의 성물>이후의 얘기가 뮤지컬 대본으로 책이 나왔어요. 그것도 이미 독파했어요.

쫌 피곤한 건 그 스토리를 매일 같이 저에게 주입합니다(잘 모르는 내용에 호응해줘야 해서요. 저 해알못이거든요ㅠㅠ). 엄마도 빨리 읽어야 한다면서요. 자기의 기숙사는 어디고, 지팡이는 뭐며, 지팡이에서 나오는 자기만의 동물을 알아보는 등등. 그야말로 해리포터와 함께 눈뜨고 함께 잠들어요. 잘때도 랜턴과 책을 머리맡에 두고 자거든요. 읽다가 잠들고 눈뜨자마자 또 보고요. 조앤 롤링 작가에게 감사 인사라도 전해야 할까봐요. 이번 겨울 방학 서점 나들이가 부쩍 늘었어요.

같이 잠들고 같이 눈뜨는 해리포터와 랜턴

제가 다른 아이들이 해리포터 원서로 본다고 할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아이를 보게 했더라면 아마 재미없어 했을거에요. 어쩌면 해리포터에 질려서 평생 해리포터와는 담 쌓고 지냈을지도 모를일이구요. 다행히 그 마음을 먹지 않아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기를 딱딱 정해놓고 거기에 아이를 맞추려는 마음은 어쩌면 욕심을 넘어 탐욕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절대 부모의 설계대로 크지 않아요. 설령 그리 큰다고 해도 정신이 건강한 어른이 되기는 어렵겠죠. 자신의 자아가 클 새도 없이 항상 부모의 생각이 먼저 개입되기에 그렇습니다.

숲을 설계하고 그 숲을 가꾸는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면 좋겠다 생각해봅니다. 다양한 나무가 숲을 이루고 다양한 동식물이 숲의 식구가 됩니다. 세세한 부분은 그냥 자연과 시간에 맡기는거죠. 부모는 엄마는 숲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숲이 가져다 주는 변화의 즐거움과 성장의 기쁨에 행복하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요. 아이는 부모의 관심을 등에 업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시간이 빚어내는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를 수 있도록 엄마는 기다려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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