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하버드 비즈니스 독서법

꿈트리숲 2019. 4. 5. 06:57

삶의 필요충분조건이 만날 때

근간에 글쓰기, 독서법 관련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니 공통점 하나를 발견하게 됐어요. 그건 책을 끝까지 의무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책에서 단 한 페이지를 읽더라도 그 부분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다 생각하면 그 책은 읽은 거라는 거죠. 속독이 쉽지 않은 저에게 너무나 위안이 되는 말이긴 한데요. 그래도 왠지 좀 찜찜한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오늘 소개해 드릴 책에서는 더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어요. 그러고서 이제는 과감히 발췌독을 하는데 마음 찔리거나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싶습니다. 물론 재밌는 책은 끝까지 한줄 한줄 다 읽지만 어렵거나 재미없는 책은 과감히 골라 읽고 패스하려고요.

하버드 학생들은 우리에게 공부벌레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가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을 것 같잖아요. <하버드 비즈니스 독서법> 저자는 아니라고 하네요. 심지어 본인이 현재 몸 담고 있는 스탠퍼드 학생들도 마찬가지라고 해요.

저자는 경영대학원에 유학을 하고 스탠퍼드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기간 동안 지켜본 학생들은 소위 책을 씹어 먹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거죠. 저자 자신도 너무 놀랐다고 해요. 학생들이 거의 책을 읽지 않아서요. 그들은 책을 읽는 대신에 어마어마한 분량의 기업사례들을 읽고 연구한다고 합니다. 사례를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 사례에 나온 내용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요.

p 5 여기에서 핵심은 책을 읽느냐, 읽지 않느냐가 아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책 읽는 것 자체가 아니라 책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독서보다 실천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 그들은 독서를 단지 책 읽는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얘기네요. 저자는 비즈니스 환경으로 얘기를 했지만 MBA를 하지 않더라도 독서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는 모두에게 필요한 내용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맥과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속독은 의미가 없고, 심지어 책을 끝까지 읽는 것조차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걸 보면서 그동안 한권의 책을 끝까지 빨리빨리 읽고 싶다 생각한 제가 머쓱해집니다. 성실한 사람일수록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많다고 콕 찝어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얼굴도 화끈거려요. 속독법에 관심을 갖고 관련 도서를 보면서 사선 읽기, 90도 꺽어 읽기, 한 문단 통으로 읽기 등을 시도해본 전력이 있는 저를 두고 하는 말 같았거든요.

그렇다면 저자가 강조하는 하버드식 독서법의 핵심은 뭘까요? 책을 끝까지 보는 건 의미없다고 말해서 그런지 책도 얇고 핵심도 간단명료하게 요약해줬습니다.

내 과제에 직결되는 책 10권을 고른다.

10권을 책상 위에 둔다.

필요할 때마다 참고한다.

너무 단순해서 허탈해질려고도 하는데, 그 효과는 상상 이상이라고 하니 속는 셈 치고 한번 실천해볼까봐요. 전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니까 과제 보다는 제 관심사와 직결되는 책 10권을 고르고 책장위에 놓아둡니다. 책꽂이에 꽂아두면 다른 책에 묻힐 수도 있어서 최근 관심사들은 책장위에 쌓아두는 편이에요. 그리고 저는 한권씩 클리어 해나갔는데, 조금씩 보더라도 계속 들여다보라는 얘기 같네요.

하버드는 전세계의 수재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그래도 자국의 학생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수업도 당연히 미국식으로 할테구요. 그들의 수업방식은 지식을 입력하는 것보다 실천하는데 중점을 둔다고 합니다. 그러니 많은 분량의 책을 집어 넣어 누가 더 많이 넣었나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책에서 본 지식을 가지고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요. 이건 독서량의 차이가 아니라 책 이용법의 차이라고 저자는 얘기하는데요. 책 저자가 일본분이에요. 미국과 일본의 학생들 차이를 언급하는데 읽으면서 어쩜 우리와 이렇게 닮았나 싶을 정도로 일본과 비슷한 점이 많더라구요.

p 29 일본 학생에게 책이 입력 수단이라면 미국 학생에게는 출력 수단이다.

이 한 문장을 보고서 어?! 내가 지금 책을 입력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 아니면 아이에게 머릿속에 많은 지식을 넣으라고 몸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한번 되돌아 보게 됩니다. 제가 책을 읽고 글을 쓰니까 뭔가 출력물이 하나씩 나오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삶을 더 나아지게 활용을 해야 진정한 책읽기가 되었다 할 수 있으니까요. 과연 전 좋은 걸 보고 좋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다독을 목표로 할 필요도, 혹은 다독이 자랑거리가 되어서도 안 될 일 같아요. 그렇게 많은 책을 읽고 남는 건 뭔가요? 라고 물을 때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한권을 읽고서라도 실천하고 변한 것이 있다면 책을 잘 읽었다 할 것이고, 만권을 읽고도 읽은 권수에 도치되어 흡족해 한다면 책은 그냥 지적 허영을 채우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요?

책 에필로그에 훈련이 완벽을 만든다는 말이 나옵니다. 세상에 무수히 많은 책, 평생 읽어도 다 읽지 못하는 책들 사이에서 내게 맞는 책, 재밌는 책을 고르는 것도 연습이고 훈련이다 생각해요. 그리고 그 책을 나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것 또한 훈련이고요. 삶을 이롭게 풍요롭게 하기 위해 책은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인 듯싶습니다. 필요충분조건이 만나는 곳에서 우리의 삶은 꽃이 핀다 생각해요.

728x90

'배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앞으로 5년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  (10) 2019.04.12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집중할까  (6) 2019.04.11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  (8) 2019.04.04
쾌락독서  (8) 2019.04.03
일독일행 독서법  (13) 2019.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