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쾌락독서

꿈트리숲 2019. 4. 3. 06:39

습관이 행복한 사람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재밌게 읽어서 그 다음 책인<쾌락독서>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어요. 그래서 지금 목이 좀 아픈 건지도 모르겠네요. 도서관에서 신간들은 제 손에 오기까지가 좀 많이 걸리는데요. 늘 다니는 대학 도서관 말고 집 근처 동네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했더랬어요. 분명 책을 신청할 당시 비치도서가 아니었는데 한 달쯤 다 되어가는 날 문득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런게 인연이고 운명인건가 싶어 날름 집어 왔어요.

요즘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책 출판이 붐을 이루고 있죠. 자신의 직업 영역에서만 인정받는 것을 넘어 글로까지 사랑받고 있으니 능력이 출중하다 싶어요. 글 쓰는 거 하나 만으로도 낑낑 대는 사람이 많은데 검사, 판사, 의사, 스님, 투자자 등 일을 하면서도 언제 글까지 빼어나게 쓰시는지 그 능력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아마도 글쓰는 솜씨에다 전문직에서 겪는 남다른 스토리가 어우러져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건 아닐런지요. 암튼 전문직이 아닌 저로서는 독서를 많이 해서 글쓰는 능력이라도 그들의 발치만큼 가고 싶어요.

<쾌락독서>는 문유석 작가의 인생에서 영향을 주었던 책들을 소개하고 그때의 느낌이나 에피소드들을 유쾌하게 때로는 진진하게도 그려낸 책입니다. 초등때부터 열독을 한 결과 오늘날 이렇게 책을 낼 수 있었겠다 짐작해보네요.

저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생각해봤어요. 저희 집에도 세계명작전집 풀세트가 있었어요. 오빠를 위해서 부모님이 사주신 것 같았는데 아마 제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면 어떻게 해서든 봤을거에요. 책을 펼치면 깨알같은 글씨에 그림 하나 없고, 종이 질도 거친 것이 책과 거리를 두라는 신호처럼 느껴졌죠.

전 만화책도 좋아하지 않았고요. 보물섬 만화책을 초등생들이 열심히 볼 때였는데, 별 관심 없어 어깨 너머로 조금 보다 말았습니다. 중학교때는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순정만화를 볼 때도 저는 시큰둥했고요. 고등학교때 하이틴 로맨스를 책상에 숨겨두고 몰래몰래 볼 때도 저게 뭐가 재밌다고 저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보는걸까 싶었어요.

그럼 당신은 대체 언제 책을 봤나요? 하고 물으신다면 고2때 한국 단편선을 보면서 이야기의 매력에 빠졌던 것 같아요. 보고 또 보고 할 정도로 재밌었어요. 그리고 아취볼드 조셉 크로닌, 보통 A.J. 크로닌이라고 부르는데요. 그 작가의 <천국의 열쇠>를 읽고 감동은 이런 거구나 느꼈던 것 같아요. 심지어 메마른 감성의 제가 눈물을 흘리며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일기장에 썼었어요. 203040대 되어서도 다시 볼 것이라고요. 신부님 얘기인건 기억나는데, 세세한 줄거리는 거의 잊었어요. 그러나 고등학생의 저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고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책이었나 봐요. 조만간 <천국의 열쇠>를 다시한번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대학생때는 의도적으로 도서관에만 박혀서 책을 보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 읽었던 책을 떠올리면 도서관의 분위기와 공기까지 다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김진명 작가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읽을 때, 도서관의 웅성웅성 소음이 싫어 이어폰을 꼽고 읽었어요. 빌리조엘 테이프를 계속해서 플레이 하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완독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빌리조엘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책과 제가 생각나요. 93년도의 추억에는 그 노래와 책이 세트로 새겨져 있습니다. <토지> <태백산맥>도 읽다 말고 <삼국지>도 도전하다 중단하고요. 여전히 책은 제가 재밌어하는 분야만 보는 대표적 편식 분야였어요.

p 10 언제나 내게 책이란 즐거운 놀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심심해서 재미로 읽었고, 재미없으면 망설이지 않고 덮어버렸다. 의미든 지적 성장이든 그것은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어걸리는 부산물에 불과했다.

그때까지만도 자기계발이란 말이 흔치 않았던 시대였기에 책을 그렇게 활용한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그냥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보다 여기는게 다였지요. 그래서 인문고전을 읽어야 폼이 나지, 서양철학을 읽어야 책 좀 읽는다 소리 듣겠지 하는 허세가 저에겐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재밌는 책 위주로, 흠뻑 몰입할 수 있는 책들로 저의 20대를 채웠던 것 같네요.

p 167 책 수다도 많이 떨고 여기저기 독후감도 올리고 하다보니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을 읽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나의 답은 대충 읽는다’ ‘내가 재미를 느끼는 부분 위주로 읽는다. 편식 독서법이랄까.

제가 지금은 자기계발서 뿐만이 아니라 과학도서, 인문고전, 소설 등 다양하게 읽으려 노력하는데요. 의도적 노력보다는 사실 여러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서 책을 보게 됩니다. 미술도 궁금하고 음악도 궁금하고, 옛날 사람들은 어떤 얘기를 했나, 유전자 얘기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하면서 책을 집어요. 책 읽는 습관이 들다 못해 무슨 글이든 읽어야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살짝 중독 초기인가 의심도 드는데요. 책 중독, 읽기 중독이어도 괜찮다 싶어요. 그것이 쓰기 중독으로 이어지면 더 좋을 듯싶거든요.

p 256 습관이 행복한 사람, 인내할 줄 아는 사람, 마지막 순간까지 책과 함께하는 사람.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작가는 얘기합니다. 크게 한방 오는 행복 말고, 매일 아주 작게 느끼는 행복, 그것이 바로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느끼는 행복한 습관이지요. 어쩌면 세상 가장 행복한 습관 아닐까요? 책 읽는 습관, 읽기만 한다면 매일 소소한 행복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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