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좋아하는 걸 드디어 찾은 걸까?

꿈트리숲 2020. 4. 8. 06:00

선생님은 말씀하신다-실전에 강하시네요...라고(연습은 엉망이었는데ㅠㅠ)

2019년 12월 마지막 날 글을 쓰면서 2020년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보리라 다짐을 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리 재고 저리 재느라 마음속에서만 몇 번이나 성을 쌓고 허물고 했을텐데요.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요.

 

1월 첫째 주부터 당장 실천에 옮깁니다. 그림 배우기를 시작했어요. 코로나에 발목 잡혀 몇 주를 쉬긴 했지만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아직 생기지 않네요. 선생님이 시범을 아주 잘 보여줌에도 어처구니없는 그림이 탄생하면 이거 계속하는 거 맞나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도 집중하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잘그리고 못그리고를 떠나서 몰입하는 훈련이 될 것 같아요.

 

남편도 딸도 감탄한 꽃-내 손에서 이런 기적이:D

제가 수업하는 시간은 다른 수강생이 없어 오롯이 선생님과 저 둘만 수업하거든요. 사생활 얘기도 하고, 궁금한 것 있으면 바로 물어도 보고요. 수채화, 애니메이션, 아이패드 그림, 일러스트 등 원하는 것 다 해볼 수 있다고 말만 하라고 하십니다. 언젠가 다 해보는 날이 오겠죠?

 

쉽게 포기하고 싫증 잘 내는 성격 탓에 진득허니 뭔가를 오래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그림 수업 시작할 때 1년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보자 마음먹었는데, 중간에 권태기라도 오면 큰 일입니다. 부디 권태기 없이 잘 넘어가면 좋겠어요.

 

저의 과거를 돌이켜보니 저는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었던 것 같아요. 뭐 그 뭔가에 음식은 제외였던 적이 많았지만요. 손을 움직여 결과물이 나오는 걸 보면 성취감과 뿌듯함이 컸어요.

 

택배 박스 싱크대 -박스 자르라는데 남편은 애꿎은 본인 손가락을 왜 자르는건지...
애 업고 노래 부르고 책 읽어주고 그러고도 힘이 남았나보다, 별걸 다 만들었네 ㅎㅎ

아이를 키우면서는 손 작업은 거의 절정에 달했다 할 정도로 많은 것을 만들어 냈어요.

장난감 싱크대서부터 아이 독서대, 장난감 김밥, 우유곽 기차, 보드판, CD꽂이 등을 만들고 종이 접기도 엄청 했었죠. 저의 손으로 만든 장난감을 잘 가지고 노는 아이를 보면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 같아서 아이에게 잘못한 걸 다 상쇄시키는 기분도 들었답니다.

 

한 때는 네키목도리에 꽂혀서 신나게 뜨던 시절이 있었어요. 아이 어린이집 갈 때 둘러주면 보온효과 그만이어서 가족 친척 지인들에게까지 많이도 떠 줬습니다. 이번겨울에 십 년 썼던 네키목도리 새것으로 교체했어요. 오랜만에 뜨는데도 손은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각자의 취향 확고! 색깔, 모양 달리 하느라 손가락 쥐가 마이 났다^^;;

또 다른 손 놀이는 얼마 전에 포스팅했던 수세미입니다. 수세미는 사서만 쓰다가 처음 떠봤는데요. 이게 은근 재밌더라고요. 바늘과 실로만 왔다 갔다 하면 결과물이 나오니 신기하기도 하고 성취감도 높아요. 올겨울 한 50개는 넘게 떴나 봐요. 수세미 쓰일 곳은 찾았으니 어서 사회적 거리 두기만 끝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손 놀이를 찾아봅니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은 프랑스 자수인데요. 중학생 땐가 고등학생 때 가사 시간에 한 번 해봤던 기억이 납니다. 온라인으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고 따라하는 방식이에요. 수틀에 천을 끼우고 바늘로 한 땀 한 땀 떠나가는 재미, 이것도 솔찬히 재밌더군요. 몇 십년 만에 처음 만져보는 수틀 낯설지가 않네요.

 

양털 표현에 내 영혼 탈탈 털림@.@

선생님을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메시지로 Q&A가 되어서 진도가 팍팍 나갑니다. 때로는 선생님의 말씀을 다르게 해석해서 이상하게 수를 놓기도 하지만 추억 메모리에 즐거운 에피소드로 저장되고 있어 큰 기쁨을 줍니다.

 

자기계발이 빨리 성공하고 더 크게 성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저는 지금 전혀 자기계발과는 상관없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껏 해보지 않은 일을 시도해본다거나 내가 관심 있고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도 자기계발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저는 분명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고 있는 셈이지요.

 

돈이 되지 않더라도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얻지 못하더라도 나의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일은 행복과 가까워지는 일입니다.

 

행복이 채워진 사람은 차고 넘치는 행복을 절대 혼자만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주위에 반드시 나누게 되더라고요. 행복이 가족으로 이웃으로 사회로 더 퍼져나가는 거죠. 그렇게 되면 자기계발이 가족계발이 되는 거고, 더 나아가 사회발전, 국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소한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나에게 귀를 기울이면 ‘너는 말이야...’ 하고 내 안의 자아가 답을 알려줍니다.

 

이 봄에 나갈 수 없다면, 이 봄을 집안으로 들이라는 신문의 문구가 문득 생각나네요. 이 봄을 집안으로 들여서 나와 함께 사귀는 시간 가져보면 어떨까요. ‘나’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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