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택배 언박싱의 설렘을 매일 느끼는 방법

꿈트리숲 2020. 5. 13. 06:00

 

 

세상에 수많은 기쁨들 중 하나는 택배 박스 개봉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내가 주문한 것이든 남이 내게 보낸 것이든 안의 내용물을 상상하며 개봉하는 기쁨은 설렘까지 추가되어 기쁨이 배가 됩니다.

 

지난주에 친정 오빠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신발 사이즈를 묻더라고요. 뜬금없이 ‘내 발 사이즈는 왜 묻지?’ 하면서 알려줬습니다. 문자를 보내놓고 보니 인서 발 사이즈를 묻는거였어요.

 

아무리 노안이 왔다손 치더래도 아이 이름은 안 보이고 ‘발 사이즈’만 보였다니 돋보기를 마련해야 할까봐요. 아이 발 사이즈로 다시 문자를 보냈습니다. 머쓱한 웃음과 함께요.

 

그제 생각지 못한 택배가 왔어요.

 

‘어? 내가 주문한 거 없는데...’ 아! 오빠가 인서 신발 사이즈 물어보더니 신발 보냈나보다 하고 택배 박스를 개봉했습니다. 같이 뜯어본 아이도 신발 맘에 든다며 신어보려는데, 발이 안 들어가는 거예요. 사이즈를 보니 제가 알려줬던 사이즈 보다  작아서 잘못 주문했다 생각했죠.

 

그러고 오빠에게 연락을 했어요. 사이즈 안 맞아서 교환해야겠다고요. 그랬더니 그 신발은 저에게 보낸 거라고 하더군요. 이런 놀랄 때가 하면서 고맙게 잘 신겠다 했습니다. 같이 보낸 아이 신발은 택배가 잘못 가서 내일쯤 도착할 거라고 하더군요.

 

어린이날 선물도 받았는데, 또 선물이라니... 요즘 해빙 노트 쓰고 있었더니만 생각지 못한 행운이 마구 찾아온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오빠의 생각은 오랜 방학을 마치고 곧 등교할 조카를 위해 새 신발을 사주고 싶었다고 해요. 그런데 뜬금없이 동생이 자기 발 사이즈를 얘기하는 바람에 제 것도 같이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도 저도 신발 득템한 기념으로 인증샷 마구 찍어봤어요.

 

 

택배 상자를 개봉할 때 두근두근 설레는 맘은 아이나 어른이나 다르지 않을 거예요. 아이가 세 살 때쯤 택배만 오면 자동차 키를 들고 마중을 나갔습니다. 제가 칼을 찾지 못할 때 눈에 보이는 자동차 키로 택배 박스를 개봉했거든요.(이래서 부모의 뒷모습이 아주 중요하다는 교훈 여기서 잠시 언급하고 갑니다)

 

택배를 받으면 마치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 들지 않으세요? 인터넷에서 충분히 검색하고 상품을 요리조리 이리저리 다 살펴보고 주문했음에도 택배 상자 열 때면 마치 처음 보는 물건인 양 입꼬리가 절로 승천하게 됩니다.

 

그건 아마도 컴퓨터 화면으로만 보는 것보다 내 손으로 만지는 감촉과 내 품에 간직할 수 있는 기쁨을 박스 개봉 전에 그려보기 때문이리라 생각되는데요. 매일 이런 선물을 받는다면 365일이 기쁜 날이 되겠죠. 기쁨 주고 설렘 주는 택배, 매일 받을 순 없을까요? 일 년 내내 택배를 받게 된다면 모르긴 몰라도 가정 경제에 적잖은 타격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언박싱의 기쁨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따라 하향 곡선을 그리지 싶고요.

 

그런데 매일 매일 택배를 받아도 기쁨이 하향 곡선을 그리지 않는 선물이 있어요. 일 년 내내 받아도 물리지 않고, 가정 경제에 타격도 전혀 주지않는 택배 같은 선물이 있습니다. 바로 댓글 선물이에요.

 

 

 

저는 매일 아침, 혹은 낮이나 저녁에도 댓글 선물을 받습니다. 제 글에 댓글, 혹은 저의 댓글에 대한 답글을 받을 때면 택배 언박싱의 기쁨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는 기쁨을 느껴요.

밀리지 않는 게 뭡니까? 택배 언박싱을 능가하는 기쁨이죠. 댓글 개수 표시된 아이콘을 누를 때면 마치 택배 박스 개봉하는 순간과 같은 설렘이 느껴집니다.

누가 보낸 것일까? 어떤 내용일까? 상상하는 재미,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에요.

 

그 기쁨을 알기에 다른 이웃들의 블로그에 댓글을 쓸 때도 감사한 마음과 기쁨을 담아 쓰려고 최대한 노력합니다. 저는 진심과 정성을 담은 마음으로 댓글을 쓰는데 받는 분들도 그렇게 느껴지실까 모르겠어요.

 

전달해드릴 감사함과 기쁨을 꾹꾹 담다 보니 저의 댓글은 항상 길어지는데요. 때로는 블로그 주인장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댓글을 무슨 포스팅 하듯이 하니 말이죠. 딸은 그런 저를 보며 댓글 알바 하는거냐며 얘기하기도 해요. 저의 글재주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다면 한 줄에도 제 마음 다 담을 수 있는 댓글을 쓸 텐데, 아직은 그 단계가 아니어서요. 꿈블리분들, 긴 댓글이어도 너그러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언택트 시대, 소통의 창구이면서 택배 언박싱의 기쁨을 능가하는 댓글 선물 여러분도 잘 받고 계시죠? 손을 잡고 있지 않아도 우리는 연결되어 있어요. 그 연결을 통해 저는 오늘도 댓글 택배를 듬뿍 받고 있습니다. 택배의 설렘을 댓글 택배에서 만끽하는 저는 댓글 러버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