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2

월동준비를 슬슬 할 때가 왔어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어제 올 한해 읽었던 책들을 쭉 정리하면서 보니까 저는 가을 한가운데라고 할 수 있는 10월에 오히려 독서의 양이 제일 적었더라고요. 10월 한 달 뭐 한다고 책을 못 읽었지 하면서 지나간 그림일기를 들춰보았습니다. 치과 치료 다닌 날이 종종 있었고, 볼일 보러 외출도 잦았더라고요. 그리고 책 한 줄 읽고 한참 생각하고 한 페이지 읽고 책을 덮기도 해서 딴생각이 많았던 한 달이기도 했습니다.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 간다. 가을은 그런 ..

비움/일상 2020.11.05

나는 때론 무소유보다 소유가 더 좋다

몇 년 전 낯선 곳으로 이사를 하고 새로이 인연을 맺게 된 지인 중에 유독 눈물이 많은 분을 몇 분 만났어요. 나쁜 뜻으로 눈물이 많다는 게 아니라 감정이 아주 풍부하다는 뜻에서 눈물인데요. 그만큼 타인의 얘기에 공감을 월등히 잘한다는 거죠. 기쁜 얘기엔 같이 웃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아프고 슬픈 얘기엔 금새 눈물로 그 마음을 표현하는 분들입니다. 전 마음은 공감하고 있어도 눈물까지는 잘 흘리지 않는 사람이라 눈물 많은 그녀들을 처음 봤을 땐 마음속으로 적잖이 놀랐습니다. ‘공감을 이렇게나 잘하다니, 너무 감동이야!’ 하면서요. 눈물 많은 그녀들은 저에게 아픔을 나누는 법을, 슬픔을 위로하는 법을 몸으로 직접 알려주었어요. 최근엔 마음을 찐하게 담은 선물로 저를 또 감동하게 해주셔서 제 마음엔 단..

비움/일상 2020.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