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엄마와 딸

슬기로운 방학생활

꿈트리숲 2018. 8. 24. 08:19

벤자민 버튼의 시간만 거꾸로 가나?

새벽에 일어나 스트레칭 작심삼일

간밤 태풍에 모두 피해없으신가요? 제가 사는 곳은 어제도 잠잠했고, 지금 아침도 잠잠하네요. 아침에 기사보니 제주도와 전라도 지방에는 피해가 많은 듯 해요. 태풍이 다 빠져 나갈때까지 예의주시 하고 있어야겠어요.

태풍이 와서 농부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는데, 아이들은 신이 났어요. 임시 휴교 조치가 내려져서 오늘 하루 쉽니다. 어제도 점심 먹고 일찍 하교했더라구요. 너무 좋아서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나요.ㅎㅎ 그렇게 쉬는게 좋으면 학교 안가도 된다고 했건만 등교는 매일 합니다. 오늘 하루 쉬는 것으로 금토일 단기 방학이 되었어요. 저도 학교 다닐 때 생각하면 학교 가는 날인데, 쉬게 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방학보다도 더 좋았던 듯 싶어요. 이것이 정재승 교수님이 열두 발자국에서 말씀하신 예측할 수 없는 행복인가봐요. 방학은 예측되는 행복이라. . . 크기가 반감되고.

딸의 여름 방학은 일찌감치 끝났어요. 8월 13일부터 등교를 했거든요. 3주 정도 방학을 했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달라고, 왜 이렇게 방학이 짧냐며 노래를 불러댔지요. 쫌 짧긴 했어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처럼 거꾸로 가면 좋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시간이 읍써요, 딸아. 앞으로 가는 시간만 있지. 누리는 시간을 최대한 밀도있게 쓰는 수 밖에요.

짧았던 딸의 중학교 첫번째 여름방학, 본인은 아쉽겠지만 참 알차게 보낸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오롯이 내일의 밑거름으로 들어가고 한달 뒤에, 혹은 1년뒤, 10년뒤에 꽃피울 씨앗도 심는 것 같더라구요. 저의 중학교때와 비교해보면 많이 달라서 참 재밌겠다 싶었어요.

오늘은 제 딸의 슬기로운 방학생활 잠깐 소개할께요. 방학 중에 매일 같이 똑같은 밥 말고 특별식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집밥은 급식이 아니란다. 그렇게 먹고 싶으면 직접 해먹든가. . . 그러면 엄마도 한끼 얻어 먹고, 매일 점심 한끼는 네가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해서 시작된 점심 미션. . . 외출하는 날 빼고 충실히 잘 수행했어요. 덕분에 저는 점심 잘 먹었습니다. 물론 설거지까지 책임져줘서 고맙고.

틈틈이 베이킹도 합니다. 지난 겨울 방학때는 매일 머랭을 만들었어요. 원하는 질감이 나올때까지 만든다고 달걀과 설탕이 얼마나 들어갔나 모르겠네요. 무엇보다 매일 생산되는 머랭을 처리해야 하니 마구 먹게 되더라구요.(달달해서 손이가요, 손이 가) 덕분에 없던 천연 튜브가 배둘레에 생겨서 좀 씁쓸합니다.-.-  신기하게 같이 먹었지만 저만 생겼어요. 이번에도 머랭 만들고 머핀, 케익 만들고, 감자빵도 만들구요. 날마다 하루가 익사이팅합니다.

 

또 어느 날 갑자기 이모티콘을 제작한대요. 책 찾아보고 포토샵으로 만든다는데 우리집엔 포토샵 프로그램 없어. . . 어찌어찌 다른 걸로 작업중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영드(영국 드라마)에 빠져서 아무래도 정신과 상담이 좀 필요하다며ㅋㅋ 어떡하냐고 하네요. 이제껏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해본 적이 없는데, 계속 생각난대요.ㅎㅎ 누구나 좋아하면 다 그렇단다, 얘야.^^ 밀드레드 제작 소식에 기뻐하다가 또 빨리 볼 수 없다는 얘기에 좌절하는 걸 보면서 저는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지 요럴땐 대략 난감입니다.-.-;;

꼴찌마녀 밀드레드/라켈 캐시디

심심하면 바이올린 좀 켜다가 책도 보다가 엄마랑 장난 치다가 보드게임 하다가 그렇게 그렇게 짧은 여름 방학이 끝났어요. 그런데 다시 시작된 3일 방학, 뜨거운 여름 끝자락에서 짧지만 딸의 시간도 거꾸로 왔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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