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엄마와 딸

뮤지컬 라이온 킹

꿈트리숲 2019. 3. 28. 07:17

오래 기다린 만큼 감동도 오래오래

오래 기다렸습니다. 예매하고도 3개월, <라이온 킹> 티켓 오픈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다린 것부터 치면 족히 반년은 기다린 것 같아요. 언제 그날이 오나 싶었는데, 달이 차고 기울고 다시 차기를 반복하는 동안 어느새 D-day가 되었습니다.

평일 저녁, 서울 나들이는 좀 버겁기는 한데요. 늦게 집에 돌아오면 잠을 푹 잘 수 없고요. 더군다나 아이도 함께면 더 부담이죠. 그러나 오랜동안 기다린 공연이라면 흔쾌히 달려갑니다.

 

라이온 킹 1차 티켓 오픈 때 좋은 자리가 없어 2차 오픈을 오매불망 기다렸어요. 2차 티켓 오픈 때는 알람 맞춰놓고 대기했음에도 세상에 오픈 시작과 함께 광클릭이 됐는지 빛의 속도로 티켓이 매진되더라고요. 제가 원한 주말 티켓은 띄엄띄엄 한 자리씩만 남아있어서 어쩔 수 없이 평일 예약을 했어요.

 

2시간 전에 도착해서 아무도 안 와있겠거니 싶었는데, 웬걸요. 예술의 전당 로비에는 티켓부스에서 벌써 티켓 받는 사람들,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합니다.. 그래도 급한 마음은 없어요. 우리에겐 시간이라는 자원이 2시간이나 있어서 느긋하게 활용하면 될 듯싶어요. 딸은 사진 찍는 줄에 세워두고 저는 티켓을 받아왔어요. <라이온 킹> 로고 앞에서 멋지게 인증샷 남깁니다. 저 배경이 직접 눈으로 보면 완전 블링블링 한데, 사진으로 표현이 잘 안돼서 좀 아쉽네요. 그래도 사진 남긴 것 만으로도 흡족하다며 우리의 다음 코스로 향합니다.

 

저하고 딸은 예술의 전당만 갔다하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어요. 바로 앵콜칼국수(구 목천 집)인데요.)인데요. 가게 입구에 미슐랭 가이드 선정 사진이 붙어있어요. 맛있다 생각은 했지만 대박!!  미슐랭까지? 하면서 놀랐네요. 한 컷 남기는데 굳이 엄지를 들이미는 따님! 덕에 또 한 번 웃습니다. 오늘은 공연이 있는 날이라 그런지 입구부터 줄 서 있어요. 얼큰 칼국수 먹는데 이정도 줄은 애교로 봐주고요. 뜨끈하고 매콤 시원한 국물까지 드링킹 하고 두둑한 배를 두드리며 다시 공연장으로 갑니다.

 

배 두둑하게 예술의 전당으로 가는 길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는 처음 와봐요. 뮤지컬은 샤롯데 씨어터라고 인식되어 있는 저에게 이번 공연장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오페라 하우스 내부 모습과 똑같아서 영화 속에 있는 느낌도 들었어요. 아직 오페라를 실제로 본적이 없어서 측면 좌석에 앉아 글래스로 무대를 응시하는 기분은 어떨까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요.

 

오페라 하우스는 처음봐서 촌스러운 티를 팍팍 냅니다
티켓 인증샷도 한번 찍어봐요. 뻔한 줄 알면서도 ㅎㅎ

공연은 2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되는데요. 전혀 지루하지 않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어요. 세상에 어찌 저런 생각을 했지? 어떻게 저렇게 표현했을까? 내내 감탄하느라 입이 계속 벌어졌어요. 뮤지컬 <라이온 킹>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긴 것이기에 등장인물 중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그래서 동물을 어떻게 표현했을까가 최대 관심사였는데요. 이건 직접 보지 않고서는 그 스케일과 기발함, 웅장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주평야 발바리 치와와개코원숭이 라피키의 'Circle of Life' 노래로 드디어 시작됩니다. ~~주평야 발바리 치와와가 도대체 원 발음은 뭘까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전 이번에 처음 찾아봤어요. “Nants ingonyama ma baki thi Baba” 원어는 이렇구요. "여기 사자가 옵니다. 아버지" 라는 뜻이군요.

 

공연은 내셔널 투어팀이 내한해서 하는 거라 대사가 전부 영어로 진행돼요. 공연장 사이드에 있는 스크린을 통해 번역이 나오긴 하는데 스토리는 알고 있어서 극에만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맛깔스런 대사의 본뜻을 알고 싶어 자막을 힐끔힐끔 곁눈질 하니까 배우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몇 번 놓치기도 했어요. 이럴 때 영어 실력이 참 아쉽게 느껴지네요. 가끔 '대박, 감사합니다, 동대문, 번데기' 등의 우리말이 들릴 때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지요. 전 세계를 투어 하니까 현지 언어를 대사에 넣는 센스를 발휘한 듯싶습니다.

 

또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더 이상 표를 예매할 수 없다는 현실, 딸과 함께 오우!! 노!!! 를 외치며 프로그램북만 열심히 뒤적입니다. 커튼콜에는 모두가 기립박수로 화답을 하고요. 배우들도 아주 행복한 얼굴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영국과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상시 공연을 한다고 들었어요. 언젠가 여행을 가게 되면 꼭 다시 보고픈 뮤지컬로 찜했습니다. 마음이 일렁이다 못해 심장까지 전율케 하는 뮤지컬 <라이온 킹>, 잊지 못할 20193월을 선물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출연진과 감독님께 감사인사 전합니다. <라이온 킹>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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