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논어

논어 - 12

꿈트리숲 2018. 10. 29. 08:22

월요일은 논어


월요일은 논어를 더운 날에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새 찬바람이 불고 따뜻한 곳을 찾게 됩니다. 소리소문 없이 변하는 계절에 맞춰 저 또한 맞춤 변화를 위해 몸과 마음에 양식을 많이 넣어 주려 애를 쓰고 있어요. 머리의 양식, 그 중에서도 쓴 뿌리 채소 같은 논어를 어떻게 하면 몸에 이로우면서 맛도 있게 요리를 해볼까 고민이에요. 다양한 방법으로 많이 먹어봤더라면 쓴맛도 덜하고 씹을수록 귀한 맛이 더 우러나는 법을 알텐데요. 아직은 거기까지 제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듯 합니다. 곱씹고 깊은 맛 우려내는 것은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맡기고 저는 다소 쓰고 거칠어도 정성을 다하는 것으로 오늘 요리 시작할께요.~~

오늘은 14편 헌문(憲問)편입니다. 헌문편은 무려 47장까지 있어요. 논어 중에 장수가 제일 많아요. 원문을 한글 파일로 옮겨 적는데, 저의 인내를 많이 요구한 편이기도 했죠. 논어의 각 편의 제목은 그 첫장의 시작 글자를 따서 정했다고 예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헌문편 역시도 1장에서 헌문치(憲問恥)로 시작을 합니다.

헌(원헌)이 치욕을 여쭈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라에 도가 있을 때 봉급을 받으면 정당하다. 그러나 나라에 도가 없는데 봉급을 받는 것은 치욕이다'라고 하셨어요. 방유도곡, 방무도곡, 치야(邦有道穀, 邦無道穀, 恥也)입니다. 원헌은 공자가 노나라에서 지금으로치면 법무부장관 정도의 벼슬을 하고 있을 때 공자 집안의 집사 일을 맡아보던 사람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의 세금으로 나랏일을 하는 공무원들의 월급을 주죠. 녹(祿)은 곧 국민의 세금이 됩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녹을 먹고 산다 하면 나랏일을 하는구나 여겨졌어요. 그 녹이 녹봉이라고도 하고 봉급으로도 불리구요. 후에 급여라는 말도 여기서 파생되었다고 합니다.

공자는 공무원의 본연의 임무는 나라에 도를 세우는 일이다. 그 일이 근본인데 도를 세우지 않고 봉급을 받으면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공무원을 평생 직장이라 여겨 합격하기까지만 무던히 애를 쓰고 그 이후에는 나라에 국민에 봉사한다는 사명감이 많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본인이 받는 녹봉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그리고 그 녹을 왜 받는 것인지 한번쯤 생각하고 일을 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된다면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낭비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고, 그리고 무작정 도로를 파헤치는 일은 없어지겠지요. 

14편 25장에 위기지학, 위인지학(爲己之學, 爲人之學)이라는 문구가 나와요. 고전에서는 나와 남을 기(己)와 인(人)으로 구분을 했다고 합니다. 위기는 자신만을 위한다는 다소 이기적인 느낌이 나는데, 그런 뜻이 아니고 자기 내면에 덕성을 쌓기 위한 공부가 위기지학이라고 합니다. 내면의 성숙을 불러오면서 즐거운 공부를 하는 것이 그것이겠지요. 위인은 남을 위하는 이타적인 건가 싶은데,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일명 스펙쌓기 위한 공부가 위인지학입니다. 공자는 위기지학을 위인지학보다 더 높이 평가했다고 하네요. 자기 수양을 위한 공부에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공부 보다 당연히 더 큰 가치를 둬야겠죠. 스펙쌓기 공부가 전혀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할 수 없다는 점, 타인의 평가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점 등 위기지학 보다 그 가치가 좀 떨어지긴 합니다. 학문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장입니다.

14편 36장에서 말하는 이직보원, 이덕보덕(以直報怨, 以德報德) 또한 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게 하는 문구입니다. 원한에는 직으로 갚는 것이 정당하고 덕에는 덕으로 갚는 것이 정당하다고 하신 말씀이 평범한 말씀처럼 보이나 실천이 어려운 거더라구요. 내게 원한을 가지게 한 자에게는 사랑, 미움 다 버리고 지극히 공정하고 사사로움 없이 대해야 한다는데 마음이 쉽게 따라주지 않아요. 덕은 덕으로 갚지만 원한에는 공정함으로 대하는 것은 많은 연습이 필요하네요. 

일단은 나에게 원한을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용서는 원한을 준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서 하는거죠. 어느 책에서 용서는 지극히 이기적인 것이라 했어요.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한다는 점에서요. 용서하지 않으면 평생 내 마음을 괴롭히기 때문에 용서는 나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용서 후에 공자가 말씀하신 이직보원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미운 마음 먼저 덜어낸 후 공정하게 대하는 것, 쉬운 숙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해내면 뿌듯함은 엄청 크겠죠.

14편에서 제가 꼽은 한 구절은 45장의 수기이안인(修己以安人)입니다. 타인을 편하게 하는 것으로써 자신을 수양한다는 뜻입니다. 수신의 가장 큰 의미는 매일 새로워 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하는군요. 매일 어떻게 새로워 질까요? 겉모습이 새로워 질 수도 없는데 말이죠. 그런데 마음가짐은 매일 새롭게 할 수 있어요. 타인을 편하게 이롭게 하겠다는 마음, 그 생각을 매일 한다면 이웃에게 인사 한번 건내는 것으로도 수기이안인이 된다고 저는 여깁니다.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어요. 진실로 매일 새로워져라. 매일 매일 새로워져라. 또 매일 새로워져라 뜻인데요. 쉽진 않지만 매일 아침 얼굴 뿐만 아니라 마음도 닦는다면 진실로 매일 또 새로워지리라 믿습니다. 

쌀쌀한 가을 날, 마음 보신 되는 논어를 잘근잘근 씹어 보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728x90

'배움 > 논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어 - 14  (4) 2018.11.12
논어 - 13  (4) 2018.11.05
논어 - 11  (4) 2018.10.22
논어 - 10  (6) 2018.10.15
논어 - 9  (4) 2018.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