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논어

논어 - 14

꿈트리숲 2018. 11. 12. 06:47

월요일은 논어

 

제가 공부한 걸 제 수준에서 나누기 시작한 논어가 어느덧 매주 한차례 포스팅 하는 기획물로 자리 잡았네요. 논어를 처음 접했을 때가 10년 전 쯤이었던 것 같은데요. 정말 흰건 종이 검은 건 글씨 그 느낌이었습니다. 논어 읽으면 좀 유식해 보일까, 자왈~하고 한구절 읊으면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겠지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그때 저의 책 그릇이 논어를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작았어요. 그리고 공자 말씀을 담기엔 마음그릇 또한 종지보다 못할 때였죠. 담는 족족 넘치는 형국. 가득차서 자연스레 넘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담을 수 조차 없어서 넘치는 때였습니다. 운좋게 걸려든 한두 구절만 가지고 소꼬리 우려내듯 재탕 삼탕 써먹으며 잘난 척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논어를 보는 횟수가 한번 두번 늘어 나면서 이해하는 폭도 커지고 내가 뭘 모르고 있었는지 깨달음도 한개 두개 늘어나더라구요. 뭘 모르고 있었는지 지금도 알아가는 중입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무지의 지(無知知)가 늘어나고 있어요. 그래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구요. 나이 먹어가며 자신의 능력이 아집과 편견이 되어 머리를 더 꼿꼿하게 세우기 보다는 겸손해지고 싶네요. 무지의 지가 많아져서 더 사는 맛이 납니다. 세상 다 알면 심심해서 못살죠. 무지의 지가 저를 배우게 하는, 삶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원천이에요.

오늘은 16편 계씨(季氏)편 소개드립니다. 15편까지 내용들은 공자의 말씀이 '자왈~~'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16편은 '공자왈~~'로  공자 말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도올 논어 해설서에는 아마도 공자학단 밖에서 공자에 관한 이야기를 모은 것으로 추측하네요. 내용면에서도 상당히 후대에 편집되었을 만한 것들이 있구요. 자왈이든 공자왈이든 취사선택은 각자 하는 것이기에 본인의 그릇에 맞게 읽어내고 받아들이면 될 것 같아요.

16편 7장에 군자유삼계(君子有三戒)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말도 유명한 말이죠. 명심보감에도 나오고요. 군자에게는 세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 어릴 적에는 혈기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으니 색을 경계하고, 커서는 혈기가 한창이니 다툼을 경계하고, 늙어서는 혈기가 이미 쇠약하니 얻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청소년기에는 음양이 아직 자리 잡지 않은 시기라 성생활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골골하며 살게 된다는 거죠.

그리고 어르신들이 욕심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은 그리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에요. 자식들 떠나고 젊음도 멀어지고 그래서 외로움의 빈자리를 돈으로 물건으로 채우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 떠나버리게 돼요. 물질적 채움으로 추하게 나이들 것이 아니라 비움으로 우아하게 늙어가기를 강조하는 것 같네요. 나누어야 모이고 베풀어야 불어나는 진리를 잊지 않게 해주는 구절입니다.

16편 9장에는 오견기인 오문기어(吾見其人 吾聞其語), 오문기어 미견기인(吾聞其語 未見其人)이라는 구절이 있어요. 선(善)을 보면 달려가고 불선(不善)을 보면 끓는 물에 손 닿은 것 마냥 뒤로 물러나는 사람, 이런 사람을 보았고 그런 사람이 있다고도 들었다. 이것이 오견기인 오문기어입니다. 드러내지 않고 살면서도 그 뜻을 구하고 의로움을 행하면서 도를 완성시키는 사람은 있다고 들었으나 아직 눈으로 보지 못했다. 이것이 오문기어 미견기인입니다. 공자는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면서도 뜻을 이루고 정의로운 행동을 하며 완성된 자기를 만들어 가는 사람을 찾고 있었나봐요. 소확공(소소하게 그렇지만 확실하게 공부) 하면서 자신을 완성해가고 싶은 저도 오문기어 미견기인의 꿈이 있어요.

16편에서 제가 뽑은 한 구절은 9장에 나오는 곤이불학(困而不學)입니다. 생이지지(生而知之), 학이지지(學而知之), 곤이학지(困而學之)를 언급하며 곤이불학을 강조하는데요. 생이지지는 태어나면서 부터 아는 것, 학이지지는 배워서 아는 것, 어렵고 힘들어도 배우는 것이 곤이학지입니다. 곤이불학은 곤할수록 배워야 하는데 배우지 않는 것은 인간으로서 최하의 인간이라는 거죠. 나면서부터 아는 것이 최상이라고 했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고 봐요.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경계해야 할 자만일 수도 있구요. 대부분의 인간은 앎에 있어 어렵고 힘든 과정을 다 겪어요. 누구나 그러하니 좌절하지 말고 그럴수록 더 배우라는 뜻이리라 여깁니다.

728x90

'배움 > 논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어 - 16  (6) 2018.11.26
논어 - 15  (2) 2018.11.19
논어 - 13  (4) 2018.11.05
논어 - 12  (2) 2018.10.29
논어 - 11  (4) 2018.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