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지구가 뿔났다

꿈트리숲 2019. 3. 27. 06:58

뿔난 지구를 어떻게 달랠까

 

 

환경의 문제는 이제 어제의 얘기도 더 이상 내일의 얘기도 아닌 게 되었습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요. 쓰레기, 미세먼지, 방사능, 기온 상승 등 인간 개개인이 해결할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전 세계가 같이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까지 이르렀지요.

 

그런데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니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만연하여 자연을 만만하게 보는 분위기가 일상입니다. 몇 백 년 살다가는 지구가 아니기에 지금 사는 동안만 어찌어찌 견디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건지 환경 관련 책을 볼 때마다 많이 답답하네요. 저도 일상 생활에서 이것저것 실천하지만 아직도 쓰레기 배출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으니 지구에 큰 도움이 못되어 많이 미안해요.

 

p 79 한 목장이 있다. 주인이 없는 공유지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신의 집에 있던 소를 데리고 나와 이 목장에서 기르기 시작했다. 목장 주인이 없으니 사람들은 점점 경쟁적으로 소를 데리고 나왔다. 어떤 사람은 소를 마구잡이로 번식시켜 목장에 풀어 놓기까지 했다. 목장은 소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너무 많은 소들이 풀을 뜯어먹는 바람에 목장은 황폐해지고, 결국 소들도 먹을 것이 없어져 굶어 죽게 되었다.

 

이건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건데요. 공동체의 구성원이 자신의 이익에만 따라 행동할 경우, 결국 공동체 전체가 파국을 맞는다는 원리를 단적인 예를 들어 보여주는 겁니다. 위 예에서 목장은 지구나 자연환경을 상징하고요. 소들은 지구에 목숨을 의탁하고 있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이 아닐까 싶어요. 인간이 고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의 파국을 최대한 제일 나중으로 미룰 묘수를 만들어내겠지만 요즘의 환경을 보면 사람이 피해를 보는 건 결코 나중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지구는 우리 모두가 주인이기도 한 반면 어느 누구의 개인 소유도 아니지요. 그러다보니 잘 사용하고 후대로 넘겨줘야 한다는 책임감 보다는 있는 동안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뒷일은 나몰라라 하는 일들이 최근 몇백년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그 일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고요.

 

아마도 인간은 곳곳에 널려있는 지구의 무한 자원에 도취되었던 듯 싶어요. 산업혁명을 거치며 인간은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만능이라 생각하여 써도써도 끝없는 자연이 언제까지나 괜찮다 할 줄 알았던거죠. 이제 지구는 서서히 자정 작용을 잃어가고 있는 듯 보여요. 이미 한계치를 넘어버려서 뿔이 단단히 났어요.

 

얼지 않는 바다 때문에 메말라가는 북극곰, 이상 기후, 생물의 멸종, 모래 강의 실종 등 뿔난 정도가 아니라 앓아 누울 지경인데 이제사 알아 챈 것도 놀랍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것이 더 놀랍습니다. 우리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지구라는 뒷배가 든든하게 버텨줄 때 가능한 일인데요. 사회가 어떻게 하겠지, 국가가 나서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지구 환경이 파괴된 후에는 그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고 다시 되돌릴 수 없게 됩니다.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환경 교과서라는 타이틀이 붙은 <지구가 뿔났다>에서 저는 모래 강의 효력에 대해서 알게됐어요. 인간이 건설한 댐은 홍수 조절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큰 인기를 얻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앞 다투어 건설되었죠. 댐의 시대 개막을 알린 미국의 후버댐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미국 입장에서는 유용했는지 모르지만 강의 흐름을 막아버려서 강 하구에 위치한 멕시코는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해요. 물이 줄어들어 강의 염분이 높아져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강물에서 염분을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대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댐을 건설해서 이로운 점이 있긴 한데요. 수몰지에서 쫓겨나는 주민들이 생기고, 많은 문화 유적들이 물에 잠기는 등 문제점도 발생합니다. 무엇보다 인공댐을 건설함으로써 모래 강이라는 천연 댐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 가장 큰 손실아닐까 싶어요.

 

p 156 강모래가 물을 저장하면 무엇이 이로울까? 모래의 물 저장 기능은 우리나라처럼 계절별로 강수량의 차이가 클 때 큰 힘을 발휘한다. 한여름 장마 때 비가 많이 오면 강물이 무섭게 불어나는데, 이때 모래가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한다. 홍수가 날 물을 줄어들게 하는 것이다. 모래는 물을 머금고 있다가 천천히 지하수로 내려보낸다.

 

이외에도 모래는 오염 물질을 걸러 주는 천연 필터 역할도 한다고 하네요. 과거 낙동강 중류 부근에 산업 단지가 있어 오폐수가 계속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갔대요. 강의 수질이 나빠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한일인데, 신기하게도 모래밭과 습지를 통과하고 나면 수질이 좋아져 물이 1급수로 바뀌었다고 하는군요. 모래 강의 파워가 이렇게 강력한지 처음 알았습니다. 저부터 반성 좀 해야겠어요. 제가 이 땅에 발 붙이고 숨 쉬고 살 수 있는 건 자본주의 때문도, 민주주의 때문도 아닌 환경주의 때문이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p 196 자연은 재활용이 되지 않습니다.

 

p 216 그들의 멸종은 우리의 멸종이기도 합니다.

 

자연은 공장에서 끊임없이 찍어낼 수 있는 공산품이 아닙니다. 한번 소멸되면 다시 오지 않을 희귀품인거죠. 명품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추구하는 욕망이 있다면 진짜 한정판인 자연에게로 그 열망이 옮겨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구가 살아야 리미티드 에디션도 빛이 납니다. 뿔난 지구를 달랠 기회는 아직 지구가 인간을 저버리지 않은 지금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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