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6

장애를 넘어 인류애에 이른 헬렌 켈러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죠. 그중 한 사람이 헬렌 켈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눈멀고 귀먹은 장애 여성이지만 글도 읽고 말도 하고 책까지 내서 모든 장애인의 희망이 되었던 사람이죠. 자신의 삶을 다 헌신해서 헬렌의 곁을 지켜준 앤 설리번 선생님까지. 제가 헬렌 켈러에 대해 아는 지식은 여기까지였어요. 를 읽고서 헬렌의 삶을 한층 더 촘촘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헬렌은 단순히 장애를 극복한 사람이 아니라 장애를 딛고 일어남은 물론 평범한 사람도 하기 어려운 약자 편에 서는 활동을 했더라고요. 자신이 약자이니 약자 편에 서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하시겠지만 헬렌은 장애 여성 최초로 대학교육까지 받았습니다. 자신의 업적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서 유명인사나 다름없었는데요. 부와 권..

배움/인문학 2020.10.26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두 달 전에 필립 체스터필드의 을 읽고 후기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정약용 선생의 가 생각났었어요. 같은 시기 영국의 아버지와 조선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어떤 당부를 했을까, 어떤 유산을 남겼을까 비교해보고 싶었습니다. 몇 년씩 간격을 두고 읽었던 를 다시 읽는 마음으로 다산의 유산을 정리해봅니다. 다산 정약용은 정조 임금 때 실학자로서 승승장구하다가 정조 사후 신유박해로 귀양을 갑니다. 귀양 생활은 무려 18년간이나 이어졌는데요. 긴 세월을 원망하며 보낸 것이 아니라 독서를 하며 집필 활동에 몰두했습니다. 평생 499권에 이르는 방대한 책을 저술했는데 대부분이 유배지에서 집필한 거라고 하니 열정과 노력이 어떠했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네요. 유배지에서 오로지 글로만 만날 수 있었던 자식들..

배움/인문학 2020.09.14

알로하, 나의 엄마들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책,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느라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게 만드는 책. 을 읽은 제 느낌입니다. 느낌이라기보다 실제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손에서 책을 놓기가 싫었어요. 원래 소설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근래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게 본 것 같아요. 암울했던 일제 식민지 시대와 그 시대 하와이 이민의 역사를 이렇게 아름답고 몰입감 높은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작가의 필력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03년 팍팍하고 미래가 불투명했던 조선을 떠나 하와이 이민 길에 올랐던 이들은 단촐한 짐에 조선에서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이 펼쳐질 거라는 기대를 한가득 실었을 텐데요. 그러나 그들 앞에는 불타는 태양 아래 사탕수수 농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노예 같은 삶이 ..

배움/책 2020.07.21

엄마 사용법

현수네에 어느 날 엄마가 배달되었습니다. 택배 박스 한가득 들어 있는 엄마의 부품들... 조립 설명서 따라서 잘 조립된 엄마는 밥하고 설거지, 빨래, 식탁 정리를 곧잘 한다. 현수가 그토록 바라던 엄마가 드디어 생겼다. 친구들에게도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다. 비라도 내리면 좋을텐데 하고 바란다. 우산 가지고 데리러 오는 엄마를 은근슬쩍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어쩐지 엄마가 이상하다. 말이 없이 우울해 보인다. 뭔가 잘못 조립된 걸까? 아니면 조립할 때 부품에 손이 찔려 피가 좀 났는데, 그때 엄마의 가슴에 피가 스며든 것 때문에 오작동을 하는 걸까? 현수는 ‘엄마 사용법’을 보고 또 본다. 할아버지는 ‘엄마 사용법’을 읽으면서 점점 얼굴을 찌푸렸어. “이건 꼭 청소기..

배움/책 2020.07.17

아홉 살 마음 사전

며칠 전 에서 다양한 감정 어휘를 소개했었는데요. 제가 미처 모르고 살아왔던 감정 어휘가 많아서 깜짝 놀랐었어요. 감정 어휘를 알게 되어서 가려운 곳 시원하게 긁었다 생각했죠. 그러다 이내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겁니다. 감정 어휘는 알았는데, 어떨 때 어떤 기분일 때 저런 말을 쓸까 하고요.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 되고는 싶은데, 감정과 어휘를 연결짓지 못해 그런 사람 되는 게 살짝 버퍼링 걸리는 기분이 들었어요. 시인들은 감탄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어느 시인이 얘기를 해줬는데요. 감탄이라는 건 기쁨에도 온몸의 세포가 반응할뿐더러, 슬픔이나 놀람 두려움 절망 같은 것에도 감정의 촉수가 예민하게 발동한다고 전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다양한 감정을 멋진 어휘를 동원해 감동주는 시로 탄생시키는 게..

배움/책 2020.06.17

스피닝

채널 예스를 통해 가끔씩 좋은 책을 알게 되는데요. 이번엔 만화책을 소개받았습니다. 먼저 알아본 것은 딸이에요. 아이가 열 살 때쯤 잠시 피겨스케이팅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아이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 피겨 꿈나무들의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웬걸요. 아이가 읽고 나서 한다는 얘기가 “저자가 동성애자야.”라고 하는 겁니다. 엉? 너무 꿈같은 상상을 한 제게 당혹감을 좀 주네요. 일단은 아이가 재밌다고 했으니 한번 읽어봐야겠다 했고, 또 동성애를 어떻게 표현했나 궁금하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거의 마흔이 넘어서 만화책에 입문했는데요. 그렇게 만난 작가가 김보통, 수신지, 김은성 만화가 등입니다. 그들의 만화는 일상의 얘기를 담은 거여서 마음 잔잔하게 때로는 웃음도 웃어가며 볼 수 있는 책이었었..

배움/책 2020.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