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스타벅스에 간 소녀

꿈트리숲 2018. 10. 4. 08:13

인생은 전인미답

스타벅스에 간 소녀/소피 킨셀라/라임

 

오늘은 청소년 소설 한 권 소개드릴까 합니다. 제가 책을 읽다가 가끔 '이 책은 우리 딸이 꼭 봤음 좋겠다' 싶은 것들을 아이에게 추천하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봐준? 책은 몇권 될려나. . . 모르겠네요. 제가 그렇듯이 아이도 저에게 자기가 본 책을 자주 추천해줍니다. '이 책 꼭 봐봐. 완전 재밌어.' 저는 그래라고 항상 대답은 하지만 솔직히 제가 봐야할 혹은 보고 싶은 책들이 밀려있다시피 해서 딸이 추천하는 책은 언젠가 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미뤄뒀어요.

그런데 대답만 하고 미뤄둔 책들이 넘 많이 쌓여서 그런지 딸이 볼멘소리를 하더라구요. '이쯤에서 한권쯤은 봐야겠는데. . .' 하는 위기감이 들어서 뭐 부터 볼까 하고 물었더니 일순위로 <스타벅스에 간 소녀>를 주네요. 추리냐, 호러냐, 로맨스냐 물었더니 그냥 보라더라구요. 첫 장에 컴퓨터 게임 얘기가 나와서 덮을까 하다가 계속 읽었더니 게임은 양념이었구요.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는 다른 거였어요. 청소년 소설이어서 어른이 보기에 재미없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지 않아요. 300페이지 분량에 글씨도 깨알 같아서 읽을거리가 많아요. 내용도 좀 흥미진진하구요.^^

집단 따돌림이라는 학교 폭력을 당한 오드리는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만 지내요. 심각한 대인기피증상을 보여서 엄마도 직장을 그만두고 딸의 심리치료를 돕습니다. 오드리는 일주일에 두번 정신과 상담을 가는 것 외에는 집밖에 나오지를 않아요. 집에서도 선글라스를 끼고 커튼으로 창을 다 가린 동굴이라 부르는 자신의 방에서 TV를 보며 지내죠. 왕따 문제가 우리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구나 싶어요.

상담을 통해 조금씩 회복해가는 오드리, 상담 선생님은 오드리에게 새로운 숙제를 내줍니다. 사람이 많은 스타벅스에 다녀오기와 다큐멘터리 찍기 숙제에요. 회복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글라스 뒤에 숨은 오드리를 위해 내린 맞춤형 숙제에요.

p 38 눈에는 힘이 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서도 30미터 밖의 누군가에게 눈길을 고정하면 그 누군가는 곧 알아차린다. 어디선가 자기를 지켜보는 시선이 있다는 걸 말이다. 그런 힘을 미치는 다른 기관은 없다. 이건 거의 초능력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힘이다.

사랑할 땐 타인의 눈이 그렇게 맞추고 싶은 것이지만 불안과 공포에 떨땐 사람의 시선이 그렇게 무섭고 두려운거죠. 오드리는 타인의 시선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선글라스를 선택했어요. 실은 선글라스가 없어도 타인은 개인에게 별 관심이 없는데. . . 그걸 깨닫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듯 싶어요.

오빠 친구 라이너스의 도움을 받아 스타벅스 숙제도 잘 해내고, 오히려 라이너스를 만나기 위해 스타벅스에 더 자주 가는듯 싶어요. 첫사랑에 빠진 오드리의 두근두근 설렘도 엿보는 독자 입장에서는 재밌네요.ㅎㅎ 스타벅스에서 낯선 이에게 말걸기를 게임처럼 하면서 그들이 오드리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느끼며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점점 풀어가요. 없던 용기도 생기게 하는 사랑의 힘은 역시 대단합니다.

p 277 그런데 오드리, 그게 바로 인생이야. 다른 사람들의 그래프도 다 들쭉날쭐해. 엄마도 그래. 조금 올라가는가 싶으면 금세 내려오고. 인생이 그런 거야.

자신에게만 닥친 어려움으로 혹은 자신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서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믿고 있는 오드리. 그런 오드리에게 엄마가 얘기해요. 다른 사람들의 인생 그래프 역시 우상향으로 바로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말이죠. 크게 확대해보면 심각하게 곤두박질 치는 사람도 있고 자잘하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사람도 있고요. 하지만 멀리서보면 그 치열하게 들쭉날쭉한 것은 보이지 않고 쭉 성장하는 것으로 보이게 마련이에요. 지금 내리막길이어도, 자신만 들쭉날쭉한다 여겨도 우리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인생이란, 삶이란. . . 전인미답이기에 미끈하게 쭉 뻗는 우상향 그래프는 있을 수 없어요. 오히려 들쭉날쭉한 날들에 감사해야 합니다. 전인미답, 제대로 가고 있구나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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