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꿈트리숲 2018. 9. 28. 07:33

시간 부자, 백수!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고미숙/프런티어

 

p 227 '백수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짚어보자. 백수는 보통 건달과 통용된다. 노는 인간, 쓸모없는 인간, 잉여인간, 비정상인 등의 의미가 들어 있다. 대충 맞는 말이다.

주부라는 직함을 뺀다면 저는 제 딸 나이와 같은 세월 동안 백수로 지내왔어요. 돈을 버는 경제 활동 보다는 많이 까먹는 쪽으로 활동하면서요. 물론 지금도 수입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예전 보다는 덜 까먹고 있어요(병원에 갖다 주는 돈이 많이 줄어서요^^). 학교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이렇게 오랜동안 백수로 지낼거라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인생에는 항상 변수가 있네요. 전 커리어 우먼으로 살 줄 알았거든요.

백수 초기때는 자괴감이 컸어요. 경제력이 전혀 없다 생각이 드니까 정말 노는 인간, 쓸모없는 인간, 잉여인간으로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나 비정상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백수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나름 삶의 전략 같은 것이 생기고 백수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마음이 조금씩 들더라구요. 고미숙 작가는 정규직은 타임푸어이고 백수는 타임리치라고 말씀합니다. 저는 정말 시간 부자에요.

p 74 고수는 서두르지 않는다. 내공이 깊으니까. 백수도 서두르지 않는다. 시간이 많으니까.

남는 시간에 천천히 나를 돌아보는 기회를 많이 가졌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발견하기 위해 지금도 여전히 삽질 중이지만 그러는 과정중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점점 삶을 긍정하게 되더라구요. 널널한 시간 덕에 내 몸의 리듬을 찾을 수 있었고 아등바등 쟁취하고 싶은 욕심은 많이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어요.

슬기로운 백수 생활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공부와 우정을 꼽아봤어요. 시험 보는 공부가 아닌 나를 알기 위한 공부, 세상을 제대로 살기 위한 공부죠. 그리고 그 공부를 같이 하는 친구를 만난다면 있는게 시간밖에 없다는 백수의 시간이 밀도도 있으면서 급류탄 것 마냥 빨리 흐를 듯 싶어요. 혼자 하는 공부도 좋고 때로는 내면의 성찰을 가져야 하는 때도 필요하지만 앎이라는 것은 곧 소통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함께 같이 가치를 나눠야 진정한 공부요, 소통이요, 우정이다 여겨집니다.

천 년 전의 벗은 답답하고, 천 년후에 올 벗을 기다리는 건 어리석다. 벗이란 마땅히 '지금, 이 세상에서' 구해야 한다.  -연암 박지원-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그리고 공부라는 같은 활동! 이 절묘한 인연이라니.  -고미숙-

제가 요즘 눈뜨면 오늘 어떤 공부를 하고, 이러저러한 활동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계획을 하다보니 시간이 왜 이렇게 안가냐는 푸념에서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걱정하는 사람으로 바꼈어요. 지인들은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라는 우스개소리도 하지만 이제껏 지내온 백수의 세월중에 지금이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적당한 때와 내 리듬에 맞는 공부, 그리고 좋은 벗을 만났기에 그렇겠지요.

728x90

'배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타벅스에 간 소녀  (7) 2018.10.04
월간 채널예스  (6) 2018.10.02
마녀체력  (8) 2018.09.27
마음아, 넌 누구니  (10) 2018.09.20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6) 2018.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