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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채널예스

꿈트리숲 2018. 10. 2. 08:10

월간 윤종신

월간 채널예스/September.2018

매달 예스 24에서 책을 주문하면서 채널예스를 가끔씩 포인트로 사 봐요. 표지 인물이 낯선 이들이 많은데 지난 달은 윤종신씨여서 반가웠습니다. 학창시절 가요를 거의 듣지 않았던 제게 우리 발라드를 흥얼 거리고 관심을 가지게 했던 분들이 윤종신, 신승훈, 동물원, 푸른하늘 등입니다.

월간 채널예스를 보면서 '월간 윤종신'도 떠올랐지만 그보다 더 앞선 기억, 오래됐지만 그래도 생생한 기억 두 가지가 생각났어요. 고등학교 때 학교 방송실에서 월요일마다 조회를 하고 저희는 교실에서 TV로 생중계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 각종 시상등이 끝나면 선배 언니들 세명이서 기타를 치는 모습이 나옵니다. 저희는 사전 배포된 가사가 적힌 악보를 보며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지요. 일명 음악조회라고 해서 그 당시 가장 핫한 가요와 팝을 부르며 월요일 아침을 시작했었어요. 시대를 앞선 시도였는데, 입시 공부하는 여고생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스트레스 해소 요일이었지요. 전 음악 조회를 통해 윤종신도 신승훈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학교 근처에 바다가 있어서 그 해변으로 소풍을 갔던 일인데요. 갈때는 스쿨버스 타고 갔는데, 돌아오는 길엔 버스 없이 그냥 걸어서 학교까지 간다고 하더라구요. 걸어야 한다는 소식에 십대 소녀들의 아우성은 커질대로 커졌지만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선생님들 때문에 공염불이 되었어요.

아이들은 반항심으로 목청껏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윤종신의 '너의 결혼식'을요. 항의성 노래였지만 이내 노랫말에 심취하고 멜로디에 녹아들어 한두시간 걸어 오는 그 길에,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그 길에 추억과 함께 노래를 수놓고 왔어요. 바닷가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반주 삼아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청중 삼아 한 반에서 시작한 노래는 학년 전체가 부르는 떼창이 되었어요. 비록 시작은 반항이었으나 끝은 훈훈하게 마무리가 된 그날, 저에겐 오래전 그날이 선명하게 남아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90년대는 우리나라 가요계의 르네상스가 아니었나 싶어요. 귀를 때리고 입을 간지럽히며 눈을 울게하는 발라드는 말할 것도 없고, 힙합, 댄스, 락, 레게, 테크노까지 정말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 등장하고 사랑받았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들 중에서도 지금껏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아요. 그 중에서도 윤종신씨는 단연 으뜸이죠. 가수의 영역 뿐만이 아니라 작사가로도 방송 MC로도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프로듀서로도 활동 하고 계시더라구요. 무엇보다 제가 즐겨 부르던 노래의 가수가 제 딸이 흥얼거리는  '좋니'의 주인공이라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에요.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이 좋아하시던 노래와 가수는 저의 취향과는 전혀 달랐거든요. 그래서 부모세대와 노래나 가수로는 소통하는 것이 어렵다 여겼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니 불가능한게 아니였어요. 노래의 힘만 있다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공감하는 노래는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는 거였어요. 가수의 나이가 많고 적고는 큰 문제가 안되더라구요.

변하지 않는 것이라면?

모든 건 이야기라는 사실.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이야기다. 인공 지능 시대에서 가장 오래 살아 남을 수 있는 건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노랫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울고 웃어요. 그리고 그 노랫말 덕에 딸도 저도 한 가수의 노래를 세대 차이를 뛰어 넘고 같이 불러요. 10대도 20대도, 3~40대도 이야기는 변함없이 생성되고 있거든요. 닮은 듯 다른 듯 한 우리 삶, 변하지 않는 건 우리 삶이 스토리라는 사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네요.

대중과 오래 호흡하기 위해서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꾸준함, 이게 첫째다. 창작자라면 창작물을 던지고 끝내야 맞다. 성공, 실패에 대한 강박을 버려야지 꾸준히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떠올리는 태도. 거창하게 선언하지 않고 그냥 쓱 빠져나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팥빙수라는 노래가 나올때만 해도 매번 새로운 노래를 선보이는 그의 저력에 감탄했는데, 이제는 아예 매달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시죠. 월간 윤종신을 통해서요. 2010년부터 8년째 하고 계시답니다. 끊임없이 뭔가를 떠올리고 꾸준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오늘 글을 쓰는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성공, 실패에 대한 강박은 없지만 좋은 글일까에 대한 확신에는 항상 고개가 갸웃하거든요. 평가는 글을 읽는 사람에게 맡기고 전 꾸준하게 글을 쓰는 것, 하루 하루 블로그 글을 발행하고 마침표를 찍는 것, 그것이 제게는 '일간 꿈트리숲'을 계속하는 방법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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