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살아, 눈부시게!

꿈트리숲 2018. 10. 17. 09:00

보통 사람의 특별한 참견

살아, 눈부시게!/김보통/위즈덤하우스

작가의 이름이 정말 특이하게도 '보통'이어서, 책 표지도 예사스럽지 않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만화야? 하고 놀라서 재밌게 본 책이 있어요. 바로 김보통의 <살아, 눈부시게!>인데요. 김보통님의 이름처럼 본인은 평범하고 그냥 하기 싫은 걸 가급적 안하고, 세상일에 무심한 듯 사는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작가의 말과는 다르게? 보통인 사람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 위로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어요. 그가 말하는 무심하다는 것은 뜨끈한 아랫목 같은 애정을 달리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 책이 나오게 된 일화가 보통스럽지 않아요. 일이 많아져서 어시턴트의 월급을 올렸대요. 만화 연재에 대한 고료는 많이 늘지 않아서 월급을 주려 일을 하나 더 추가합니다. 새로이 시작하게 된 것이 내 멋대로 고민 상담인데요. 타인의 고민에 상담을 한다는 것은 오롯이 그들의 삶을 깊게 들여다보는 일이라 작가에게도 엄청 과도한 무게로 느껴졌나봐요. 휴재기도 가지고요. 최근엔 다시 연재를 시작하셨네요. 상담의 어려움보다 기다리는 분들의 마음을 모른척 하는 것이 더 힘들어서, 그래서 덜 힘든 쪽을 선택하신듯.^^ 그런 고민 상담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 바로 <살아, 눈부시게!>에요. 작가님에겐 고민 상담이 다소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그것이 없었더라면 이런 재밌는 책이 탄생할 수 없었겠죠.

저는 책의 등장인물 중 고독이가 제일 맘에 들어요. 고독하다는 의미에서 '고독이'이기도 하고 그래도 간다는 뜻에서 'Go! dog'이기도 하다는군요. 힘들고 외로워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뚜벅뚜벅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겠죠. 가족이 동료가 친구가 있어도 결국 내 인생 걸어가는 것은 고.독.이 처럼. GO! DOG!

와~~ 고독이다!@.@

책에 소개된 고민 중에 결혼을 원치 않는 독신주의자의 사연이 있어요. 가족이 자꾸 결혼을 강요하는데, 정말 결혼만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냐고 작가에게 SOS 요청했어요. 김보통님의 상담은 이렇습니다.

p96 숲을 가로질러 호수로 가는 여행길을 생각해봐. 결혼이라는 건 그 여행길에 헤어지기 곤란한 동행이 생기는 것과 비슷할 거야. 운이 좋다면 지루하지 않고 덜 힘겨운 길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눈물과 후회로 가득한 힘겨운 여행이 되겠지. 뭐 어쨌든 동행이 생긴다는 건 여행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지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해.

결혼을 인생에 있어 필수 과목, 꼭 치뤄내야 하는 통과의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결혼을 하긴 했지만 결혼이 꼭 해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에요. 사는 방식은 다양하고 그리고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선택자 개인의 주관에 맡겨야 된다 여기거든요. 굳이 누군가 나서서 결혼을 강요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그리고 결혼에 꼭 장점만 있는게 아니 듯, 싱글로 사는 삶에 꼭 단점만 있는 것도 아니구요. 얼마전 남편과 그런 얘기를 해봤어요. 결혼의 장점은 무엇인가에 대해서요. 그랬더니 우리 두 사람 다 딱히 장점이라고 꼽을 이유가 몇개 없더라구요.(그렇다고 저희 부부가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ㅎㅎ) 제 생각이 짧아서 몇개 밖에 떠오르지 않는지. . . 아니면 진짜 결혼의 장점은 몇개 밖에 없는지 모르겠어요.

자녀를 낳고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은 결혼이 이상적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있어 결혼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 싶어요. 아마도 결혼 제도가 필요한 이유 중 행정 편의도 한 몫 하겠지요?

남편도 저도 딸에게 결혼은 강요하지 않으려구요. 네가 주체가 되어 선택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떠밀려서 꼭 해야만 하는 의무가 아니라고 말이죠. 뭐, 사실 그런 얘기를 아이에게 예전부터 해오긴 했었어요. 전 농담 삼아 다시 태어나면 남편과 결혼을 할거냐는 물음에 결혼 자체를 안한다고 자주 말하거든요. 싱글의 삶도 누려보고 싶으니까요. 딸도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 선택하는 거면 좋겠어요. 사랑하면 결혼이라는 공식에서 다른 해법을 찾아보기를 강력하게 권합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결혼을 당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하셔요. 그래서 자식을 결혼시킨다고 말씀하시죠. 나이가 들어도 결혼하지 않고 있는 자식을 보며 걱정하느라 당신들의 홀가분한 여생을 즐기지 못할 땐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어요. 나와 자녀를 동일시 하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또 모두가 해야만 하는 결혼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저 나름의 분석입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결혼이 아름다운 거라면 그 시작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간섭과 참견은 최대한 배제하고 그 결혼의 주인공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된다 생각해요. 누군가 싱글의 삶을 선택하더라도 그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성숙한 어른이고 싶어요.

작가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 보이지 않는 사람을 봐야한다고 말합니다. 아름다운 곳에 있어서 아름답지 못한 사람을 외면하지 말고, 밝은 곳에 있더라도 어두운 곳의 목소리가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렇게 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 같아요. 아름답고 눈부신 관심을 받는 사람이 되든 안되든 따뜻한 손을 내미는 사람이 많으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겠죠. 책의 부제가 내 멋대로 고민 상담인데 보이지 않는 곳까지 관심을 가지는 보통 사람의 특별하고도 아름다움 참견이라 저는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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