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국내여행

하늘공원

꿈트리숲 2018. 10. 30. 10:20

대한민국 가을 3탄 - 억새, 핑크뮬리

대한민국의 대표 가을 색을 탐하는 핑크

가을을 그리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재료 하나가 바로 억새죠. 억새가 집단으로 모여 있으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제가 얼마전까지 살던 울산은 신불산 억새평원이 엄청 유명한 곳이에요. 사시사철 산을 찾는 관광객이 많지만 가을에는 유독 나들이객들이 많아지는 이유가 억새 때문입니다. 산과 들과 하늘과 더없이 멋진 풍경을 자아내는 억새 밭에 이 한 몸 끼워서 멋진 가을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많나봐요.

2년 전에 서울 사시는 형님 덕에 하늘 공원을 알게 되었어요. 계단을 오르기가 참 힘들었지만 그 끝에는 은빛 억새 물결이 고단함을 한방에 날려주더라구요. 가을 해를 받아 황금을 두른 억새는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생각나서 지난 주말 하늘공원으로 출동했어요.

새벽부터 천둥 번개가 합주를 하고 비바람까지 가세해서 나들이 계획은 물건너 갔구나 싶었어요. 다행히 아침에는 비가 오락가락 하는 분위기라 나서도 될 것 같다 판단했죠. 그런데 날씨 복병만 클리어 하면 되나 싶었더니 저희 집에 복병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딸이 비가 와서 하늘 공원 가는 길이 엄청 질척질척 할 거라고, 비 맞으며 가기 싫다고 완강히 버티는 거에요. 이런. . . 대략 남감할 때가ㅠㅠ

먹는 걸로 꼬득여도 이번엔 안 넘어오네요. 저도 비오는 날 외출 좋아하지 않기에 살짝이 마음이 흔들렸어요. 그러다 문득 생각난 책속의 문구-'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은 여행처럼'-가 생각납니다. 박웅현님의 책에서 봤었는데, 오늘이 어디 다른 나라 여행을 온 거라면 비가 와도 그날의 일정을 소화하러 숙소를 나섰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비가 온다하여 취소할 이유가 전혀 없더라구요. 일상을 여행 처럼이 아니라 정말 하루 여행을 원없이 즐기기 위해 날씨의 변수는 이제 상수라 여기고 일상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갑니다.


하늘 공원 올라가는 길에 새로운 교통 수단이 생겼다는 고오급 정보를 입수했어요. 맹꽁이 전기차인데요. 300개 정도의 계단을 올라가는 것도 괜찮은데 왠지 새로운 신문물을 접해보고 싶었어요. 맹꽁이 전기차를 타려면 난지 유아 숲 체험장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가셔야 전기차 매표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비가 흩뿌리는 아침이라 막히는 게 뭔가요? 할만큼 도로도 한산하고 해도 점점 나오고 역시 나오기를 잘했다 싶네요.

하늘 공원은 화담숲이나 남이섬 처럼 먹거리 파는 곳이 없어요. 입구에 매점 있고, 정상에 간단한 스낵과 음료 정도 파는 곳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집에서 준비해 간 과일과 주전부리들 원없이 먹고 왔어요. 억새를 바라보며 파전 먹어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파전에 중독된 듯!!

하늘 공원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어요. 바로 요즘 가장 핫하다는 핑크뮬리인데요. 도대체 핑크뮬리가 뭔가 찾아봤더니 벼과 식물이더라구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색깔이 핑크, 연보라의 색을 띄고 있어요. SNS에서 난리가 나서 그런지 요즘 지자체 마다 핑크뮬리 심으려고 엄청 애쓰시나봐요. 얼마 안가서 대한민국 전체가 핑크핑크 하게 될지도 모를 일 입니다.

암튼 억새 만으로도 충만한 하늘 공원의 가을이 핑크뮬리가 더해져서 더 풍성해졌어요. 참 댑싸리도 함께 하늘 공원을 지키고 있으니 포토 스팟 찾으신다면 멀리 가지 않아도 딱! 입니다. 웨딩 촬영하는 커플을 심심찮게 만날 정도로 인생샷의 새로운 성지로 급부상 하는 듯 합니다.

가을 느낌 충만한 억새와 약간 몽환적 느낌도 갖게 하는 핑크뮬리 감상하실까요?

어서 오라 손짓하는 억새들

하늘 향해 기를 쓰고 뻗치는 억새에 연방 사진을 눌러대는 아빠와 딸

억새 색깔이 다양하죠? 단색만 보면 지루할까 보는 이의 기분까지 고려하는 억새입니다. 

황금 억새 물결이 바람 따라 일렁입니다.

황금 물결 사이로 골든 타임을 보내고 있는 이들. 이 순간 배경 따위는 개나 줘버려도 되. . .나? 우리 사랑만으로 커버하자 커플!

핑크뮬리 보러 오셨쌔요? 요길 따라 쭈~~욱 가시면 돼요.^^

미국 산 핑크뮬리가 한국 땅에 뿌리를 내렸으니 한국 이름도 하나 붙여줘야겠죠. 그래도 왠지 이 가을과 어울리는 이름은 핑!크!뮬!리!

뭔가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핑크뮬리

비온 뒤라 핑크뮬리에 아직도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어요.(feat 섬섬옥수 남편 손)

나란 요물은 바로 댑싸리에요. 예전 마당 쓸던 그 빗자루가 바로 저죠^^ 핑크뮬리에 뒤질세라 저도 색깔을 좀 입었는데. . . 괜찮나요?

핑크뮬리와 댑싸리의 어느 쯤에서 치~~~즈^^

억새가 이렇게 아름다운 거였나요? 우아함까지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 .ㅎㅎ

이리 저리 휩쓸려 힘없어 보이는 억새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끌어 모으는지요. 모두들 억새 앞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민낯을 드러낸 억새, 근경은 전쟁이고 원경은 풍경이라더니 전 풍경에 한표 던집니다.

누가 나오기 싫다고 했죠? 얼씨구나 기분 업된 따님, 모델 포즈까지 알아서 취하네요.

하늘 공원의 억새와 그 속에 점점이 박힌 사람들, 추억 한 페이지씩 쓰고 계시는군요.

단풍과 코스모스 억새,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사람. . . 모두가 사랑이고 감사입니다. 어느 멋진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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