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논어

논어 - 16

꿈트리숲 2018. 11. 26. 06:57

월요일은 논어

 

맹자, 장자, 노자, 순자, 묵자 처럼 책 제목이 사람 이름인 책이 많은데, 왜 하필 논어는 공자라고 제목을 정하지 않았을까요? 논어는 공자께서 직접 편찬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공자의 가르침을 제자들이 모아서 낸 책이기에 그냥 (공자께서) 거론한 말씀이라 하여 논어라 붙여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자는 고대 중국의 노나라 사람인데요. 자신이 공부한 바를 노나라 정치에서 펼칠 수가 없어서 14년간 여러 나라를 방랑합니다. 제자들을 이끌고 주유천하를 한 셈이에요. 제자들과 동고동락한 시간들이 논어에 많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공자의 젊은 날의 슬픔과 좌절, 방황기를 담고 있는 미자(微子)편이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18편 3장에서는 공자의 좌절을 볼 수가 있어요. 젊은 시절 공자가 제나라 유학 가서 경공(제나라 군주)을 만났어요.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물어요. 이에 공자는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가 정치의 핵심이라고 얘기하죠. 경공은 공자에게 벼슬을 줄려고 합니다. 그런데 제나라 재상의 반대로 정치에 입문할 수가 없었어요. 실력은 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하는 공자의 상황이 요즘 청춘들의 상황과도 비슷합니다.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은 하지만 좀 더 실력을 쌓을 기회로 삼은 공자는 계속 공부하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삶을 삽니다.

공자가 말한 군군, 신신, 부부, 자자는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겠지요. 군주가 군주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아비가 아비답고, 자식이 자식다운 것이 정치라고 했었죠. 그렇다면 내가 나 답게 행동하는 것은 좁은 의미의 정치라고 할 수 있어요. 좌절을 하더라도 방랑을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나의 실력을 더 쌓는 정치를 공자는 계속 하고 있었던 듯 싶네요.

18편 7장에 도가와 대비되는 유가의 사상이 언급됩니다. 공자의 제자 자로가 스승의 일행에서 뒤쳐져 길을 걷다 한 노인을 만나요. 우리 스승님 봤어요? 하고 묻는 자로에게 그 노인은 농사도 안 짓고 오곡도 구분 못하는 그 자를 누가 선생이라고 일컫냐? 하고 공자를 흉봅니다. 자로가 공자를 만나 그런 노인을 만났다고 얘기하자 '은자'라며 다시 가서 만나보고 오라고 공자가 얘기합니다.

자로가 다시 가봤지만 노인은 없어 그의 두 아들에게 말을 전했어요. 세상에 도가 없다고 모두 벼슬을 회피하면 세상의 정의는 지켜질 수 없다고. 내 몸 하나 잘 유지 하자고 모른 척하면 사회의 윤리가 어지러워질 수 있다고. 군자지사야, 행기의야(君子之仕也 行其義也)라는 말을 합니다. 군자가 벼슬을 하는 것은 의를 행하기 위한 것이라고요. 아마도 그 노인은 본인의 이상이 실현되지 않아 세상을 등지고 은둔해서 살아가는 사람이었나봐요.

그런 은둔자와는 다르게 세상의 도가 사라지고 혼란스러워도,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세상 속에서 의를 행하는 것이 군자의 도리라는 공자의 생각이 자로를 통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상이란 실현되기 어려우면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쉽게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노력하기에 이상이 아닐까요? 군자지사야, 행기의야(君子之仕也 行其義也)를 읽으니 불현듯 이태석 신부님이 떠오릅니다. 신부님이 이루고 싶었던 이상이 실현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선종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동안 의를 행하였기에 그의 정신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18편 8장이 제가 미자편에서 뽑은 한 구절입니다. 8장도 앞의 7장 처럼 도가 사상과 대비되는 공자의 생각이 드러나요. 속세를 벗어나 숨어 사는 사람, 벼슬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 권력을 버리고 은둔 생활을 하는 신하들의 좋은 점을 평합니다. 그러면서 나는 이들과 다르다고 얘기를 해요.

'가(可)'에도 '불가(不可)'에도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무가무불가(無可無不可)라고 하죠. 세상에 나서고 물러나는 것이 자유롭다. 내 뜻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해서 은둔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벼슬할 만한 상황이면 벼슬하고, 그렇지 못한 상황이면 벼슬하지 않는다. 그것에 얽매여서 자신을 속박하지 않는다는 말씀이겠지요. 한편으로는 '무가무불가' 가 무위자연의 사상 같기도 합니다.

7장과 8장을 연결해 생각해보면 실현되기 어려운 이상이 있더라도 가치 있는 일이기에 피하지 않고 이루려고 노력하고요. 그리고 나의 생각이 받아들여진다면 나서서 뜻을 펼치고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뒤로 물러난 자리에서 묵묵히 이상 실현을 위해 힘쓰는거죠. 왜 나를 받아주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으로 자신을 옭아매지는 말구요. 제가 하기엔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기에 공자가 성인의 반열에 오른거겠죠.

도올 만화 논어는 도올 논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인데요. 여기서의 설명은 논어는 미자편으로 큰 줄기는 완성되었다고 말합니다. 19편과 20편은 부록에 가깝다고 말이죠. 다음주에 그 부록과 그동안 제가 뽑은 한구절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할께요. 한주 남은 '월요일은 논어' 정주행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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