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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

꿈트리숲 2018. 12. 7. 07:54

꽃은 자신이 피어날 곳을 선택하지 않는다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이지성,김종원/유별남 사진/문학동네

지난달에 이지성 작가의 보라쇼 강연에 갔었어요. 예전부터 이지성 작가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그날 사인 받으면서 여쭤봤어요. 작가로 크게 성공했는데, 어떻게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해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거든요. 이지성 작가는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기에 그러했다고 하면서 수줍게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종교적 이유만으로 그런 봉사를 하실 수 있었나요? 하고 또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김숙향 선교사님 얘기를 하셨어요.

김숙향 선교사님은 톤도에서도 사역을 하시며 기적을 일궈내시는데, 본인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사랑 실천, 그리고 본인이 받은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면서 지역 아동센터에서 인문학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이죠.

제가 그런 질문을 한 건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을 보고 나서 궁금증이 생겨서에요. 그 책은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이나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큰 성공 이후에 나온 책이거든요. 작가로 성공하고 나면 인세 받는 것으로 편하게 살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힘든 길로 걸어가게 된 동기가 뭘까. 그리고 계속해서 봉사를 하게 하는 동력이 뭘까 궁금했어요.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집에 와서 다시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을 곱씹어 봤는데요. 다시 봐도 마음이 울리는 책입니다.

필리핀 톤도는 세계 3대 빈민촌 중에 하나로 불립니다. 일명 쓰레기 마을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사랑을 실천하는 분이 계세요. 바로 김숙향 선교사입니다.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도 찾고 입을 것도 건져내는 아이들이 선교사님의 사랑으로 행복과 꿈을 얘기하며 자라는 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어요. 종교가 없는 저는 과연 종교의 힘만으로 모두가 불가능이라 여기는 것을 가능으로 바꿀 수가 있나 싶어요. 그런데 선교사님은 모든 공을 남에게 돌리고 신의 뜻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선교사님의 믿음이 사랑으로, 소망이 희망으로 꽃 피는 기적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 곳이 바로 톤도입니다. 

김숙향 선생님의 가르침은 어떤 특별함이 있기에 아이들이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매일 꽃을 피울까요?

p 179 "진정한 교육이란 한마디로,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지식을 전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게 교육입니다. '무엇을 가르치느냐' 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사랑하느냐'이기 때문입니다."

지식을 주입하면 한 끼를 먹을 것이요. 행복하게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을 먹을 것이라는 책 속의 문구가 오버랩됩니다. 행복하게 공부하는 법이 바로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겠죠.

책 여기저기에 톤도 아이들의 사진이 실려있어요. 그 아이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해맑고 즐겁더라구요. 이제사 사진작가를 보니 유별남 작가입니다. 예전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책에서 봤던 그 사진작가에요. 유별남 작가님이 사진을 잘 찍은 영향도 있지만 톤도 아이들만의 남다름이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 얼굴에 빛이나고 힘이 느껴지거든요. 이지성 작가도 그 아이들의 얼굴에서 남다름을 포착했나봐요.

p 264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어떤 기질을 가지게 될까? 우리는 톤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지내며 그들의 모습에서 일곱 가지 기질을 발견했다.

1)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강하다.

2) 말과 행동이 정직하다.

3) 언제나 희생과 이웃사랑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4) 지역 사람들을 가족처럼 사랑한다.

5) 밝고 명항하다.

6)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있기에 위의 여섯 가지 항목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7) 나를 사랑한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똑똑해요. 어른이 주는 사랑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바로 구분해내거든요. 진짜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그 사랑을 표현해낼 줄 압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그리고 그 사랑을 주위에 나눠주는 것으로요.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진짜 사랑하는지 아니면 사랑하는 흉내만 내면서 교묘히 그 뒤에 희생과 원망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에요. 난 사랑이라고 주는 데 받는 아이 잘못이다 느낄때도 가끔있죠. 사랑을 받는 아이는 아무 잘못 없습니다. 아이는 어른의 눈높이를 맞출 수가 없어요. 키가 큰 어른이 굽혀야죠. 아이들이 원하는 사랑, 무엇보다 배려 깊은 사랑을 무릎 굽혀 전해줘야 진짜 사랑이 전달될 수 있어요.

꽃은 자신이 피어날 곳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이 처한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가장 아름답게 피려고 필사의 노력을 다할 뿐이지요. 내가 처한 불만스러운 환경은 저주가 아니라 나를 아름답게 피워 줄 햇빛입니다. 내가 만나는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은 나를 튼튼하게 키워 줄 거름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아름답게 피는 꽃이 되고 싶은 맘이 절로 드는 아침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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