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김영하 산문 보다

꿈트리숲 2018. 12. 5. 07:01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밖을 해석해내는 통찰이되다

보다/김영하/문학동네

제가 이번 달 말쯤에 김영하 작가의 특강을 가게되었어요. 지금 현재 대한민국 작가 중에 가장 '핫'한 분이 아니신가 생각됩니다. 물론 다른 유명한 작가분들이 계시지만 제가 소설을 많이 읽지 않다보니 언론에 많이 나오는 걸로 추측하는 것이 다에요. 제 딸은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고 재밌다고 저에게 추천을 하긴 했는데요. 동명의 영화도 있는데 소설과 영화 모두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어요. 무서울 것 같거든요. 그래도 강의 들으러 가기전에 <살인자의 기억법>은 읽고 가도록 하겠습니다.ㅎㅎ

김영하 작가의 책은 뭐가 있을까 쭈~~욱 검색을 해보니 겁많은 제가 걱정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더라구요. 바로 김영하 산문집인데요. <보다>, <읽다>, <말하다>입니다. 사회 현상, 영화, 사람등을 보고 느낀 것을 <보다>로 책과 독서에 대한 산문들은 <읽다>로 작가가 했던 강연은 <말하다>로 풀어서 산문집을 내셨대요. 저는 이제 겨우 <보다> 하나 봤는데 소설가가 얼마나 생각을 많이 하는 직업인지 쉽게 가늠할 수가 없어요.

그저 자신의 작품 구상만하고 작품 속 등장 인물에 대한 애정만 있을 줄 알았던 저의 무식이 부끄러워 집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 어떤 논설자 보다 더 심도 깊게 생각한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 있어요. 그도그럴것이 로봇 등장 소설이 아닌 바에야 대부분은 사람이 주인공이잖아요. 그리고 그 주인공들을 좀 더 설득력있게 그릴려면 시대를 반영해야기에 픽션이라 할지라도 논픽션의 테두리는 벗어날 수 없죠. 시대와 사회를 잘 표현하기 위해 더 나아가 작가의 작품 속 인물의 개연성을 위해서라도 세상을, 사람을 잘 보고 읽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겠다 싶어요.

인사이트와 아웃사이트의 사전적 의미는 통찰인데요. 내적 통찰, 외적 통찰로 '인'과 '아웃'을 나눠놓았어요. 작가라는 직업군의 특기이자 의무일지는 모를 인사이트와 아웃사이트가 하루 아침에 뚝딱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통찰도 글쓰기 만큼이나 지난한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지적재산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p 209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책상 앞에 앉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생각의 가장 훌륭한 도구는 그 생각을 적는 것이다. (중략) 우선 내가 보는 것, 듣는 것, 경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여러 상들을 수상한 작가도 내면을 통찰하고 세상을 편견없이 바라보는 데는 일정 수준의 칼을 벼리는 과정이 필요했군요. 예전에 저는 소위 말하는 글쟁이는 날 때부터 글쓰기에 특화된 사람인 줄 알았어요. 뭘 몰라도 한참 몰랐던거죠. 그들은 세상과 거리를 두며 '나'를 무인도에 놓아 두는 셀프 낙오를 통해 내면을 바라보고요. 어떤 때는 명동 한복판에 '나'를 던져두고 이리저리 부대끼며 세상과 나의 교집합을 찾아 보기도 합니다. 나의 내면을 살펴보는 시간과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시간, 밖에서 나를, 그리고 밖에서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하는 시간들이 작가들에게는 꼭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축적된 과정의 결과물이 작품으로 등장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폭풍 공감을 하게 되죠 . 작가의 진심이 세상의 본심과 통하는 순간이에요. 

그런데 김영하 작가는 이 진심이 진심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해요.

p 115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겪은 일을 '진심'을 담아 전하기만 하면 상대에게 전달되리라는 믿음 속에서 살아간다. (중략) 안타깝게도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진심 역시 '잘 설계된 우회로'를 통해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그게 이 세상에 아직도 이야기가, 그리고 작가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우리에게 소설가가 꼭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에둘러 말하지만 묘하게 설득력 있어요. 잘 설계된 우회로를 선호하는 김영하 작가는 분명 소설가가 맞나 봅니다. 전 진심을 빨대 꽂고 바로 빨아 당기거나 확성기에 대고 그냥 불어 버릴 것 같거든요. 물론 진심이라는 것이 있을 경우에 말이죠. 잘 설계된 우회로를 만들기 이전에 전하고 싶은 진심을 먼저 찾는 것이 순서입니다. 저의 진심,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 인사이트로,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아웃사이트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보다>를 통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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