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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

꿈트리숲 2018. 12. 14. 07:01

그래도 지구는 돈다

과학자들 1/김재훈/휴머니스트

딸에게 온 선물이에요. <과학자들> 3권 세트로 왔어요. 수학, 과학에 대해 파트별로 호불호 경향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수학, 과학과 친하지 않기에 딸은 1권을 보다가 그냥 접더라구요. 대충 펼쳐보니 만화 그림도 있어 재밌을 것 같다 부추겨도 시큰둥해요. 그래서 제가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끌리는 구석이 있어요. 과학적 사실 보다는 시니컬한 만화 대사에 은근 웃음이 나더라구요.

저는 만화책을 좋아하지 않아서 어릴때 기억을 더듬어봐도 애정했던 만화가 거의 기억에 없습니다. 만화 컷의 대사들을 어떤 순서로 따라가야 하는지 헷갈려서 답답할 때가 많았거든요. 보물섬 만화들, 순정 만화들, 농구, 피구 만화들이 시대별로 유행했지만 저는 보지 않았어요. 차라리 그냥 영상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는게 훨씬 더 편했던 것 같아요.

<과학자들> 책은 만화긴 하지만 전부다 만화는 아니에요. 진지한 그림과 과학 이론을 설명한 진지한 글씨도 있거든요. 또 만화 한컷 한컷 독립적이어서 대사를 어떻게 따라가야 하는지 고민안하고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최근 들어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궁금해 하다가 빅뱅에 관련된 오디오 강의를 들었어요. 플라즈마, 반물질 등 모르는 용어 천지에다가 10의 80승개 만큼의 양성자가 있고, 광자가 10의 89승개 만큼 있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숫자들이 나와서 그냥 허허 웃음이 나더라구요.

과학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과 이걸 굳이 내가 알아야 하나 싶은 맘이 동시에 들어요. 그래서 좀 더 쉽고 말랑말랑한 과학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처음부터 시작해보면 빅뱅까지 가서는 좀 더 쉽게 이해되지 않을까 하구요. 아니면 이책저책 보다 보면 빅뱅을 좀 더 쉽게 설명한 책을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구요.

과학자들은 어떻게 해서 과학자가 되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들이 만들어 낸 이론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어 이제는 우리에게 상식으로 통하고 있어요. 옛날에도 상식이라는 게 있었겠죠. 그 상식이 오늘날 바뀐 것도 있고, 그대로 유지되는 것도 있구요.

p 9 상식은 언제부터 상식이었을까요? 우리가 당연시하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고 여겨질 때부터 근본과 원리를 향한 끝없는 질문을 던진 과학자들이 여기 있습니다.

상식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당연한 것을 의심해보는 사람들이 과학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서양 사회에서 근 2000년간 한 사람의 이론이 진리로 받아들여질 때가 있었어요. 그 시대에는 딱히 과학적으로 증명할 만한 자료나 실험기구가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직관으로 이해하고 추론하여 여러 분야의 사상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언빌리버블입니다.

그 사람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인데요.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으로만, 그리고 서양을 대표하는 철학자라고만 여겼어요. 그런데 철학 뿐만아니라 논리학, 윤리학, 예술 분야에도 그의 사상이 뻗어 있고요. 자연과학 분야에도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식의 틀을 만들었더라구요. 천문, 물리, 화학, 생물까지. 와~ 도대체 그의 지식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가 없네요. 그래서 예전에는 철학자가 곧 과학자로 인식되었나 봅니다.

중세부터 갈릴레오나 뉴턴등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과학자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 반하는 실험 증거들을 내면서 새로운 상식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 시대에는 기존 상식에 이의를 제기하면 목숨을 내놓거나 평생 가택 연금을 받아야 하는 시기였는데요. 대단히 용감한 분들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태양 중심으로 돌고 있는지도 알고, 바다끝까지 나가도 떨어져 죽지 않는다는 것쯤은 상식으로 장착하고 있게 되었어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의 토대를 만들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후대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생각의 기틀을 마련해주었어요. 비록 그가 제시했던 이론들이 하나둘씩 오류로 밝혀져 의미없다 할 수 있지만 깊은 사유에서 나오는 통찰로 세계를 이해하고 2000년이나 지속되는 이론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의 업적은 어마어마한거죠. 후대의 과학자들에게 디딤돌이 되었고 높이 멀리 볼 수 있도록 튼튼한 어깨를 제공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지고 상식을 의심하는 새싹 과학자가 자라고 있을거에요. 용기있게 모두가 '예'라고 할 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과학자일 수 있습니다.

"대담한 추측 없이 위대한 발견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이작 뉴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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