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시(詩)가 열리는 날

꿈트리숲 2018. 12. 20. 07:14

삶의 해답이 덤으로

-구글 이미지-

제가 매일 블로그 글을 쓰다 보니 딸도 어느새 블로그를 하나 만들었더라구요. 엄마가 블로그를 통해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블로그가 포털 메인에도 소개되니 재밌게 보였나봐요. 블로그 개설 초기에는 매일 같이 쓰기가 쉽지 않았던지 며칠 하다가 접었어요. 그러다 최근에 다시 시작했는데요. 이제는 시(詩)를 쓰겠다고 하네요.

사실 시를 써보신 분은 알겠지만 글로 쭉 풀어내는 것 보다 생각을 함축해서 짧은 글에 담아내는 것이 더 어려워요. 딸은 초등때도 곧잘 시를 쓰기에 어떻게 쓰냐고 물었더니 그냥 쓴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아마도 잘 쓰려고 해서 시가 안되는 것 같아요. 시를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겠지요. 쓰고 싶은 마음과 담아낼 진심만 있다면 되는 것인데. . . 아이에게서 단순함을 배웁니다.

아이를 보니 그날그날 기분을 시로 풀어내는 것 같아요. 시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엄마가 간식을 혼자 다먹어 속상할 때 등 쌓아두고 살아도 크게 지장은 없지만 풀고 살면 더 없이 깔끔한 기분들이죠. 즐거울 때도 시가 나오지만 꿀꿀할 때도 시가 탄생합니다. 시든 산문이든 글은 치유의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블로그를 시작한 지 9개월쯤 됐는데요. 글을 쓰면서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된 듯 해요. 답답해도 글을 쓰고 슬퍼도 글을 쓰다보니 빨리 뻥 뚫리고 조금만 슬프게 되더라구요.

글은 사람의 생각이 녹아 나오는 겁니다. 머리 속에 힘든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가 글로 녹여 내면 힘듦은 흐믈흐믈 버터 녹듯이 없어져요. 가슴 속에 답답함도 한 가닥 뽑아 글로 옮기면 실타래 풀리듯 어는 순간 다 풀어지고 없어지죠. 생각과 마음을 눈으로 보게 되니 자기를 객관화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좀 더 명징하게 볼 수 있어 치료가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의 딸의 시 잠깐 소개할께요.

제목 : 100점, 0점

<6단원 수학시험>

"야, 몇 점이야?"

"나. . . ?"

 

두근두근

말할까? 말까?

말하면 웃을 것 같은데. . .

 

"나 0점."

"푸하하! 0점이 뭐냐?

난 100점이다!"

 

사람에게 점수를 매깁니다.

한 번 생각해 보셨나요?

 

고기에 등급을 매깁니다.

건물에 등급을 매깁니다.

음식에 등급을 매깁니다.

 

사람은 고기가 아닙니다.

사람은 그 어느 도 아닙니다.

 

사람은 인격체입니다.

하나의 기적으로 봐 주세요.

등급을 매기지 말고

출처 - 네이버 블로그 No.1 다이어리-  https://blog.naver.com/dldlstj0630

시를 쓰면서 자기 기분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 수가 있어요. 그리고 자기 마음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들을 고르느라 생각의 필터를 가동합니다. 그렇게 나온 글은 신선하기도 때론 거칠기도 하지만 온전히 아이의 생각이어서 참 좋다 느껴지네요. 내가 누군지 알고 싶나요? 기분이 꿀꿀하신가요? 그럼 시를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시가 되어도 안되어도 상관없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그 순간 만큼은 다 같이 작가가 되는 겁니다. 삶의 해답도 덤으로 가져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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