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2019 첫 해돋이

꿈트리숲 2019. 1. 2. 07:01

내가 열심히 달려 해를 맞이 한다

2019년 첫날이 열렸습니다. 첫날을 다들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맞이하셨나요? 저는 칼바람을 뚫고 해돋이를 보고 왔어요. 정동진 해돋이가 유명하다고 해서 20대때 친구들이랑 7번 국도를 밤새 달려갔던 기억이 있어요. 바다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왜 정동진이여야 하는지 충분히 납득할만 했습니다. 검붉은 물길이 열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수평선에서 커다란 해를 밀어내는 모습은 마치 너무 뜨거워 도저히 감당이 안돼 불덩이를 그냥 쑥 뱉어내는 느낌이었죠.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에요.

그리고 해돋이는 잊고 살았어요. 남편은 해돋이를 왜가는지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결혼 후에 한번도 따로 해돋이를 보러간 적이 없었어요. 새해 첫날 떠 있는 해를 집에서 보기만 했을뿐이죠. 추운데 뭐하러 밖에 가서 떠냐며 집에서 보니 얼마나 좋냐고 해돋이 인파를 이해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 남편이 작년 해돋이를 먼저 제안했어요. 골프장에서 해돋이 행사를 한다구요. 왠 골프장? 했더니 영종도에 있는 스카이72 골프장에서 해마다 해돋이 행사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2018년 1월 1일에 해돋이를 보고 와서는 너무 좋아 내년에도 꼭 다시오자고 약속했었어요.

2018 해돋이는 이렇게 멋졌어요. 해마다 찾을만하죠.^^

한해가 다갈때쯤 해돋이는 잊고 있었는데, 12월에 골프장에서 엽서가 왔어요. 작년 1월에 제가 쓴 엽서가 왔더라구요. 한해를 멋지게 보냈을 나에게 미리 보낸 엽서죠. 잊고 있었던 해돋이도 생각 나고 1년이나 미리 쓴거였는데, 엽서의 내용처럼 살았던 제가 신기하고 기특하고 암튼 기분이 묘하면서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어김없이 골프장으로 GO GO! 새벽부터 해돋이 인파가 많이 몰렸어요. 작년보다 늦게 출발했더니 도로에 경찰도 나와있고 정체도 좀 되고 혹시나 일출을 놓칠까 조마조마했어요. 그래도 어슴프레할 때 도착해서 해뜨기 전까지 시간이 좀 여유로워 할일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먼저 뜨끈한 떡국 한그릇 먹어주고요. 그다음 느리게 가는 엽서, 지난달에 제가 받았던 그 엽서죠. 올해 12월에 받게 될 나를 위해 엽서 한장 씁니다. 칭찬 듬뿍 넣어주는 건 기본이죠.

그리고 2019년 띠동물, 황금돼지(핑크돼지도 함께)와 인증샷 남기고요. 그다음 윷놀이 이벤트에 참가해요. 딸과 남편은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었고 저는 양말 선물 받았어요. 새해 첫날부터 운이 좋네요.ㅎㅎ 그 다음 소원 보드판에 소원도 좀 쓰고요. 영하 8~9도 기온에서는 밖에서 잠시만 있어도 온 몸이 얼것 같아요. 이때 골프장에서 제공하는 따끈한 음료수며 스프를 먹습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각설탕이 녹는 기분이 이럴까요? 얼었던 몸도 마음도 사르르 녹는 기분이에요. 암튼 떡국으로 든든하게 채운 속이 따끈한 음료수로 달래준 손발이 해뜰때까지 잘 버티게 해줍니다.

이제는 초대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해가 잘 나타나주기만 기다리면 돼요. 그런데 오늘은 구름이 많이 끼었어요. 작년에는 구름한점 없는 맑은 하늘에서 떠오르는 해를 봤는데. . . 해가 나와줄지 모르겠어요. 저멀리 하늘은 이미 해를 배출했는지 붉은 기운이 완연한데 제 눈에는 보이지 않네요. 일출 인파의 한마음 한뜻이 전해졌는지 몸값 비싼 스타마냥 해가 잠시 잠깐 얼굴을 비춥니다. 모두 탄성을 내지르고 여기저기 인증샷 찍기에 바쁘고요. 덕담을 나누는 즐거운 소란이 이어지네요.

매해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에서 해돋이를 볼 수는 없나봐요. 날씨 만큼이나 예측할 수 없는 게 우리의 인생입니다. 맑아도 흐려도 해가 뜨는 것처럼 좋아도 나빠도 오늘을 삽니다. 내일의 해는 반드시 뜬다는 믿음으로요.

두껍게 철벽을 친 구름이 야속하지만 그래도 내다봐준 해가 고맙고, 그런 태양임에도 모두가 감사한 마음, 고마운 한 마음이어서 올해 해돋이도 성공적입니다. 집에 오면서 생각해보니 태양은 항상 그자리에 붙박이 마냥 있어요. 지구가 돌고 내가 돌아서 매일 매년 해를 만납니다. 내가 하루 열심히 달려 내일의 해를 마주하고 한해 알차게 보내며 내년의 해를 맞이하러 가는거죠. 쉬지 않고 지구와 함께 같이 열일하는 내가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네요. 내일의 해를 만나러 또 내년의 해를 맞이하러 오늘도 올 한해도 우리 재밌게 보내봐요.~~^^ 새해 건강하셔요. 그리고 마음에 품은 소원들 꼭 이루는 한해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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