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생각하는힘 노자인문학

꿈트리숲 2018. 12. 24. 08:06

나를 표현하고 비우기

생각하는힘 노자인문학/최진석/위즈덤하우스

우리나라 대표적인 노자 장자 연구가이신 최진석 교수님 강의를 즐겨 들어요. 최진석 교수님은 철학 강의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주는데 앞장 서고 계신 분입니다. 책을 먼저 읽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강의를 듣고 하다보니 책을 읽으면 교수님의 음성이 지원되는 것 같아 더 재밌습니다.

제가 철학을 전공했던 것도 아니고 딱히 철학에 큰 관심도 없었는데 살면서 점점 철학이 필요하다 느껴져요. 철학이라는 좀 더 깊고 넓은 시각을 갖게되면 생각하고 결정할 때 좌고우면 덜 할 것 같거든요. 나와 남을 이해하는데도 더 도움이 될 것 같구요.

그래서 논어도 읽게 되었는데요. 논어 공부할 때 간간히 도가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유교와는 다른 얘기를 하는 노자, 장자에 관심이 조금씩 생겼어요. 같은 시기에 발아한 사상이 어떻게 다른 길로 퍼져나갔을까 궁금도 하구요.

근래에 노자나 장자에 대한 연구와 책 출판도 활발한 것 같아요. 왠지 시대 흐름이 공자에서 서서히 노자로 옮겨가는 듯 합니다. 책 속 문구를 보고 그런 느낌에 확신을 더 갖게 되었어요.

p 182 유가와 도가는 분명히 차이가 있긴 합니다. 유가는 채우고 채우고 채워서 그 높이를 우주의 높이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고 보고, 도가는 비우고 비우고 비워서 우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는 것이거든요. (중략) 노자 사상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것이 현대주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채우는 것에 관심이 많았죠. 지금도 그런 분위기가 여전합니다만 채우는 일에 지치고 실현되지 않는 이상에 허탈감마저 들어 곳곳에서 울분이 터져나오는 것 같아요. 시대는 급변하는데 사고의 틀은 그대로인 느낌인거죠. 집단에서 개인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이론보다는 경험이 중요한 현대에 노자 철학이 더 관심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우리의 이상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기 언젠가에 있다 여기니 계속 노력만 하는 것에 피로감이 많이 쌓였어요. 학식이든 부든 없던 것에서 채우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언제까지 채워야 하는지 정해진 바도 없구요. 그리고 필연적으로 남과 경쟁이 될 수 밖에 없어요. 누가 더 좋은 것 가졌는지, 더 많이 가졌는지, 더 빨리 가졌는지 비교하고 눈치를 보게 되더라구요. 계속 갈고 닦아서 나는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마저 드는 거에요.

노자는 비우라고 얘기합니다. 이미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이 이상향이라는 거죠. 더 이상 채울게 없으니 비우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계속되는 채우기, 이제는 습관으로 굳어진 느낌입니다. 배움 또한 습관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저자는 그걸 경계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p 216 '내가 배우는 목적은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다'라는 생각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중략) 자기 표현이 부족한 것은 많이 배우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기를 표현하려는 욕망이나 배짱이 작아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최진석 교수님은 배움이 배움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또 배움의 목적 또한 그러해서는 안된다고 하세요. 글을 읽는 건 글을 쓰기 위해서, 말을 듣는 건 내가 말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시며 나를 계속 표현하려 해야 진정한 배움이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배움 영재를 많이 만들어내고 해마다 그 영재 탄생을 지켜보며 감탄하고 있지 않나요? 이제는 배움 영재들의 표현에 관심을 두고 더 나아가 '나'를 표현하는 욕망을 품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대표적으로 배우기만 하는 사람이었는데요. 요즘은 표현하는 것으로 배움을 비우고 있습니다. 바로 글쓰기를 통해서죠. 나를 비우는 철학에 한발짝 다가선 것이라 생각해요. 우주를 품는 수준까지 비우려면 아득히 멀겠지만 표현하는 재미가 있어 쉬이 지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배움을 표현하고 나를 비워가는 연습 조금씩 같이 해보실까요.

많은 물질로 나를 채우기 보다 옆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것으로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비움 실천 크리스마스 보내고 수요일에 돌아올께요.^^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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