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격몽요결

꿈트리숲 2018. 12. 18. 08:53

공부의 시작

격몽요결/이이/을유문화사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이 끝나고 학생들은 원하는 학교, 학과에 혹은 성적에 맞춰 진학을 하게 되겠죠. 저의 조카 중 한명도 올해 수능 시험을 봤어요. 올 한해 동안 가족 모임에서 얼굴을 볼 수 없어 위로랄까 격려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요즘은 수험생있는 집에는 어디에 원서를 내는지 합격했는지 등의 질문을 안하는게 상식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먼저 말하기 전에는 묻고 싶어도 꾹 참고 있습니다.

제 딸은 수학능력평가가 수학시험 보는 건줄 알아요. 그래서 영어수학능력평가는 영어로 수학시험 보는거냐며 영어 선생님께 물었다고 하더라구요. 보습학원이나 입시학원을 다닌 적이 없고, 저도 딱히 수능이 어떤 것이다 말해준 적 없어 그런지 수능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수능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아이가 치를지 말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무엇보다 대학이라는 허들을 꼭 넘어야 하는지도 제 자신이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아요.

지금 중요한 건 어떤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 보다 인생에 있어 공부가 왜 필요한지, 어떤 마음으로 공부에 임해야 하는지 그것이 더 중요하다 여깁니다. 저는 '진짜공부'의 중요성을 삼십대 후반에 깨우쳤어요. 아이는 그것보다는 좀 빨리 깨우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럴려면 부모가 먼저 본이 되어 주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물리적 충돌이 없는 방법인 것 같아요.

p 7 이 책은 학문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뜻을 세우고 몸을 삼가며 부모를 모시고 남을 대하는 방법을 가르쳐 바로 마음을 닦고 도를 향하는 기초를 세우도록 노력하게 만든다는 데 목적이 있다.

오늘 소개해드릴 격몽요결의 해제 부분의 한 대목입니다. 공부를 할 때 왜 하는지 생각해보고 공부를 하면 좋겠다 싶어요. 부모에 의해서 혹은 선생님이나 친구에 의해 정해지는 공부가 아니라 내 스스로 정하는 공부의 필요성, 공부의 방향 등을 정하면 슬럼프가 와도 이겨낼 힘이 있거든요.

격몽요결의 저자 율곡 이이는 오천원권 지폐 인물이기도 한데요. 조선 명종에서 선조때의 학자이자 정치가였어요. 율곡 선생의 생가는 강릉 오죽헌으로 국가 보물로 지정되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죠. 그만큼 우리에게 영향력이 큰 인물임에 틀림없는 것 같아요.

격몽요결에는 어떤 내용이 있기에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는 사람들은 필독서처럼 봐야하는지 궁금하시죠? 국,영,수의 공부 비법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니 급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시구요. 그 이전에 어쩌면 공부보다 더 중요한 삶의 방향, 사람됨을 알려 주는 책입니다. 율곡 시대에는 이 책이 유학 입문서이자 수양서여서 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였대요. 유학과는 거리가 먼 시대를 사는 현대 학생들에게는 안 먹힐 책일지도 모르지만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 부터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문제집보다 전공서적 보다 우선이지 싶어요.

격몽요결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각 장의 간략한 내용 소개해드릴께요.

입지장은 학문하는 사람이 뜻을 세우고 성인이 되기를 목표로 하여 물러서지 말고 나아가라는 내용입니다.

혁구습장에서는 학문 성취를 향해 용감히 나아가기 위해 버려야 할 나쁜 습관들에 대해서 언급했구요.

지신장에서는 몸을 지키는 방도를 제시하여 뜻을 어지럽히지 말고 학문의 기초를 마련하도록 하였습니다.

독서장에서는 책을 읽는 방법을 가르치고 독서의 순서를 제시해놨어요.

사친장에서는 효도의 중요성과 부모를 섬기는 방법을

상제장과 제례장에서는 장례에 대한 예절과 제사의 의미를 얘기합니다.

거가장에서는 집안에서의 예법에 관한 내용을

접인장에서는 사회 생활에서 지켜야 할 예법을

마지막으로 처세장에서는 과거를 거쳐 관리가 된 뒤 벼슬 생활 할 때의 필요한 자세를 알려줍니다.

율곡이 살던 시대를 감안하면 이 책은 권선징악과 효의 성격이 짙다고 할 수 있어요. 자칫 옛날 얘기, 고리타분한 말씀으로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공부뿐만이 아니라 좋은 삶을 위해서라도 가슴에 새겨둘 말이 많습니다.

또한 이 책은 옮긴이의 해설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여러 옛 문헌들의 좋은 말들을 많이 소개해주는데요. 그 중에 수능을 마치고 어지러운 마음일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을 소개합니다.

p 184 고요한 속에서 고요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 고요한 것이 아니다. 시끄러운 속에서 고요한 마음을 가져야만 이것이 정말 심성의 참 경지에 들어간 것이다. 즐거운 곳에서 즐거운 마음을 갖는 것은 정말 즐거운 것이 아니다. 괴로운 가운데서도 즐거운 마음을 가져야만 여기에서 비로소 심체의 참 기틀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채근담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인데요. 정말 쉽지 않은 마음이죠. 그래도 다시 도전함에 있어 혹은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서 조용히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꼭 필요하리라 봅니다. 빨리 피는 꽃은 이내 지고 맙니다. 반면 느리게 자라는 소나무는 푸르름을 오래오래 간직하지요. 서른이 넘어서도 마흔이 넘어서도 인생은 끝나지 않고 매일 새로 시작됩니다. 조급한 마음 버리고 천천히 바르게 가도록 율곡의 말씀에 귀 기울여보면 어떨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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