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

꿈트리숲 2019. 1. 7. 07:23

겸손의 의미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이라는 문구에 책을 집어 들었는데, 읽다 보니 아이 보다는 절 위한 책 같았어요. 책 속에서 아이를 가르치기엔 많이 부족한 저 자신이 보입니다. 제 몸을 통해 아이가 나오긴 했지만 아이는 저와는 별개로 완성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몸도 마음도 쑥쑥 크는 아이의 성장을 따라가려면 키는 이제 어찌 해볼 도리가 없지만 마음은 아이와 보조를 맞추고 싶어 안테나를 세우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과 말이 통하는 엄마이고 싶고, 적절한 유머로 아이를 웃게 하는 엄마이고 싶어요. 방학하면서 학교 신문을 가지고 왔는데, 거기에 줄임말 문제가 나와있었어요. 딸이 문제내고 저와 남편이 맞추기 했는데 제가 더 많이 맞췄어요. 왠지 10대와 통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줄임말을 알고 있었다기 보다 머리 굴려 유추한게 더 많지만 딸이 은근 놀라는 눈치에요. 저는 10대때 부모님과 대화 다운 대화를 해본 기억이 별로 없어서 참 아쉽게 생각이 됩니다. 저의 경험에 비추어 제 딸은 저와 그런 관계가 되지 않기를 바라기에 십대를 겪어본 제가 줄임말도 눈높이도 맞추려구요. 

책을 보며 '난 아직 겸손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구나' 싶어 눈높이 맞추는 것이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p 20 "저는 겸손할 만큼 대단하지 않습니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사실 겸손이 아닌, '자기 자신이 얼마만큼 알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지성인 수준'에 도달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다. 겸손은 미덕이다. 하지만 이것은 대가의 상황에 해당한다.

우리는 무조건 겸손하면 좋은 줄 알고 있고, 또 사람이라면 특히 우리 한국 사람이라면 겸손은 당연히 갖추어야 할 예절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저는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그렇게 배워온 것 같아요. 작가는 이런 말을 합니다. 적절한 겸손은 미덕이자 초심을 지키는 힘이지만, 서툰 겸손은 자만이자 인생을 망치는 독이라고요.

서툰 겸손 때문에 우리는 쉬이 앞으로 나서는 걸 주저하는 경향이 있어요. 내가 나서면 나댄다고 사람들이 눈치 줄까 싶기도 하고 내면에서는 '나 자신있어' 하는 것도 한 두번은 사양하는 게 도리인 듯 싶은 그런 분위기 다들 경험하신 적 있으시죠. 대체로 우리는 나서는 사람을 불편하게 보는 시선이 있어요. 그게 다 서툰 겸손을 어릴 때부터 교육 받아서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서툰 겸손은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충분한 경험이 없기에 나는 할 수 없다라는 생각에 매몰될 수가 있어요. 그러니 자신이 잘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도록 저 자신을 그리고 아이를 이끌어야 하겠습니다. '전 설거지를 잘합니다, 전 미니멀을 잘 실천합니다, 저는 리액션을 잘 합니다' 등등. 제 자신이 잘하는 걸 지금 생각나는대로 적어봤어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저만 생각해보고 찾은 잘하는 것들이에요. 작가는 함부로 겸손하지 말라고 합니다. 서툰 겸손은 나약한 자존감을 만들고, '우리'라는 틀에 갇혀 영영 '나'라는 존재를 모르고 살게 만든다고요. 눈치 보지 말고 주눅들지 말고 잘 하는 것은 떳떳하게 말해요 우리.

책에서 이국종 교수님의 얘기를 소개하며 말 한마디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려줍니다. 이국종 교수님의 아버지는 6.25 전쟁때 장애를 입고 국가 유공자가 되셨대요. 아버지는 병신의 아들이라고 놀림받는 아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유공자 의료복지카드를 내밀면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이 다반사였나봐요. 이국종 교수님이 중학생때 축농증 치료를 받으려고 여러 병원을 찾던 중 한 병원의 의사가 건넨 말을 듣고 이후의 삶이 바꼈다고 하는군요.

"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 진료비도 받지 않고 정성어린 마음을 담아 "열심히 공부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중학생 이국종의 마음에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의사에 대한 신뢰가 싹트는 말이였지 않을까 싶어요. 의사가 되면 인생이 탄탄대로일 줄 알았는데, 가끔씩 너무 이해가 안되는 일을 겪는 이국종 교수님을 보게 됩니다. 유명 의대를 나오지 않은 그의 전력으로 까는 의사들도 있고, 혹은 겸손하지 않아서 주류 의사 세계에서는 나선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이 바라는 건 서툰 겸손인지 모르겠지만 전 오히려 자신감 있는 교수님이 더 멋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잘 하는 걸 열심히 하는 모습이 진짜 의사 모습 같거든요.

아이에게 무조건 겸손을 가르치기 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잘 하는 것을 찾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되고 싶어요. 서툰 겸손으로 아이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사소한 거라도 칭찬하고 꿈을 응원하는 부모가 되고 싶어요. 남과 견주지 않는 부모, 그리고 부모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도록 겸손의 의미 오늘 다시 새깁니다. 자신있는 부모의 말은 아이를 새롭게 태어나게 합니다.

아이는 두 번 태어난다.

부모의 사랑으로 세상에 태어나고,

부모의 말로 다시 한 번 태어나 완벽해진다.

부모의 말이 아이에게는 생명이다.

나는 오늘 어떤 생명을 아이와 나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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