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에바 알머슨 전시회

꿈트리숲 2019. 1. 25. 06:18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지난 여름 예약해 두었던 전시회가 있어요. 바로 에바 알머슨 전시회인데요. 8월에 샤갈 전시회 갔을 때 에바 알머슨 전시회 예고편 앞에서 사진 촬영해오면 전시회 티켓 3000원 할인된다고 했거든요. 8월에 찍어둔 사진을 몇 달 묵혔다가 이번에 요긴하게 잘 썼습니다. 딸과 함께 6000원 할인 받고 기분 좋게 전시회를 보고 왔어요.

전시회 가기 이전부터 에바 알머슨 그림에 대해 많은 애정이 있던 저와 딸은 서로 좋아하는 그림 앞에서 달뜨는 모습을 하고 떠나지를 못했어요. 에바 알머슨의 그림은 사람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편안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친한 친구 그림처럼 빙그레 미소가 절로 지어지거든요.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엉킨 실타래 같은 마음도 스르르 풀리고 찡그린 미간의 주름도 어르새 올라간 입꼬리가 팽팽하게 펴줍니다.

유명한 화가들의 전시회를 종종 보지만 간혹 난해한 그림을 만나면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고민스러울 때가 있어요. 하지만 에바 알머슨의 그림 앞에서는 그런 고민 할 필요가 없어요.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받아들여도 충분히 그림의 의미를 작가와 공유할 수 있어요. 아마 다른 작가들의 그림도 그렇게 이해되기를 바라겠죠?

짧은 단발머리에 꽃을 꽂고 동글동글한 얼굴에 복숭아 빛 뺨을 가진 그림 속 여인은 에바 알머슨 그림의 대표 캐릭터입니다. 정말 단순한 그림이지만 제 눈에는 지극히 사실적으로 보이더라구요. 한 작품 한 작품 작가의 정성이 묻어 있고, 세상에 대한 관심과 타인에 대한 사랑이 캔버스를 뚫고 제 마음까지 전달되는 것 같아요. 그녀는 작품 제목에 '함께'라는 단어를 많이 썼어요. 화가 자신도 그 단어를 가장 선호한다는 걸 알아챘다고 합니다. 타인과 함께해서 완전해짐을 만끽하라는 작가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싶네요.

에바 알머슨 그림의 주인공들은 항상 방긋 웃고 있어요. 행복한 모습만 그리고 싶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처한 배경과 상황은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다고 작가는 얘기합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죠. 작가의 돋보기는 힘든 순간에도 반짝 빛나는 찰나를 건져내어 그들의 행복을 그려냅니다. 때로는 먼발치 떨어져 바라보며 자신의 기도를 담아 행복을 그려내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전시는 에바 알머슨의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라고 해요. 다양한 주제의 그림들이 많아서 그녀의 팬이라면 아주 흡족해할만한 전시회에요. 한국을 특히 서울을 사랑한 그녀는 서울 연작 시리즈도 많이 선보입니다. 전 무엇보다 제주 해녀를 소재로 한 그림들이 많아서 전시회가 더 풍성해진 것 같아요. 제주에서 해녀들과 함께 지내며 그림책의 삽화를 다 그려낸 영상을 보니 그녀의 애정이 참 남다르구나 느껴지더라구요. 영상으로 읽어주는 그림책, <엄마는 해녀입니다>는 가슴 뭉클하기까지 합니다.

에바 알머슨은 마음의 돋보기를 가지고 있는 화가입니다.

소소한 일상이 그녀의 돋보기를 거치면 특별한 아름다움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가 잘 몰랐던, 곁에 숨어있는 행복을 찾아주는 화가입니다.

 

그녀의 그림은 부드러운 선과 따뜻한 색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런 작품을 통해 우리 곁에 행복과 사랑이 늘 머물고 있고,

그런 평범한 일상이야 말로 우리의 삶을 지켜주는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죠.

 

미소를 머금은 화가는 조용히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가 될 뿐만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마련인 소중한 것들을 우리 곁으로 불러주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발견하죠.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 .

-팜플렛 소개 글 중에서-

전시회에서 확인한 에바 알머슨의 인기는 아주 뜨거워요. 유치원생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까지 그녀의 그림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깊어가는 겨울, 메마른 감성에 행복을 그리는 화가의 그림 한점 얹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마음 가득 계절을 앞질러 행복의 꽃이 활짝 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희 모녀가 찜한 그림이에요. 전시장 내부는 사진 촬영이 안돼서 구글에서 찾아본 사진인데요. 차가운 감성은 가고, 포근한 갬성은 다 모이시오 하는 것 같죠?^^

전시 다 보고 나서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저와 딸은 도란도란 그림에 대한 얘기를 이어갑니다. 나는 이 그림 좋았는데, 넌 어떤 그림이 좋았어? 화가는 꽃을 좋아하나봐. 그러게 모든 그림에 머리에 꽃을 꽂고 있더라. 화가의 화실은 원래 그렇게 지저분한거야? 귀는 왜 그렇게 작게 그렸을까? 등등. 공기중에 흩어지는 수다를 떨지만 이 날의 기억은 저의 장기 기억 속에 살포시 저장되는 소리가 들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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