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연애의 행방

꿈트리숲 2018. 4. 12. 11:21

인생은 타이밍

 

 

연애의 행방/히가시노 게이고/소미미디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 소설이자 설산 시리즈의 하나인 <연애의 행방>은 중학생 딸로 부터 추천을 받아서 읽게 되었어요.

중학생이 된 딸이 읽어보고 정말 재밌다며 꼭 보라고 하더라구요. 이제는 컸다고 연애 소설도 엄마에게 추천해주고. . . 언제 이만큼 컸나 싶으면서도 연애 소설을 벌써 읽어도 될까? 요런 생각도 꼬리를 무네요.

아무튼 읽어보라니 읽어봐야죠. ㅎㅎ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알게된 작가에요. 한번 잡자마자 훅 빨려들어가서 끝까지 단숨에 읽었던 책이에요.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에 급 관심이 생겨서 검색들어갔죠.^^ 추리소설을 많이 썼더라구요. <가면산장 살인사건>, <라플라스의 마녀>, <유성의 인연>등을 보고 참 추리소설을 깔끔하게 쓴다는 생각을 했어요. 살인사건을 다룬 책이나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들은 살인 사건을 세밀하게 묘사하기 보다는 사건을 중심에 두고 주변 인물들의 관계와 그들의 얘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서 좋았어요. 문장이 간결하고 전개도 매끄러우면서 반전이 군데군데 숨어있어서 보는 재미가 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추리소설 전문이구나. 생각했는데, 연애 소설도 썼다니. . . 깜놀했습니다.^^

 

 

겔렌데 마법이란 것이 있다고 소개됩니다. 처음 보는 말이여서 좀 낯설기도 하네요. 스키장에서 사랑에 빠지기 쉽다는 법칙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 보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쉽게 사랑에 빠지듯, 현실에서 벗어나 긴장을 풀고 있을땐 타인이 좀더 쉽게 마음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중요 인물이 10명 정도 나오는데, 그 중 8명이 커플이 되거나 거의 되어가는 이야기에요.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고타와 미유키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모모미와 히다가 6할 정도 차지하더라구요. 나머지는 고타와 미유키, 미즈키와 아키나, 쓰키무라와 마호 얘기에 미즈키와 히다의 남남 얘기가 아기자기 더해집니다. 그리고 소설의 끝은 지분많은 모모미가 통쾌하게 장식하구요.

 

그렇다면 앞으로 모모미가 히다와 사귀게 되면 다시 한 번 미유키의 뒤를 밟는 셈이 된다. (중략) 미유키에게서 고타와의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역시 조금쯤은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을 느꼈고 딱하다고 동정하는 듯한 마음도 들었다. 그랬는데 이번에도  또 미유키가 걷어찬 상대와 맺어지다니. 겉으로는 축하해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걷어찬 남자와 사귄다면서 은근히 우월감을 갖는 건 아닐까. p 292

 

이 부분을 읽으면서 모모미의 마음에 많이 공감했어요. 여자라면, 아니 남녀를 떠나서 누구나 내가 만나는 사람이 최고의 사람이기를 바라는데, 누군가에게 차인 사람이라면, 더구나 찬 사람이 나와 동창이라면 모모미와 같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어요. 한편으로는 모모미는 미유키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더 솔직하면 좋겠다 생각도 듭니다. 미유키가 우월감을 갖든 동정하든 상관없이 고타와의 만남도 진심이었다면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히다와 사귀는 것도 좀 더 적극적이 되면 좋겠다고 말이죠.

 

 

모모미는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일을 해요.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심리묘사를 립스틱으로 했어요.

 

한마디로 빨간 립스틱이라고 해도 색감이 그야말로 다양하다. 심홍의 장미 같은 빨간색이 있는가 하면 핑크색이라고 해도 될 만한 빨간색도 있다. 주색(朱色)에 가깝지만 무슨 색깔이냐고 묻는다면 역시 빨간색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미묘한 색깔도 있다.  어떤 색이 잘 어울리는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나에게 꼭 맞는 색깔을 찾아낸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뿐이고 곁에서 보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더구나 그 립스틱이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로 보이는 그런 물건일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p 259

 

여기서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로 보이는 립스틱에 비유된 사람은 '히다'일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겔렌데 마법에 걸린다는 스키장에서는 있던 매력도 뚝 떨어지게 만드는데, 직장에서 '히다'의 모습은 완전 매력적으로 보인거죠. 그래서 고민이 되는가 봅니다.

우리가 립스틱을 고를 때 비슷비슷해 보이는 수많은 색깔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해요. 나에게 어울리는 색은 뭘까? 요즘 유행하는 색은 나에게 맞을까? 조명아래에서는 예뻐보이는데, 밖에 자연조명에도 괜찮을까? 등등. 고심 끝에 골랐는데 남들은 영 아니다고 하면 김 빠지는 거죠. 사람도 마찬가지인듯 해요. 누군가를 사귀기 시작할 때 과연 이사람과 내가 잘 어울리나 싶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생각하는데, 주위 친구나 지인들에게 소개하면 '니가 아깝다' 반응이 나오면 내 믿음에 균열이 생겨요. 립스틱이든 사람이든 사람마다 보는 관점과 취향이 다르다보니 이럴땐 뚝심으로 본인 결정을 믿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완벽한 선택은 없으니까 본인의 선택이 옳은 결정이 되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요.

소설을 읽다 보면 결정적인 순간에 반전이 몇번 나와요. 물론 작가가 치밀하게 계획한 것이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오로지 소설속 등장인물에 몰입하여 읽다보니 '인생은 타이밍' 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간발의 차이로 늦어서 프로포즈에 실패하고, 중요한 순간에 동창을 만나게 되는 등 시간이 부리는 심술에 돌아서야 하는 소설 속 인물들의 상황이 좀 안타까웠어요.

 

결말까지 다 소개하면 김 빠지시겠죠? 아니면 한권을 다 읽은 듯 해서 책을 안 읽으실 수도 있어서 내용 소개는 여기까지 할께요.^^

가슴에 와 닿았던 한 문장만 더 소개하고요.

 

누구에게나 플러스 요소와 마이너스 요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덧셈과 뺄셈을 거쳐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다. p 268

 

인생은 언덕을 올랐다 내려갔다 하듯이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왔다갔다 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바람이 있다면 플러스일때는 완만하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마이너스일때는 부드럽게 연착륙에 성공하는거죠. 사랑에 있어서도 상대가 장점과 단점을 다 가졌다면 장점을 부각해서 결과는 플러스로 답을 낼 것인지, 아니면 단점이 도드라져 마이너스로 답을 쓸 것인지 결정은 본인에게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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