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교육

방시혁 대표 서울대 졸업식 축사

꿈트리숲 2019. 2. 28. 07:21

때로는 분노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제가 딸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엄마는 집에만 있는데 어떻게 그걸 알아?” 이 말인데요. 그러게요. 저도 집에만 있는데, 어떻게 그걸 알까요? 아이와 대화하면서 위의 말 같은 걸 들을 땐 어김없이 요즘 사회 현상이나 아이돌, 10대들의 관심사를 얘기할 때입니다. 신기하게도 신문에 그런 것들이 많이 나와요. 그런 기사가 나오면 유심히 봐뒀다가 아이와 대화할 때 써먹죠. 그리고 저, 집에만 있지 않는데. . . 딸이 보기에 엄마는 전업 주부이니까 집에만 있는 것처럼 보이나 봐요.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제 주위 사람들은 저를 보며 정말 바쁘게 산다고 하거든요. 일주일에 독서모임 2, 매일 새벽에 글쓰기, 도서관, 서점 나들이 일주일에 2번 정도는 꼭 하고 그외 개인 프로젝트(책 읽기, 취미생활), 가끔 지인들 만나는 등 절대 집에만 있지 않아요. 전업 주부도 집안 일 외에 아주 바쁘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데, 학교 갔다 올 때 즈음엔 엄마가 집에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지요.

어제 신문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방시혁님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 기사가 났어요.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을 키운 분으로 유명하시죠. 유명인들의 대학 졸업 축사 시즌이구나 싶기도 하고 기사에서 뭔가를 건져서 딸과 얘기할 때 써먹어야지 싶어 읽어봤어요. 딸은 아이돌에 별 관심이 없어서 아이나 저나 아이돌에 관해서는 얘깃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학교에서 풍문으로 듣고 저에게 새로운 정보를 줄 때가 더 많기는 합니다.

이제는 월드스타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방탄소년단을 키워낸 방시혁 대표는 큰 꿈이나 야망이 없었다고 다소 의외의 말을 했어요. 서울대 졸업 축사에 나선 것은 서울대 91학번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자신의 살아온 얘기를 전해주려, 그 중에서 후배들이 나아가려는 길과 맞닿는 부분을 소개하려 나섰다고 가벼운 포부를 밝힙니다.

저는 사실 큰 그림을 그리는 야망가도 아니고, 원대한 꿈을 꾸는 사람도 아닙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구체적인 꿈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번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에 따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중략) 여러분! 저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입니다. 얼마 전에 이 표현을 찾아냈는데 이게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 같습니다. 오늘의 저와 빅히트가 있기까지,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분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불만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구체적인 꿈 자체가 없었는데, 어찌 이렇게 유명한 아이돌 그룹을 기획하고 월드투어도 하고 그럴까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저 역시 큰 야심가였구나 했는데 전혀 아니라고 하시니 약간 허망합니다. 그럼 모든 것이 운이었나 싶어서요. 그런데 방시혁 대표는 꿈은 없지만 스스로를 불만이 엄청 많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 불만이 어쩌면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한때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큰 불만을 표출했었나봐요. 그때 일로 깨달은 것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좋으나 그 방법에서 절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도한 분노 표출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이제는 그런 식으로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다고 하시네요.

방시혁 대표는 학창시절 특출할 것 없는 학생이었지만 다른 점 한 가지가 있었는데, 그건 소소한 일상에서 언제 자신이 가장 행복한지, 그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고민한 것이라고 해요. 그 방해하는 요소에 아마 불만을 표출했겠죠.

세상에는 타협이 너무 많습니다. 분명 더 잘 할 방법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튀기 싫어서, 일 만드는 게 껄끄러우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게 싫어서, 혹은 원래 그렇게 했으니까, 갖가지 이유로 입을 다물고 현실에 안주하는데요. 전 태생적으로 그걸 못 하겠습니다. 제 일은 물론, 직접적으로 제 일이 아닌 경우에도 최선이 아닌 상황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게 되고 그럼에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이 분노로까지 변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자신이 지금 누리는 행복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없애가고 계신 듯합니다. 분노를 표출하다 보니 이제는 그 분노가 개인을 넘어 사회에 좀 더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한 소명으로까지 커졌다고 해요.

그리고 이제 저는, 그 분노가 제 소명이 됐다고 느낍니다.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온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화를 내는 것. 아티스트와 팬들에 대해 부당한 비난과 폄하에 분노하는 것. 제가 생각하는 상식이 구현되도록 싸우는 것. 그것은 평생을 사랑하고 함께 한 음악에 대한 저의 예의이기도 하고, 팬들과 아티스트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이기도 하면서 마지막으로 제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유일한 방법 같습니다.

행복에는 감정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 두 가지가 있다고 하면서 자신이 어떤 때 행복을 느끼는 지 또 나는 어떤 걸 행복으로 정의하는지 알아내서 그런 상황에 나를 놓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그래야지만 남이 정의해놓은, 남이 만들어 놓은 행복을 좇는 일이 없을 거라고요.

원대한 꿈을 세우고 단계 단계 올라가는 과정 보다는 매 순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기 위한 선택의 과정이 삶이라고 하는 그의 말은 내가 불만표출 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삶에 그냥 묻혀버리고 말 것이라는 경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가지 더하자면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상식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고 해요. 공공의 선에 해를 끼치고 본인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는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욕망을 이루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이를 위해 항상 세상에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를 찾아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때로는 분노가 나를 키우고 행복을 가져다주고,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기사 전문은 아래 링크 참고해주세요.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31&aid=000048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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