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음악인의 3.1 운동 100주년 기념식

꿈트리숲 2019. 3. 4. 06:41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앞서 삼일절날 플래시몹 관련 예고를 했었어요. 제 딸이 참여하고 전 옆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그날 행사를 지켜봤는데요. 이런 행사가 처음이다 보니 들떠서 사진도 영상도 만족스럽게 안 나왔어요.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만드시는 분들의 능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블로그를 하지 않았으면 절대 모르고 지나갔을 어쩌면 알아도 그냥 지나쳤을 저의 꽝손 실력, 감안하고 봐주세요.

제 딸이 바이올린 레슨을 받고 있는데요. 바이올린 선생님께서 어느 날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얼떨결에 플래시몹에 참여를 하게되었습니다. 인천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시민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오케스트라 플래시몹. 두구두구두구 제가 다 떨리네요.

목요일 저녁과, 삼일절날 오전에 모여서 연습을 하고 오후 3시 1분에 플래시몹 출격했어요.

처음에 선생님 제안을 받고 딸은 재밌을 것 같지만 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아니 왜? 도대체 왜? 이 좋은 기회를. . . 하면서 물어봤더니 자신은 중2여서 남들 앞에 서는 것이 부끄럼을 탈 나이라고 하는군요. 사실 지난 연말에 독서 모임에서 송년회 할때도 간신히 설득해서 연주를 하긴 했었어요. 이번에도 여러 미끼를 투척하고서 어렵게 어렵게 딸의 승낙?이 떨어졌는데요. 플래시몹 하고 난 딸의 반응은 나쁘지 않아요.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참여하기를 진짜 잘 했다고 먼저 말을 하네요.

태극기 흔들며 만세 외치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바이올린(물론 독주는 아니었지만) 연주를 하는게 가슴 뭉클했나봐요. '하기를 잘했어, 재밌었어' 하기에 엄마 어깨는 뿌듯함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승천합니다. 딸은 오케스트라 단원은 아니지만 단원이신 바이올린 선생님 덕분에 뜻깊은 현장에 동참해서 역사도 되새기고 좋은 추억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연주를 보는 동안 동영상을 찍느라 환호하고 박수를 칠 수는 없었어도 마음은 찡 하더라구요. 만세 운동을 비롯해 그 시대 독립운동을 했던 조상들의 고통과 설움을 감히 상상할수도 없지만 왠지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그렇겠죠.

인천 아트센터 앞에서 연습을 마치고 출격 준비 중인 단원들입니다. 피자먹고 연습한거 그대로 보여주실거죠? 기대할께요.

추운 날씨에 얇은 한복을 입고 유관순 열사역을 맡으신 바이올린 선생님입니다. 어디 방송에 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뷰도 하시네요.

오케스트라 단장과 지휘를 겸하고 계시는 김용호 선생님의 선 연주를 듣고 단원들이 속속 모여들었어요. 첫곡은 아리랑입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속속 모여들어 함께 태극기로 응원을 해주셨어요. 3월 1일이 그냥 하루 쉬는 공휴일이 아님을, 우리가 편하게 쉴 수 있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는 순간이 되었을 것 같아요.

이 날 행사는 장소를 옮기며 두번 진행되었어요. 사진은 인천 구월동 로데오 광장 앞이구요. 동영상은 인천 롯데 백화점 앞 광장에서의 모습입니다.

두 번째 연주곡은 애국가에요. 애국가는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을 놓고 찬반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른으로 아이들에게 양쪽 입장을 제대로 알려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우리대에서 찬반 논란이 끝나지 않고 아이들 세대까지 그 논란이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제대로 알고 현명하게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우리의 몫인 것 같아요.

마지막 곡은 인천을 대표하는 곡, '연안부두'입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즐겨 듣고 부르던 노래인데요. 작년에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악기 연주로만 듣고 저는 이 노래의 매력에 흠뻑 빠졌었어요. 흥겹고 신나고 뭉클함도 생기고요. 전 인천 사람이 된지가 3년이 채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 '연안부두' 시작 부분만 들어도 마음이 찡한걸 보면 인천 사람 다 되어가나봐요.

연주를 앞두고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딸. 사뭇 비장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서. . . 설마 3.1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거냐?'
땅에 봄이 오는 3월의 시작이래도 찬바람이 불어 쌀쌀한 날씨였어요. 다들 손이 얼어 연주하기 힘들었을텐데 웃으며 즐겁게 연주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유관순 열사 빙의하신 바이올린 선생님과도 인증샷. 모두모두 멋졌어요. 님 좀 짱인듯^^

김용호 선생님께서 간략하게 낭독하시는 독립선언문을 듣고 만세 삼창을 하며 이날의 행사는 아름답게 멋지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방법 뭐가 좋을까요? 열심히 책으로, 아니면 역사적인 장소를 가보는 것 등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를 되새기는 이런 행사에 직접 참여해 보는 것도 훌륭한 역사 공부가 될 것 같아요. 오늘 내가 누리는 편안함과 행복은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하다는 걸 절대 잊지 않는 날이 되었거든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신채호-

728x90

'비움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 벚꽃엔딩  (10) 2019.04.23
벌써 1년(꿈트리 블로그 1주년)  (24) 2019.03.15
3.1운동 100주년 기념 플래시몹  (0) 2019.03.01
보자기  (4) 2019.02.01
에바 알머슨 전시회  (4) 2019.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