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2019 벚꽃엔딩

꿈트리숲 2019. 4. 23. 06:25

2019 벚꽃엔딩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있는 곳은 올해 벚꽃 시즌이 마감된 것 같아요. 저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 . 벌써 가다니 아쉬워요. 벚꽃이 막을 내렸다는 것은 벌써 봄이 가고 여름이 곧 등판할 때라는 얘긴데, 시간이 화살처럼 빨리 날아가는 느낌입니다.

 

추워서 나가려는 발길 되돌리고, 미세먼지로 꽃놀이 가려는 마음을 붙잡고, 내리는 빗줄기 피해 집순이 했더니 백화점 시즌 오프마냥 끝물 잡은 듯한데요. 그래도 아직은 머뭇거리는 봄을 조금이나마 붙잡으려고 틈틈이 봄 인증샷을 찍어뒀어요. 핸드폰 속 사진 갤러리를 쭉 넘겨보며 화사한 벚꽃에 입고리가 춤을 춥니다. 벚꽃이 뭐라 말을 걸어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작년 가을에는 단풍을 찾아 매주 나들이를 했었어요. 올 봄에도 그러리라 마음먹었는데, 벚꽃 명소를 찾아가지는 못했어도 동네에 아름다운 벚꽃이 많아 그나마 위안을 받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멋진 공원이 있어요. ‘인하공원입니다. 인하공원은 제가 부르는 이름이고 진짜 이름은 인하대학교 캠퍼스에요. 캠퍼스 조경이 멋져서 공원 삼아 걷기에 좋지요. 도서관 갈 때마다 책만 빌리거나 반납하고 나오는데, 지난주 볕 좋은 어느 날은 마음먹고 교정을 걸어봤습니다.

 

 

흰 눈 꽃비를 맞으며 공부하는 학생도 있고, 벚꽃 향기 아래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는 사람들도 있고요. 전 그들을, 그 풍경을 사진에 담느라 혼을 불태웠는데요. 제 손은 꽝손인지 아님 제 눈이 나쁜 건지 실제 보는 것만 못하게 사진에 담겼어요. 오랜 시간 찍고 찍고 또 찍어야 실력이 늘겠죠. 아직은 갈 길 먼 초보입니다.

 

 

 

도서관 가는 길에 제 나름의 포토 스팟을 찾아 우리 집 나오게도 한 컷 찍어보고요. 까치 녀석을 만나서 넌 모자이크 처리 안해줄거야하면서 한 컷 건졌어요. 아름드리 나무에는 흩날리는 벚꽃잎 때문에 벌써 절반은 초록입니다. ‘! 아쉽다, 좀 더 서둘렀더라면 찬란한 봄을 만나지 않았을까하면서 집으로 갑니다.

 

 

 

 

아파트 조경도 인하공원에 뒤지지 않는 편이라 한번 휭 둘러보네요. 여기도 벌써 초록초록 합니다.날이 따뜻하면 으레 들리는 아이들 노는 소리가 이날따라 더 크게 울려퍼집니다. 모처럼의 파란 하늘이라 그런가봐요. 저도 한 시간 걸을 거 두 시간 가까이 걸었어요. 발바닥에 불은 나지만 이 봄이 가기전 마지막 모습을 잡은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사진들 보다가 이번 벚꽃 시즌 베스트 샷은 뭘까 하면서 골라봤어요.

 

 

 

 

 

 

 

딸이 자기가 찍은 사진은 빠졌다며 눈총을 주네요. 딸에게 사랑 받는 엄마 되려고 위의 세 컷 은근슬쩍 끼어넣어 봅니다.

 

제가 찍은 많은 사진들 중에  제 마음에는 단연 아래 사진이 일등입니다. 이번 봄 벚꽃엔딩은 너로 찜했어!!

 

 

2주전 딸아이 도서관 봉사하는데 데려다주고 도서관 옆 공원에 핀 벚꽃 사진을 대충 찍었어요. 그날은 아이 봉사 사진을 좀 담아야 했기에 벚꽃에 오래 붙들려있을 수 없었죠. 그래서 다음에 오마 하고 몇 컷 찍지도 않았는데, 이 봄은 꽃과 함께 바람에 날아가 버리네요.

 

대충 찍은 것이 저만의 세젤예 사진이 됐어요. 찍는 그 순간만큼은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았더니 베스트를 건진건 아닌가 생각해요. 무리를 이루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게 피어 있고, 또 아직 만개하지 않은 꽃대가 함께 하니 화려하게 영글 미래를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제 맘속에 저장했습니다.

 

날씨 탓을 하며 봄나들이를 너무 아꼈더니 절정을 놓친 듯 아쉽고요. 그런 반면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찍었더니 봄의 찬란한 끝을 잡은 것 같아요. 하나 좋은 것이 있으면 하나 안 좋은 것이 있고, 하나를 내어주면 하나를 얻는 것 같습니다. 봄에게 배운 삶의 꿀팁! '너무 아끼지 마세요. 일상이 여행이에요. 여행은 비가 온다고 바람이 분다고 해서 멈추지 않으시죠?' 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삶이 지속되는 한 여행도 계속. 그러니 오늘도 놓치기 아까운 찬란한 순간, 마음껏 누리고 맘에 담아야겠어요.

 

 

독서모임 회원분이 드론으로 촬영한 인천대공원의 벚꽃 모습이에요. 하늘에서 보는 벚꽃, 쉽게 접할 수 없는 귀한 풍경이죠. 눈에 많이 많이 담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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