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해외여행

2015 하와이 여행 2일차-(2)

꿈트리숲 2018. 4. 19. 21:27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는 법 - 진주만

 

 

하나우마 베이 철수하고 점심 먹으러 다시 와이키키 쪽으로 갑니다. 하와이 도로는 넓어서 좋긴한데, 거의 일방통행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눈앞에 보이는 목적지를 좌회전으로 못 들어가니 계속 돌고 또 돌고 시간 허비를 많이 했어요. 주차할 곳 찾아 들어간 곳은 호텔 주차장이었어요. 대략난감-.- 주차료가 엄청 비쌀 것 같지만 배꼽 시계는 배고프다 알람을 울리고, 진주만 예약시간도 얼마남지 않아서 그냥 주차했어요. 시간에 쫓기다 보니 사람이 생각의 폭이 엄청 좁아져요. 불편한 렌트카(난생 첨 타보는 오픈카)도 한몫하고, 따가운 하와이 날씨도 두몫하고. . .  맛집 찾는 거 포기하고 그냥 가까이 보이는 맥도날드, 당첨. 먹는 걸 입에 넣고 있지만 온통 머리속은 진주만 예약 시간만 떠오릅니다. '빨리 일어나야 한다, 더 빨리 일어나야 한다.'

 

어쨌든, 식사 마치고 호텔 주차장에서 차 빼고(주차료가 만원은 나온 듯 해요.ㅠㅠ) 진주만으로 갑니다. 진주만이라고 해서 진짜 진주만을 가는 건 아니고 진주만 부대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아리조나 전쟁 기념관이 있어요. 거기가 저희의 목적지죠. 어눌한 말씨의 네비 도움 받으며 씽씽 달려 갑니다. 지나던 길에 아리조나 간판 같은게 보였는데, 설마 저기겠어 하고 계속 가요. 그랬더니 목적지 같은 곳에 다다르고. . . 군복 입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여기는 군인들이 안내하나 보다 하고 차를 계속 몰았더니 바리케이트 있는 부근에 군인이 차를 세워라 하더라구요. 신분증 보여 달라고 하네요. 헐~~~ㅠㅠ 우리는 여행자고, 신분증은 호텔에 두고 왔고, 진주만 보려고 왔을 뿐인데.  미군에게 설명했어요. 그랬더니 군인이 친절히 알려줍니다. 아마 우리 같은 사람이 많은 듯. ㅎㅎ 여기는 진주만 군부대이고, 당신들이 갈 곳은 아리조나 기념관이다. 다시 차를 돌려 가다보면 왔던 길 어딘가에 있다고요.

 

 

휴~~ 다행이다 싶다가 한편으로는 오늘 완전 일이 꼬이는 듯 하네요. 아리조나 기념관은 한국에서 미리 시간을 예약하고 갔어요. 그래서 시간 넘기면 못볼까봐 마음을 많이 졸였네요. 다행히 매표소에 출력해간 바우처 보여줬더니 다음 타임 입장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땐 정말 머리에서 김났었나봐요. ㅎㅎ 짐은 사물함에 보관하고 물, 핸드폰 정도만 들고 입장했어요. 매표소와 사물함 왔다갔다 하는데, 몇명의 사람들이 벽화를 그리고 있더라구요. 거의 완성되어가는 듯, 아리조나 잠수함을 그리는 건지 배 그림에 터치를 하던 사람이 저희에게 다가오더니 사진 한장 찍어준다고 하더라구요. 여행지에서 먼저 사진 찍어준다고 다가오는 사람은 십중팔구 현상하는데 돈을 받아갔던 게 학습된 터라 저희는 거절했죠. 그랬더니 벽화가 오늘 완성됐는데, 사진 잘 나오는지 테스트 해보려 한다고 하더라구요. 사진은 투어 끝나고 나갈때 기념품점에서 확인하고, 무료로 현상해준대요. 긴가민가 어짜피 현상 보고 돈 달라고하면 안 찾으면 되니까 하고 한장 찍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나올때 진짜 공짜로 현상해주더라구요. 어찌나 고맙던지. ㅎㅎ 진주만 군부대로 잘못 찾아가고, 기념관에 늦게 도착했을때는 완전 인생 꼬일대로 꼬였다며 씩씩거렸는데, 늦은 덕분에 가족 사진을 얻어서 기분이 다시 역전되었어요. 어떻게 이리도 손바닥 뒤집듯이 기분이 널 뛰는지. 항상심을 유지할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좋은 일이라고 너무 오바하지도, 그렇다고 안 좋은 일이라고 너무 낙담하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한 날이었습니다.

 

전화위복이 되었던 진주만 벽화 사진 (예약 시간 늦어 썩소 장착 中)

 

진주만은 태평양 전쟁 당시의 아픔을 고스란히 보존하는 듯 보였어요.  희생자들의 이름으로 한쪽 벽면을 채운 곳, 아직도 기름이 흘러 나온다는 침몰된 아리조나 호도 생생하게 볼 수 있어요. 남편이 진주만을 가자고 했을때 솔직히 전 볼 거 없는데 거길 왜 가나. . . 생각했었거든요. 저희는 전후 세대라 전쟁에 관심도 없을 뿐더러, 책으로만 배웠던 과거 전쟁이 점점 잊혀지기에 전쟁 기념관은 재미없는 곳이라 여겼어요. 가보니 일부러라도 아이들 데리고 방문을 하면 가슴아픈 역사를 알려줄 수 있어서 나름 의미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를 동반한 관광객들이 많았어요.

 

 

엄숙하기는 하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USS Arizona Memorial.

추모하는 이와 기억되는 이들이 조우하는 곳, 진주만은 전쟁의 아픔을 숨기지 않고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숭고한 희생 덕분에 오늘날 편히 살 수 있다는 고마움을 가슴 깊이 담고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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