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누가 내 머릿속에 브랜드를 넣었지?

꿈트리숲 2019. 3. 22. 07:05

브랜드를 대하는 자세

 

 

저의 딸은 그림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곧잘 그리기에 관찰력이 뛰어나다 칭찬을 해주곤 했었어요. 사물이나 풍경을 볼 때 사람들이 쉽게 놓치는 부분도 잘 캐치해서 그리더라구요. 클 때 누구나 폭풍 그림 그릴 때가 있나보다 생각하고 그냥 지나갔는데요. 초등생이 되어서도 중학생이 된 지금도 그림 그리는 걸 쉬지 않네요. 점점 그림 실력도 진화해가고요.

 

요즘은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게 대세가 되었죠. 웹툰이 많은 사랑을 받기에 그렇고 또 캐릭터 디자인이든 의상 디자인이든 컴퓨터로 하는 추세더라구요. 거기에 발맞춰 딸도 컴퓨터로 그림을 그렸어요. 딱히 어떤 장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마우스로요. 먼저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컴퓨터로 보냅니다. 컴퓨터에서 그 사진을 불러와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으로 그리죠. 마우스로 한땀 한땀 그리고 색을 채워 넣는 것 보면 참 인내심이 대단하다 느껴져요. 저 같았음 열두번도 더 그만뒀을 여정이더라구요. IT기기에 큰 관심이 없던 남편과 저는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불편하다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아이가 그런 방식으로 1년 넘게 그림을 그려왔음에도 불구하고요.

 

아이는 반년 전부터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얘기를 해왔는데요. 전 또 바로 사주는 편이 아니라 컴퓨터로 더 그려보고 나중에 꼭 필요하다 느끼면 다시 검토해보자로 마무리 했지요. 점점 그림이 많아지니까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로 씨름하는 시간도 늘어나고요. 딸의 그런 모습을 보고 남편이 많이 안스러웠나봐요. 어디서 펜마우스라는 걸 알고 와서는 그걸 사주자고 하더라구요.

 

그건 또 뭐죠? (전 신문물 무식자) 폭풍 검색을 해보니 태블릿 보다는 가격이 많이 저렴해요. 그런데 이것 역시 좋은 걸 찾다보니 태블릿 형태의 제품이었고 가격도 태블릿과 별 차이가 없어요. 깊은 고민에 며칠을 보내고 결국엔 태블릿을 구매했습니다. 아이가 처음부터 원한 제품은 아이패드였는데, 다행히 최신 모델이 아니어서 그나마 땡큐였고요. 조카찬스 이용해서 학생 할인 받아 때땡큐입니다.(비용의 절반은 아이가 모아둔 용돈을 사용해서 그나마 저의 부담이 많이 줄었네요)

 

태블릿 받고 너무 좋아 폭풍 그림을 그리는 딸을 보니 아이 머릿속에 핸드폰은 이 브랜드, 태블릿은 저 브랜드 하는 식으로 브랜드가 각인되어 있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예전에 서점 장바구니에만 담아뒀던 책을 읽을 기회가 이때다 싶어 보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십대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대학에서 마케팅 관련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책을 쓰셨어요.

 

p 42 브랜드와 제품은 생각보다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머릿속에 잠복해 있다가 우리의 소비활동에 결정타를 날린다. 누군가가 애용하는 브랜드를 보면 단편적이나마 그에 대해 알 수 있지 않던가? 온몸을 키티로 휘감은 사람을 보면 귀여운 걸 좋아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제 지인 중에 한분도 키티 덕후가 계신데요. 온몸을 키티로 휘감지는 않지만 키티 관련 아이템을 많이 소장하고 계세요. 그런데 실제 말하는 거와 행동들이 귀여우시더라구요. 저자의 말처럼 단편적이나마 그 사람에 대해 알 수가 있었어요.

 

아마 딸도 유튜브의 그림 그리는 영상들을 참고 하면서 알게 모르게 브랜드가 각인이 되어 잠복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자신이 그리는 방법이 최선인 줄 알았는데, 영상 속 사람들은 아주 편한 장비로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갖고 싶다는 욕구도 생긴 것 같고요.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도 마우스로 그림을 그릴 때도 딸은 저를 많이 그려요. 간혹 아빠가 시샘을 하면 몇 컷 그려주고요. 그림은 아이가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해요. 하고 싶은 말, 느낌, 생각 그런 것들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p 53 인간은 누구나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외모든, 재력이든, 명성이든, 재능이든, 그 대상은 다를 수 있지만요. 어른들은 특히나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경쟁이 심한 사회일수록 자신의 우위를 나타내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지요. 또 우리 같은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타인에게 비치는 모습이 내가 나를 바라보는 모습보다 더 중요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 주려는 욕구가 크고, 실제로는 고소득자가 아니어도 고소득자처럼 보이기를 원합니다.

 

타인에게 자신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바로 브랜드가 하고 있지요. 어른들의 경우 옷이나 가방, 신발, 시계 등으로요. 저도 철모를 때는 허영심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말하고 다닐 수는 없으니 비싼 옷과 가방, 신발, 시계를 장착하면 알아 봐주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명품을 들고 다니면 뭔가 우아하고 지식이 있고 귀품이 있는 것처럼 착각했어요.

 

경쟁이 심한 사회이기에 내가 남보다 낫다는 걸 보여줘야 하고, 집단주의 사회이기에 타인의 시선에 신경이 자꾸 쓰이고요. 그런데 정당한 노력을 해서 뭔가 이뤄내기에는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그러니 성공한 사람들이 누리는 겉모습을 그냥 흉내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다른 몇몇 나라들보다 명품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대요.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고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고 하니까 가격을 결정하는 힘이 더 이상 소비자에겐 없는거죠. 기업과의 밀당에서 실패했다고 저자는 얘기합니다. 가격 결정하는 힘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고가 브랜드에 의연해져야 한다고 책에서는 강조하는데요. 수입의 대부분을 써서라도 명품을 구매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말이지요.

 

브랜드는 우리가 제품을 구매할 때 좋은 역할을 하는 부분이 분명 있어요. 수많은 물건들 중에서 좀 더 쉽게 편리하게 원하는 물건을 고를 수도 있고요. 그리고 제품의 질이 어느 정도 보장될 확률도 높지요. 그러나 너무 브랜드에 집착하는 소비는 현명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브랜드가, 특정 제품이 나를 보여준다는 믿음은 알맹이가 빠진 것일 수 있어요.

 

이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로 나와서 쉬운 말로 쓰였고, 연예인 예시도 많아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소비를 권장하는 목적인데 어른인 제게도 마음에 와 닿는 말이 많네요.

 

p 176 기본적인 생활을 희생하고,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소비는 공허함을 남깁니다. 예쁘다, 멋있다는 찬사는 들을 수 있겠지만 정작 내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겠지요. 소비는 자신이 누리는 생활의 질을 결정하고 앞으로의 나를 만듭니다.

 

소비가 개인의 욕구 충족을 넘어 타인의 삶, 더 나아가 사회를 고민하는 친사회적 소비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은 청소년뿐만이 아니라 어른인 저도 꼭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주제인 것 같습니다.

 

엄마의 브랜드를 만들어보려 애쓴 딸의 그림(포인트는 체육복!! 집에서 항상 똑같은 복장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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