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서울책보고

꿈트리숲 2019. 5. 22. 06:51

책과 글을 가까이 하면

 

 

오늘 글을 쓰기에 앞서 어제 있었던 저에겐 아주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을 잠깐 소개하고 갈게요. 제가 쓰는 블로그 글의 대부분은 책의 후기입니다. 출판된지 오래된 책도 있고, 따끈따끈한 신간도 있지요. 후기를 쓸 때 제 생각이 작가의 의도와 맞는건지 어쩐건지 전혀 모르고 씁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작가님이 직접 제 블로그에서 책 후기를 읽은 적도 없었구요. 어제의 후기글은 정말 나온지 얼마되지 않은 책, 최신간인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였습니다. 김민식 작가님의 책이지요.

 

 

놀랍게도 작가님이 후기글을 읽으시고 댓글을 써주셨어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작가님이 의도했던 내용이라 하시니 책을 제대로 읽었다는 생각에 참 뿌듯했었어요. 이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어제 글이 다음 메인에도 등장했다는 얘기를 듣고 오늘은 겹경사네 하며 마음은 덩실덩실 춤을 췄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일들이 있었다며 저녁 식사 때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또 다른 축하 문자를 받았어요. 김민식 작가님 페이스북에 제 글이 소개가 되었다는 내용이었어요. 정말 오늘 계탄날이구나 싶어 얼른 링크 들어가봤는데, 과연 있더라구요. 다행히 페이스북 사용자가 아닌 저에게도 화면이 보여서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작가님 댓글에, 페이스북에 이어 다음 메인까지 3종 세트가 한꺼번에 있었던 날은 어제가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합니다. 좋은 일은 이렇게 한꺼번에 오는 것인가요? 암튼 어제는 블로그 하는 보람을 평소보다 더 많이 느끼는 날이었습니다. 책을 가까이 하고, 글과 친해지면 이런 일들이 굴비 엮듯이 생기는가 봅니다. 앞으로 좋은 일 더 많이 엮기 위해서라도 책과 글과 깊이 사귀려구요.

 

 

사설이 너무 길었죠. 오늘 이야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서울에 아주 큰 헌책방이 생겼다는 정보를 입수했어요. 얼른 검색창 들어가서 찾아봤습니다. 이름 하여 서울책보고! 책을 본다라는 뜻도 되고, 보물창고라는 뜻도 되는 것 같은 헌책방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이름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었다 생각합니다. 언제 가보나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는데요. 드디어 지난 일요일 가게 되었지요. 원래는 강화도 나들이가 계획되어 있었는데, 비 온다는 예보가 있어 갑작스레 서울책보고로 변경했습니다.

 

 

 

우산 빗물 방지 비닐 대신에 요런 아이템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기발한 아이디어네요.

 

서울책보고는 헌책방 나들이 의미도 있지만 제가 찾는 책이 있어서 가고 싶어 했어요. 짐 론의 <내 영혼을 담은 인생의 사계절>인데요. 절판이 되어 온라인 중고서점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더라구요. 그런데 가격이 좀 사악해요. 서울책보고에서 짐 론의 책을 찾아낸다면 정말 득템이다 생각하고 갔는데, 허탕이었습니다. 책이 없었어요. 합리적인 가격에 나오면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구매해야 될 듯싶어요. 잠시 서울책보고 구경 좀 할게요.

 

 

 

 

 

 


책 진열이 서점별로 되어있습니다.

 

서울책보고 나들이의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뜻밖에 진기한 풍경을 보게 됐어요. 바로 패션쇼 리허설 장면인데요. 아침에 서점 오픈시간 맞춰서 갔는데, 서점 입구에 키가 엄청 큰 남녀 한 무리가 있더라구요. ‘저 사람들 마치 모델같다생각했거든요. 서점 안으로 들어갔더니 피아노 연주가 흐르고 그 키 큰 분들이 모델 워킹을 하며 서울책보고의 서가 통로를 마치 런웨이처럼 지나가는데, 여긴 서점인지 패션쇼장인지 헷갈릴 정도였죠.

 

두 사람은 모델이 아니고요 -.-;; 지금 화장실 찾아가는 중이랍니다.

 

한참을 넋 놓고 봤습니다. 보다보니 은근 책과 패션쇼의 콜라보가 잘 어울린다 생각되더라구요. 책과 모델, 패션쇼와 서점. 언뜻 생각하면 연관 고리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데요(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함께해서 시너지 낼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조용하게 책 읽는 장소에서 패션쇼라니 저 같이 굳어진 머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대번에 안돼요! 하고 외쳤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패션쇼는 오후 2시라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저는 리허설만 보고 나왔어요. 리허설만으로도 저에겐 충분했다 싶어요. 책 향 사이사이로 지나가는 모델들 보며 한 공간이 주는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곰곰이 해봤습니다. 이제 서점은 더 이상 서점의 역할로만 활용되진 않겠구나 하구요.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기에 이질적인 것을 접목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필요성과 가능성이 보였던 것 같고요. 거기서 오는 효과로 다음의 또 다른 뭔가에 도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이것이 바로 혁신이지 싶었습니다



굳어진 머리를 깨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주 이런 경험을 한다면 혁신과 창의성이 결코 남의 얘기만으로 머물지는 않을 거 같아요. 매일 새로운 글을 하나씩 써내는 저도 혁신과 창의성에 일조한다는 마음으로 낯선 것과의 조우를 기꺼이 즐겨야겠다 생각합니다. 오후 일정은 서울식물원인데요. 다음에 식물원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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