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덕후시리즈 1탄

꿈트리숲 2019. 6. 4. 06:37

해리포터 덕후들 모여라~~

 

 

지난 토요일 해리포터 덕후들이라면 귀쫑긋 눈이 번쩍 뜨일  것 같은 곳에 딸과 함께 다녀왔어요. 이름하여 해리포터 필름 콘서트인데요. 전 해리포터 책도 읽어보지 않았고 영화도 1편만 봤기에 딱히 해리포터에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딸이 지난겨울 해리포터에 심취하다 못해 덕후의 대열에 합류하다보니 해리포터 관한 소식이라면 발빠른 소식통, 해!리포터가 됩니다.

 

 

필름 콘서트가 있다는 정보를 어디서 입수하고서 빨리 예약하라는 지령이 저에게 떨어졌어요. 필름 콘서트를 가본 적은 없지만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들어 알고 있어서 꼭 가야할까 싶었지요. 그러나 좋아하는 것 원 없이 좋아하고 흠뻑 취해보는 것도 딸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 세종문화회관으로 갔습니다. 생에 처음 세종문화회관에 입성했네요. 지난 2월에 김민식 작가님 독서일기 특강 들으러 그 근처에 갔다가 주차를 세종문화회관에 한 적은 있었지만 공연장에 들어가 보기는 처음, 난생 처음, 저에게는 역사적인 날로 기억 될 거에요. 광화문 광장이나 광화문 교보문고에 갈 때면 저 멋진 건물에는 언제 가볼꼬... 늘 마음속에만 있는 워너비 장소였는데요. 딸 덕에, 해리포터 덕에 소원 성취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저는 깜짝 놀랐어요. 세상에나 해리포터 덕후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어서요. 해리포터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 기둥에 걸려있는 기숙사 휘장을 열심히 핸드폰에 담으시는 분들, 해리포터 망토를 입은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까지. 해리포터는 그야말로 덕후들의 블랙홀이었던거에요. 그걸 바로 옆에 있는 딸을 보면서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 참 뒷북어답터 답습니다.

 

 

딸이 해리포터에 빠져 있을 땐 그러려니 생각하고 말았거든요. 모두 잠든 시간에 홀로 취침 등 밝혀가며 해리포터 원서든, 한글 번역서든 읽어나갈 때 책이 재밌나보네 하고 말았어요. 포터모어(이것도 딸에게 물어봤어요)에서 자신의 기숙사를 알아보고 지팡이는 무엇이 낙점될 것인지 테스트를 할 때도 책이 많이 재밌었구나 정도였거든요. 필름 콘서트를 가보고 알았어요. 뭔가를 좋아하고 심취한 사람들은 그들끼리 모이는 것도 덕후의 연장선이라는 것을요. ‘혼자해도 즐거운데, 같이 하면 얼마나 더 재밌겠어?’ 모여서 정보도 교환하고 같은 걸 보고 즐거워 하는 것에서 오는 보다 큰 희열과 긍정적 쾌락 같은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네요.

 

 

필름 콘서트는 큰 스크린에 영화를 상영하면서 무대에서는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를 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음악과 똑같게 그리고 영화의 음악이 나오는 타임도 정확하게 맞춰서요. 영화를 볼 생각에 2층으로 자리를 잡았는데요. 다 보고 난 뒤의 느낌은 1층 앞자리를 잡을 걸 그랬다 싶어요. 연주자들의 움직임도 보고 싶고, 영화의 어떤 장면에서 어떤 악기가 연주되는지도 궁금하더라구요. 중간에 쉬는 시간 20분을 가지고 1, 2부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생각보다 길었어요. 2시에 시작해서 5시 넘어 끝났거든요. 중간에 뭐 좀 먹어줘야해요. 인터미션 시간에 매점도 가고 화장실도 들르고 주차정산도 하느라 결국엔 허겁지겁 뛰어서 공연장 다시 들어갔어요. 인터미션이 한 5분정도 더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 핑계를 좀 대자면 아침 일찍 목욕탕도 좀 다녀오고 서울까지 운전도 하고 해서 피곤이 좀 많이 몰려왔어요. 시간대도 2시라... 1부 타임에는 조금, 아주 조금 졸았습니다. 딸의 말을 빌리자면 제가 헤드뱅잉을 좀 잘했다 정도였어요. 옆에 분에게나 뒤에 분에게 민폐가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제 옆자리에는 나이가 좀 지긋하신 여성분 혼자 앉아계셨는데요. 혹시 손자손녀들하고 같이 오셨나 했거든요. 혼자 오신 것 같더라구요. 3시간 넘는 러닝 타임을 오롯이 혼자 즐기시는데, 정말 진정한 덕후를 보는 것 같았어요. 해리포터 2편 비밀의 방은 11월에 필름 콘서트로 찾아올 예정이랍니다. 혹시 해리포터 덕후인데, 이번 필름 콘서트를 놓치셨다면 11월을 기다려주세요.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 세상!

6월은 즐겁구나 덕후들 세상!!

 

 

728x90

'비움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가족이 생겼어요  (12) 2019.06.11
덕후시리즈 2탄  (13) 2019.06.05
서울책보고  (10) 2019.05.22
2019 벚꽃엔딩  (10) 2019.04.23
벌써 1년(꿈트리 블로그 1주년)  (24) 2019.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