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말그릇

꿈트리숲 2019. 4. 26. 07:13

나의 말 그릇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제가 예전에 도자기 만들기를 잠깐 배운적이 있어요. 흙으로 가래떡 뽑듯이 길게 굴려 뱅글뱅글 쌓기도 해보고 물레도 돌려 보고요. 쉽게 생각하고 덤볐는데, 많이 어렵더군요. 손으로 흙을 내리쳐서 공기를 빼는 작업도 저에게는 힘에 부쳤어요. 무엇보다 선생님의 시연은 참 쉬운데 제 손만 거치면 어찌 그리 이상한 모양으로 탄생하는지, 가마를 들어갔다 나온 제 도자기는 참 밉상이었지요. 우아한 취미를 갖고 싶어 도전했지만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더라구요. 그저께 글에서 말씀드린 평탄면을 만나고서 도자기 만들기도 접었습니다. 공 들여서 노력해야 함을 이제는 깨달았어요.

 

p 39 “그릇을 빚다 보면, 자꾸 틈이 생기고 구멍이 보이고 결이 갈라지기 시작해요. 흙의 특성 때문이지요. 그럴 때 번거롭다고 그냥 두면 모양도 흐트러지고, 나중에 구울 때 꼭 깨져버려요. 아무것도 담을 수 없는 쓸모없는 그릇이 되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 작업이에요. 틈이 보이면 바로바로 손으로 매만져주고 구멍이 생기면 빠짐없이 채워져야 해요. 필요 없는 공기거품은 모두 없애야 하고요. 공을 들여 쓰다듬고 매만질수록 그릇이 견고해져요. 그래야 나중에 고생을 덜 해요.”

 

<말그릇>의 저자 김윤나님은 취미로 도자기 만드는 걸 배우면서 어떤 마음으로 말 그릇을 다듬어나가야 할지 깨달았다고 합니다. 아마 도자기 공방에서 이 책의 제목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취미로 시작할 땐 만만하게 보이지만 본격적으로 만들다 보면 이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게 되죠. 우리가 쓰는 처럼요. 사람의 말 그릇이 넉넉해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대요.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면서요. 저도 격하게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사회생활 하면서 말을 정말 못하는 사람, 그러니까 자기 말만 하거나 쉽게 욱하거나, 말이 거친 사람들을 만납니다. 반면 잘 들어주고,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말을 잘 구사하는 사람들도 만나고요.

 

p 30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 앞에서도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것. 고정된 관점을 고집하는 대신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고, 유연한 태도를 보일 줄 아는 것 등이 바로 현명한 사람의 특징이라고 한다.

 

<말그릇>의 저자는 이런 사람들, 다양성을 고려하며 유연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말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부른다고 하는군요.

 

 

말은 단지 말이 아니고 말을 한 사람의 인격이자 됨됨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말이 너무 크게 느껴지네요. 말에는 나의 역사와 성장배경, 심지어 말의 나이도 짐작할 수 있다고  하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공간이 충분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고 받아들이고요. 작은 말 그릇의 소유자들은 조급하거나 야박하게 굴고, 상대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기를 즐겨합니다.

그들이 즐겨 쓰는 말, ‘그게 아니라’, ‘너는 모르겠지만’, ‘내 말 좀 들어봐등이에요. 그에비해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그랬구나’, ‘더 말해봐’, ‘네 생각은 어때라고 하면서 상대방이 더 말하도록 유도한다고 해요. 이 부분에서 저의 말그릇을 생각해봅니다. 감히 크다고 자신할 수가 없어요. 아직 말 그릇을 키우는 단계인 것 같아요.

 

말은 그 사람의 내면의 깊이를 드러내기에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내면이 성장해야 된다고 하는데요. 제일 우선해야 할 것은 자신의 진짜 감정 알기에요. 우리는 자신에게 익숙한 감정 몇 가지만으로 모든 상황에 대처합니다. 분노가 익숙한 감정인 사람은 좋을 때는 무덤덤하다가 억울한 일에 불같이 화를 내고요. 슬픔이 익숙한 사람은 불리하거나 어려운 상황이 되면 슬픔과 우울로 빠져듭니다. 감정이 우리를 덮칠 때 익숙한 감정을 쏟아내지 않도록 평소에 진짜감정을 찾는 연습을 꼭 해야겠어요. 감정이 올라온다 싶을 때 3초간 잠시 멈춤 질문을 하는 것이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인데요. '이 감정은 어떤 감정일까, 이 감정은 내게 무얼 말하는 걸까' 하고 3초간 질문을 하는 겁니다.

 

감정을 알았다면 표현을 해야겠죠. 감정표현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어요. 뒤끝없고 쿨한 사람인 폭포수형, 모든 걸 다 받아들이고 참는 호수형, 그리고 수도꼭지형입니다. 폭포수형은 자신의 감정을 책임질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폭포수형은 자신의 감정만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같아요. 내 감정만 해소하고 상대방 기분은 안중에도 없기에 그렇습니다. 호수형은 참고 참고 또 참고, 어느 순간 욱하며 터집니다. 감정은 담가두고 발효시키는 게 아니라 느끼고 표현하는 거라는 표현에서 참는게 능사는 아니다 싶어요. 감정은 김치나 와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수도꼭지형은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찬물, 따뜻한 물 조절하는 것처럼 감정 표현이 정확한 사람입니다. 상대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인거죠. 갑자기 화를 쏟아 데거나 날카로운 비수를 날려 얼음처럼 만들지 않거든요.

 

이런 노력을 해서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말 그릇이 큰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그들은 잘 듣는 사람, 잘 말하는 사람이에요. 듣기는 말 그릇을 키우고, 말하기는 말 그릇을 깊어지게 하는 기술입니다. 잘 듣는 사람은 경청과 공감을, 잘 말하는 사람은 질문을 필살기로 활용합니다.

감정은 발효시키면 안 되지만 잘 숙성된 말은 김치나 와인과 같아요.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 나의 노력을 공들여 쌓다보면 그릇이 커짐과 동시에 나의 내면이 고운 결로 바뀌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제 말 그릇에 감사를 가득 담아 오시는 분들 모두에게 대접하고 싶어요.

 

좋은 책 선물해주신 문세림 선배님, 예쁜 책갈피 선물해주신 허은하 선배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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