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국내여행

서울식물원

꿈트리숲 2019. 5. 24. 06:40

늙을수록 멋있고 오래될수록 가치있는 친구

 

서울식물원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식물원 전경입니다.

 

지난 일요일 비가 와서 갑자기 결정된 서울 나들이. 오후 일정은 서울 식물원입니다. 정식 개장 전부터 관람객이 엄청 몰렸다는 기사를 봤던터라 궁금했었어요. 2년 전 딸과 둘이서 떠난 싱가포르 여행에서 가든스바이더베이의 클라우드 포레스트 인상이 좋게 남았기 때문에 서울 보타닉 파크에 대한 기대가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였어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따르는 법이지요. 서울 식물원의 내부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느낌입니다. 상대적으로 야외 공간이 넓은듯한데 아직 뭔가 2% 덜 완성된 모습이었습니다.

 

 

 

서울책보고를 나와 서울 식물원 네비를 찍고 열심히 달리는데, 문득 네비를 잘못 검색한 느낌이 팍 드는 겁니다. 역시! 네비가 안내하는 곳은 서울숲 이었어요. 제가 식물원을 생각하고 검색은 서울숲으로 했던거죠. 길치인데다 허당끼까지 덤으로 끼어든 날입니다. 부랴부랴 다시 네비 세팅하고 출발하는데,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얼마나 허기가 지던지요. 배에서는 난리가 났어요. 서울 식물원 도착하자마자 식물은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오로지 식당만 찾아 세 명이 냅다 달려갔습니다.

 

사진을 찍어두는 딸의 센스 덕에 유용하게 이용합니다.

 

거하게 한상씩 클리어하고 찬찬히 식물원을 둘러보려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요.(식당은 4, 식물원 입구는 지하 1) 스마트한 꿈트리네는 무인매표소를 이용하지요. 이제는 IT 세상에 익숙해진지 오래여서 직원을 대면하지 못해서 두렵거나 기계치라고 위축되지도 않아요. 바깥 매표소에는 직원이 있는 창구가 있던데, 비가 오는 관계로 종이인형인 저는 최대한 실내에 머무를 작정입니다.

 

무인매표소라 진짜 사람이 한명도 없는... 타이밍에 사진을^^


표를 구매하면 온실과 야외 정원을 둘러볼 수 있어요. 온실부터 입장했는데요. 이름답게 온도가 갑자기 몇 도는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이에요. 입구에 예쁜 꽃으로 만들어 놓은 포토존이 있어요. 예쁘게 꾸며놔서 사진 찍는 관람객이 끊이질 않습니다. 줄서기 귀찮은 저는 그냥 다른 분들 찍고 있는 사진만 찍고 패스했어요. 제가 워낙 식물에 문외한이어서 다양한 식물을 구분 못해서 그런지 종류가 많지 않다 느꼈어요. 하지만 서울의 대표 명소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이긴 합니다.

 

 

 

 

서울식물원 홈페이지에서 가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다가 서울 마곡지구에 공원과 식물원을 조성하는 계획이 2007년부터 진행이 되었더라구요. 3~4년만에 뚝딱 지어진건줄 알았는데, 12년 동안 설계 공모하고 공원 개발의 컨셉잡고, 전문가 자문도 받는 등 오랜 시간 공들인 결과물이었더라구요. 도시를 개발하고 환경을 정비하는 일이 굉장히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다 싶네요.


 

보리수 나무를 처음봐요.

 

 

몽실몽실 모여있는 선인장, 통통한 모양 탓인지 가시가 아플 것 같은 느낌은 전혀 안들어요.

 

 

산업화 시대 건설 붐이 한창일 때는 건물 설계도면만 있으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오버를 좀 많이 보태서) 금방 지어진 경우도 허다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요즘은 환경영향 평가라는 것을 해야 하고, 친환경적으로 지어야하고요. 무엇보다 진행과정이 모두가 납득이 될 만큼 투명해야겠지요. 개인이 수주하는 공사가 아니기에 우리의 세금이 투입되어 만들어지는 것들이기에 그렇습니다. 시에서나 국가에서 추진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은 시민과 국민이 주인이 되어 잘 완성되었는지 꼼꼼 체크가 필요하겠고요. 대를 이어서도 잘 사용하도록 해야겠어요. 식물원 둘러보면서는 식물에만 감탄했는데, 식물원 홈페이지 보고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미리 알고 갔더라면 더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을까 싶어요.




꽃분홍으로 물들인 모시 적삼을 입은 서희를 보는 듯

양귀비꽃




이탈리아 광장 테마로 꾸며진 공간입니다.

 

식물원은 주제정원과 온실로 크게 나뉘는데요. 주제정원은 야외 정원으로 한국의 전통 식물로 정원을 꾸몄다고 합니다. 전혀 깜깜이였던 저는 그저 예쁘다만 하다가 왔어요. 비가 흩뿌려서 종이인형 젖을까봐 잰걸음으로 훑었거든요. 날이 좋을 때는 야외를 천천히 거닐며 자세히 보면 좋겠다 싶어요. 온실은 열대와 지중해로 나뉘는데요. 각 기후대에서 자라는 식물들로 온실을 꾸며놨습니다.



스카이워크를 따라 걷다보면 기프트 샵으로 연결됩니다.


기프트 샵


기프트 샵을 빠져나오면 야외로 이어져요.

 

보통 나이 들면 꽃에 관심이 가고 식물이 좋아진다고 하던데, 저도 그 대열에 동참하게 된 것 같아요. 한마디로 식물에 입덕했어요. 보면 볼수록 더 좋아보이는 사람처럼 자주 보니까 식물도 더 예뻐보입니다. 늙을수록 멋있고 오래될수록 가치있는 그런 친구에요. 예전에 저라는 사람은 산 보다는 바다를 좋아했고, 자연 보다는 인공조형물을 더 좋아했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점점 자연이 좋아지고 식물 사진 찍으려 허리도 숙이고, 꽃향기 맡으려 코를 킁킁하게 되네요. 꽃 이름, 식물이름 다 몰라도 초록이 있는 공간은 정서적 안정을 주어서 참 좋습니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원수라도 친구로 만들어줄 것 같은 식물원의 공기와 온도. 비오는 날 일요일 오후 나들이로 만족스럽습니다.







 

밤에도 열일 하는 식물원. 꽃 모양을 형상화 한 것 같은데... 홈페이지에 어떤 꽃이라는 정보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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