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포노 사피엔스

꿈트리숲 2019. 5. 28. 07:10

기회를 무시하면 위기만 남는다

 

 

호모 사피엔스는 현생 인류를 지칭하는 말이긴한데, 학문적 용어에 가깝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난 이후 호모 사피엔스 용어를 응용한 말들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려요. 호모부커스, 호무루덴스, 호모쿵푸스, 그리고 하라리의 호모데우스까지. 그래서 포노 사피엔스도 그런 부류 중에 하나이겠거니 여겼는데요. 저의 머리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었습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는 책이기도 했구요.

포노 사피엔스의 정의를 알아두면 신인류를 이해하는데 도움 될  것 같아요.

 

p 25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고 정보 전달이 빨라져 정보 격차가 점차 해소되는 등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사람이 들어나며 등장한 용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포노 사피엔스(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간)라고 부른 데서 나왔다.”

 

이 기사가 벌써 2015년도에 나왔는데요. 저는 이런쪽으로 전혀 깜깜이였습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부작용만 생각하고 IT기기, 혹은 게임, SNS를 철저히 멀리하는 사람이었어요. 저 뿐만이 아니라 아이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었습니다.

 

2015년이면 딸이 초등 4학년인데,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이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싶다는 말을 했었어요. 유튜브 강의를 종종 보면서도 유튜브의 부정적인 측면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던 터라 딸의 그 말은 저의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던지는 듯했죠. ‘아니 얘가 벌써 그런 쪽에 관심을 갖는 건가? 안돼, 그런거에 물들면 안돼, 댓글에 욕설과 비방은 물론이요, 혹시나 선정적인 것들을 접하면 어쩌지하는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어요.

 

어떤 영상을 올릴건데? 하고 물어봤더니 피아노 연주해서 올릴 거라고 하더군요. 부작용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영상을 찍긴 했습니다. 유튜브 계정이 없던 딸은 제 계정으로 영상을 업로드 하고서도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영상은 딸이 찍고 편집하고 계정만 제 걸 사용했는데 어느 순간 자신의 계정도 만들었고 영상 찍는 기술과 편집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더라구요. 슬라임 만드는 건 뭐 기본적으로 올리는 영상이 되었고, 베이킹, 컬러링, 또 친구와 조인해서 같이 만드는 영상까지. 제가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비약적 발전을 해버렸습니다. 다행히 우려했던 부작용은 없었어요. 그리고 예상보다 유튜브 스타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던거죠. 요즘은 영상 제작엔 관심 많지만 유튜브 스타가 되는 꿈은 접은 듯합니다.

 

p 59 스스로를 이 사회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배우기 쉽지 않은 디지털 기기가 등장했으니 편리함을 즐기려는 생각보다는 우선 부작용을 문제 삼게 되었던 것입니다.

 

. 제가 딱 그랬어요. 전 얼리어답터 보다는 뒷북어답터가 더 어울립니다. 스마트폰도 10년 전쯤 남편이 쓰겠다고 했을 때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도 전화, 사진, 노래 다 되는데 굳이 비싼 돈 주고 새로운 기기를 사야하냐며 말렸어요. 제 주위 모두가 스마트폰을 쓸 때 그때쯤 카톡이라는 새로운 대화 채널을 이용해야만 해서 어쩔 수 없이 포노 사피엔스 대열에 들어갔는데요. 2030명에게 문자를 일일이 보내고 또 개별 답을 받는 일이 생각보다 번거롭더라구요. 또 그들로부터 듣는 원성?, 제발 카톡 좀 하라는 볼멘소리를 듣고서 신문물을 접하게 되었던 거죠. 이건 뭐 혁신이고 혁명이더라구요. 어른도 이렇게 좋은데,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아이들은 두 말 할 필요가 없겠죠.

 

저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처음 주던 날 이후부터 때때로 스마트폰의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에 대해 더 많이 말해 왔었어요. 최근에서야 스마트폰은 좋은 기계니 활용을 잘 하면 큰 도움을 받을거라는 말을 하고 있네요. 자동차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정말 편리한 도구인데요. 사용자가 나쁜 마음먹고 활용하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거잖아요. 스마트폰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사용자가 활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고 다양한 무엇을 만들어낼 듯싶습니다.

 

유튜브 영상 올리기를 하면서 딸은 영상 제작, 편집 능력을 장착하게 되었고, 베이킹도 곧잘 하게 되었어요. 컬러링을 하다가 자신이 그림을 직접 그려 봐야겠다 마음먹고 이모티콘 제작에 열을 올리더라구요. 요즘은 아이패드로 열심히 그림을 그립니다. 4~5시간씩 그림에 온전히 몰입해서 다른 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무아지경에 들어간 딸을 보니 신문물을 막아서는 안되겠다 느꼈어요.

 

저자는 포노 사피엔스 시대는 인류의 운명이라고까지 말을 했어요. 문명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고요. 한때 뉴욕에서 가장 번성했던 마차산업이 자동차의 등장으로 몰락할 때 지금과 같은 거센 반발과 부작용이 있었다고 합니다.

 

p 91 자동차의 등장은 마차, 마부, 말 산업까지 어마어마한 기존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위협이었죠. 그러나 그 엄청난 혼란의 와중에도 인류는 결국 혁신을 선택했습니다. 그것이 인류 진화의 방향이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은 지구의 36억 인구가 사용중이라고 해요. 지구인 절반이 선택한 문명이라면 앞으로 그 쪽으로 더 진화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전 포노 사피엔스 대열에 합류했고 레벨5까지 올라갔습니다. 레벨5는 은행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사용하는 무리라고 하는군요. 최고 수준인 레벨10은 디지털 소비 문명을 만들어가는 창조자 그룹인데요. 시스템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 등이에요. 전 현명한 사용자로 만족하지만 제 아이는 적극 사용자를 넘어 디지털 문명을 만드는 경험도 꼭 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포노 사피엔스는 이제 거역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떠밀려 가는 것 보다 그 흐름에 들어가 적극 수용하고 배워야 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기회를 무시하면 위기만 남는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위험하지만 배워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할 세대들의 숙명이라고요. 신인류의 문명의 눈높이에 맞춰 어른이 함께 호흡해주기 시작한다면 틀림없이 멋진 미래를 만들어갈 거라고 확신하는 말도 했습니다.

 

p 326 부작용의 뒷면을 보아야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부작용이 떠오를 때마다 그만큼의 혁신성은 뭐가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 상식의 기준이 디지털 문명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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