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라틴어 수업

꿈트리숲 2018. 5. 2. 22:24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

라틴어 수업/한동일/흐름출판

 

서점에서 볼 때마다 책의 가장자리를 민트로 장식한 디자인이 예뻐서, 게다가 서문을 읽어보고 가슴에 와닿는 문구가 있어서 찜리스트에 추가했었어요. 또 몇달 전 독서 모임에서 소개 받고 당장 구입하게 되었던 책입니다.  두달쯤 전에 읽은 책을 리뷰 하자니 다소 잊은 부분도 있어 다시 들춰보며 후기를 써봅니다. 저자는 신부이기도 하고 변호사이기도 하고, 교수이기도 하네요. 다양한 직업을 어떻게 다 소화하시는지 존경스럽습니다.

작가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책을 읽어 보니 차분한 말투에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실 것 같고, 왠지 경청을 잘 하실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기회가 닿는다면 이분도 저자 특강에서 한번 만나보고 싶네요.

 

 

서문에서 강렬하게 저를 책 속으로 끌어들였던 문구는 '줄탁동시' 였어요. 개인적으로 이 말을 좋아하는데, '교학상장'의 뜻과도 일맥상통 하죠. 저는 줄탁동시 쪽으로 조금 더 기우네요. 지극히 개인의 취향~~ㅎㅎ

 

p 6 줄탁동시(啐啄同時) - 어미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동시에 알을 쪼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안에서 껍질을 쪼아 깨려는 병아리는 깨달음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수행자요, 어미닭은 수행자에게 깨우침의 방법을 일러주는 스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어미닭은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오는 데 작은 도움만 줄 뿐,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병아리만이 아니라 어미닭 역시 배우고 깨닫는 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미닭이 병아리를 품는 것을 직접 본 적은 없는데, 어느 책에서 봤어요. 달걀을 품고 있을 때 어미닭은 굉장히 예민해진다고 해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때쯤 알 안에서 조금씩 쪼는 느낌을 어미닭이 감지하고 그 부분에 정확히 같이 쪼아 줘야 병아리가 나오나봐요. 만약 어미닭이 그런 느낌을 감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엉뚱한 곳에 부리를 갖다대면 병아리는 죽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생명을 잉태한 어미는 사람이든 닭이든 새끼를 보호하기위해 본능적으로 예민해지고 섬세해지는 모양입니다.

 

줄탁동시 말처럼 안과 밖의 쪼임이 동시에 일어나야 병아리가 태어나듯, 사람 역시도 수행자와 스승의 깨우침과 도움이 같이 어우러져야 성장하는거겠죠. 이때 수행자는 당연히 배우겠지만, 가르치는 스승 역시도 내적 성숙과 지혜의 지평을 넓히지 않을까 싶어요.

 책 제목이 라틴어 수업이여서 그런지 배움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 중 하나가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공부한다.' 인데요.

라틴어로는 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 (논 스콜래, 세드 비때 디쉬무스-로마발음) -세네카

위 말의 연장선상에서 언어 공부에 대해 작가가 한 말이 있어요.

 

p 55 "언어는 공부가 아니다." (중략) 이유는 언어의 목적 때문입니다. 언어는 그 자체의 학습이 목적이기보다는 하나의 도구로서의 목적이 강합니다. 언어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틀입니다.

 

그래요. 언어는 수단이에요. 철저히 도구로서 사용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목적이 되어버렸죠. 쉽게 정복할 수 없는 목적. 제가 학생 시절에는 영어가 도구인지, 수단인지 아무 생각없이 그냥 학과 과목에 있어서 열심히 했고, 또 그래야만 되는 줄 알았어요. 좋은 점수가 목적이였으니까요. 그렇게 10년을 공부해도 입은 안떨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제 딸에게는 영어를 그런 방식으로 접근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철저히 그냥 누군가와 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혹은 다른 나라 책을 읽어보기 위해 필요한 도구다 라고 알려줬어요. 다행히도 영어는 스트레스 받지 않아요. 영어 원서를 읽고, 미드나 영화를 봐도 자막없이 보는 것이 그냥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책을 접하고, 교육용 디비디를 보는 등의 귀로, 눈으로 입으로의 노출 시간이 많이 있었죠. 그런 지난한 노출 시간속에서도 한가지 잊지 않았던건 절대 테스트를 하지 않기였어요. 왜냐하면 영어가 목적이 아니였기 때문이에요. 영어를 알게되어 어떻게 활용할건지, 나아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가 더 중요했거든요.

저는 이미 학교를 다 졸업했지만 아이에게만은 학교를 위해서, 성적을 위해서 공부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아이 내면에, 아이의 인생에 방점을 찍으라구요.

 

 

p 215 사람마다 자기 삶을 흔드는 모멘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힘은 다양한 데서 오는데 그게 한 권의 책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일 수도 있고, 한 장의 그림일 수도 있고, 한 곡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중략) 모멘텀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은 겁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깨어 있고 바깥을 향해서도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이죠.

 

제가 중학생때 미술 선생님의 수업 중에 미술사 수업이 있었어요. 세계 명화 전집을 보여 주시며 시대별 작가들, 그들의 삶과 사랑 등을 알려주셨는데, 정말 재밌었고 다음 수업이 계속 기다려졌었죠. 언젠가 대가들의 그림을 꼭 보러가겠다 생각이 들 만큼요. 서른살때 그런 기회가 왔어요. 파리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루브르 박물관, 베르사이유 궁전도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건 오르쉐 미술관이었어요. 중학교때 선생님이 보여주신 많은 그림들을 오르쉐 미술관에서 실제로 봤거든요. 그때의 흥분과 떨림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저는 그 순간이 제 삶이 바뀌는 모멘텀이 아니었나 싶어요. 오르쉐 미술관을 돌며 '나중에 내 아이와 함께 꼭 다시 와야지' 하고 다짐했습니다. 아이에게 어릴때 명화 전집을 사서 보여주며 나중에 미술관 꼭 가자고 약속했어요. 그날이 아이에게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모멘텀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그럴려면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작가가 조언해주네요.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는 것이 아닌 오감이 말랑말랑한 즉, 마음이 여유로운 상태를 말하는 거겠죠.^^

 

당신의 기분을 말랑말랑하게 리듬타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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