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엄마의 자존감 공부

꿈트리숲 2018. 5. 7. 22:41

미완의 여자에서 온전한 엄마로 가기 위한 공부

엄마의 자존감 공부/김미경/21세기북스

 

두어달 전 도서관에서 읽고, 좋은 내용이 있었는데, 기록을 해두지 않으니 머리속이 리셋된 듯 해서 이번엔 구매해서 밑줄 쫙쫙 그어가며 읽고 블로그 후기 남깁니다. 예전에 읽었을때 블로그를 하고 있었더라면 정리해뒀을텐데. . . 어찌됐든 재독하니 일독할때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 와닿고 그러네요.

 

김미경 작가의 전작들을 쭉 읽어 왔던 저는 이번 책에서 깊이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작가 본인도 책에서 깊이의 높이를 역설하셨는데, 삶의 폭, 생각의 깊이를 통해 전반적으로 한 사람의 부피가 커졌다고 할까요? 풍부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 날개에는 작가의 이력 보다는 이번 책이 나오게 된 배경,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담겨 있는 듯 하네요. 20년 넘게 강사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 셋을 잘 키워내고, 또 키우고 있는 중이라고 하시니 대단하셔요. 저는 전업 주부지만 아이 하나도 온전히 키워 내기가 버거울때가 많거든요. 그럴때마다 물론 책에서 답을 구해 보기도 하고, 길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말이 통하는 나이가 되니까 더욱 책을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의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고, 제가 아는 건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니 감을 놓치지 않고 계속 말이 통하는 엄마가 되려면 공부하는 수 밖에 없는듯 싶네요.

 

p 60 엄마가 해야 할 일은 단칸방에 아이를 몰아넣는 것이 아니다. 다른 99개의 방도 있다는 것, 그 방에 가도 전혀 창피하거나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 방 저 방 마음껏 돌아다녀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단칸방은 공부라고 했는데, 저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아이를 바이올린이라는 방에 넣으려고 한적이 있어요. 일곱 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배우게 된 딸이 곧잘 하는 것 같아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키워보려는 욕심이 발동했어요. 그래서 연습을 하라고 계속 채근을 했죠. 아이는 싫다는 말을 안해서 괜찮은 줄 알고 계속 푸쉬를 하다가 아이와 사이만 나빠지고 악기도 그만두게 되는 일이 있었어요. 바이올린을 배우는 과정에서 제 안의 저도 모르는 민낯이 아이앞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날들이 많았어요. 그때는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가 이해 되지 않았는데, 지나고 보니 아니는 아무 잘못없고, 지극히 일곱 살 다운 정상의 모습이었어요. 문제는 제 맘속에 있는 공감 받지 못한 어린 아이가 있다는 걸 나중에 책을 보고 알게되었어요. 어릴때 피아노 배우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허락해주지 않아서 못배운 제 자신을 보게 된거죠. 딸에게 사과하고, 눈물의 편지도 쓰고, 제 맘속에 어린 자아도 많이 위로해줬어요. 그 뒤로는 하고 싶다는 건 가급적 배울수 있게 하고, 그만둘때도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그만두게 했어요. 그랬더니 새로운 시도도 하고, 배우고 싶은 것의 화수분이 되었죠. ㅎㅎ

주위에서는 이것저것 조금씩 하다가 그만두면 남는게 없다고, 끈기를 가르쳐야 된다고 하는데, 어른인 저 역시도 끈기가 없는데 아이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끈기라는 것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만나면 뜯어 말려도 하게 되는 거니까 우리 아이가 아직 완전히 좋은 것을 못 만났나보다 여겨요. 김미경 작가도 그것에 대해 책에서 언급을 합니다.

 

p 187 아이는 나와 대화를 통해 합의하고, 때로는 협상도 해가면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배워가고 있다. 그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 이것저것 해보다가 이거다 싶은 게 있으면 아이는 시키지 않아도 무섭게 몰입한다.

 

저는 이말을 몸소 체험한 경우가 있었어요. 제 딸이 피겨를 배울때 아이스링크에 들어가면 본인이 목표한 동작이 될때까지 수십번 엉덩방아를 찧어도 두어시간이 훌쩍 넘길때까지 나오지 않더라구요. 제가 볼때는 완전 힘들고 아플듯 한데 본인은 재밌고 행복해하는 표정이었어요. 제 건강문제로 그만 두게 되어 많이 아쉬워했었죠. 앞으로 또 이것저것 해보다 맞는 걸 찾겠죠. 사람은 한가지 재능만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는다고 하니까요.

 

p 168 모든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두 가지 기초 자산을 받고 태어난다. (중략) 몸과 시간. 꿈은 철저히 몸과 시간, 둘 다를 다룰 줄 모르면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줘야 할 것은 시간과 몸을 최대한 덜 쓰게 하는 족집게 과외가 아니다. 가장 정직한 두 가지 재료, 몸과 시간만으로 뭔가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저는 이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기초자산, 몸과 시간. 저에게 이런 자산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아이에게 기초자산으로 뭔가 이룰 기회를 줘야 하는 것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엄마였어요.ㅠㅠ 그래도 다행인것은 제가 이론적으로 몰랐어도 아이를 학습으로 내몰지 않고 몸을 많이 움직이도록 한 것은 잘 한듯 싶어요. 셀프칭찬 3초 와~~~ㅎㅎ 그림이든, 요리든, 운동이든 그냥 기다려주는 편이거든요. 익숙해질때까지. 좀 오래걸려도 괜찮아요. 뭔가를 하는것이 중요하고, 하고 싶은 걸 하는게 더 중요하니까요. 어설픈 솜씨지만 내일이 어버이날이라고 딸이 식사 한끼 차려준다고 기대하래요. 심쿵^^ 벌써 그럴 나이가 되었나. . . 흐뭇해 하는데, 숙제라고 하네요.>.< 어찌되었든 한끼 얻어 먹는 거니까 뭐라도 OK.

그런데 비주얼 대박, 맛은 초대박 김뽁 탄생했어요.

 

 

5학년때부터 떠듬떠듬 된장찌개 도전도 해보고, 라면도 끓여보고 하더니 솜씨가 많이 늘었어요. 뭐 물론 평소에 제가 음식할때 이것좀 저어라, 저것좀 뽁아라 많이 시키긴했죠. ㅎㅎ 그래도 너르게 기다려주고 지혜롭게 몸을 쓸 기회를 주니 아이는 알아서 요리조리 잘 커갑니다.

 

양육은 엄마의 위치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위치에서 하는 거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철저하게 아이의 눈높이를 맞춰야겠죠. 아이가 없었더라면 엄마가 될 일도 없고, 그럼 온전한 어른이 될 수도 없었을 것 같아요. 아이는 저를 어른으로 만들어주기 위해서, 무조건적인 사랑이 어떤 건지 알려주기 위해서 제게 온 선물이니까요. 저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에게 온전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선물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럴려면 엄마의 공부는 네!버!엔!딩! 계속되어야겠쥬~~~

728x90

'배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견만리  (4) 2018.05.17
1% 유대인의 생각훈련  (6) 2018.05.16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  (6) 2018.05.06
라틴어 수업  (6) 2018.05.02
신경끄기의 기술  (6) 2018.05.01